Roberts Wood

NEW FASHION GENERATION, 새로운 패션 세대

지금 영국에서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견줄 만한 신진 디자이너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시도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EDWARD CRUTCHLEY FW16 LOOKBOOK © Courtesy of the house

EDWARD CRUTCHLEY FW16 LOOKBOOK
© Courtesy of the house

강력한 신진 디자이너의 등장

런던에서 밀라노, 파리, 뉴욕으로 이어지는 남성복 패션 위크 행렬이 진행되던 1월 중순, 런던의 영국왕립예술대학 (Royal College of Art, RCA)에서는 ‘토크 라이브’ 행사가 한창이었다. 행사는 패션 석사 과정 학생들이 패널로 참여해 토론을 이어가는 자리. 학과장 조이 브로치(Zowie Broach) 는 학기 초면 한 주간 ‘토크, 토론, 드로잉(Talk, Debate, Draw)’하는 세션을 기획한다. 주제는 신경과학에서부터 자본 주의에 이르기까지 ‘패션’의 영역을 넘어서는 폭넓은 분야를 다 룬다. 패션 학도들은 이번 시즌 어떤 트렌드가 유행이고 어떤 컬렉션이 히트했는지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이 질문을 이어간 주제는 세상 속 이야기들이었다. 조이 학과장은 토크 시리즈를 기획한 배경에 대해 “RCA의 시작점은 전통적 인경계를 넘어서서 새로운 시각을갖고새로운답을 찾기위한 과정이에요”라고 말한다. 디자이너에게 시작점은 정체성을 찾는 길과 연결되어 있고, 그것은 컬렉션과 직결된다.

ROBERTS WOOD SS17 CAMPAIGN © Courtesy of the house

ROBERTS WOOD SS17 CAMPA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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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A를 졸업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신진 디자이너는 여성복과 남성복에 걸쳐 골고루 있다. 두번째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로버츠 우드(Roberts Wood)는 디아크 콘셉트를 통해 파리에서 세일즈 캠페인을 전개한다. 디아크의 디렉터 바바라 그리스피니(Barbara Grispini)는 그녀를 “뛰어난 공예술 을 통해 디자인 하나하나에 시적 요소를 담는 디자이너”라며 극 찬한다. 졸업 작품의 연장선으로 발표한 그녀의 2017 S/S 컬렉션은 전 세계 11개 도시에서 판매 중이다. 남성복 디자이너로는 지난해 졸업 작품을 발표하고 런던 패션위크에 캣워크를 선보인 페르 예테손(Per Götesson)도 주목할 만한 신인. 거친 데님 소재를 이용해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실루엣을 표현하고, 스트리트 웨어에 낭만을 담을 줄 아는 페르 예테손의 컬렉션도 전 세계에 존재감을 알리는 중이다.

영국 패션 협회장 캐럴라인 러시(Caroline Rush)는 100년 전통의 영국 아트 스쿨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아트 스쿨은 창의성은 물론 생각의 자유를 권장하고, 그것은 컬렉션을 통해 풍성하게 표현돼요. 협회는 이들의 창의적 컬렉션 이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요.” 이렇게 육성한 ‘영국 디자이너’들은 인터내셔널 플랫폼에서 확연하게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LVMH 프라이즈, 울마크 프라이즈 등 각종 글로벌 스폰서십 어워드에 등장하는 후보 군단은 물론 수상자도 언젠가부터 이 디자이너들이 도배하기 시작했고, 자금력과 멘토를 확보한 디자이너는 브랜드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 패션 협회와 영국 ‹GQ›가 현금 15만 파운드(약 2억 1000만원)를 지원하는 디자이너 펀드의 2016년 수상자 크레이그 그린(Craig Green)은 졸업 후 5년 만에 패션 어워드에서 ‘2016 영국 남성복 디자이너상’을 수상해 주위를 놀라게한 대표케이스. 신진 디자이너상도 아니고 영국을대표하는 남성복 디자이너상 수상자로 크레이그 그린이 선정된 것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강력하게 패션 산업을 뒤흔들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와도 같다.

파리 남성복 패션 위크 기간인 1월 중순. 런던 디자이너들의 쇼케이스이자 세일즈 현장인 런던 쇼룸의 오프닝 파티에서 이날의 호스트 프랑스 ‹GQ›의 패션 디렉터 제임스 슬리퍼드(James Sleaford)를 만났다. “런던은 영감 넘치는 컬렉션을 선보여요. 12개 쇼에는 각기 다른 트렌드 12가지가 존재하죠.” 전 세계 패션 위크를 통해 수많은 컬렉션을 보는 그는 런던 패션 위크의 특징은 바로 ‘다양성’이라고 꼽는다. 그는 “영국만 의 ‘절충적(Eclectic)’ 개성이 지금의 패션 디자이너 세대를 통해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영국의 디자이너 육성 회사 패션 이스트의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룰루 케네디(Lulu Kennedy)는 “신진 디자이너들 은 상상력이 뛰어나고 두려움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패션 이스트 출신의 신진 디자이너 웨일스 보너(Wales Bonner) 는 LVMH 그룹이 전개하는 ‘2016 LVMH 프라이즈’ 수상자로 꼽혔고, 패션 이스트를 통해 두번째 컬렉션을 선보인 찰스 제프리(Charles Jeffrey)는 현재 런던 패션 위크의 가장 핫한 디자이너로 꼽힌다. 클럽 신을 재현한 졸업 작품 ‘러버보이 (LOVERBOY)’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안정적이고 탄탄하게 전개하는 찰스 제프리 컬렉션에는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허무는 로맨틱한 무드, 테일러링과 빈티지를 섭렵하는 탁월한 디자인 전개, 그리고 개성넘치는 감성이 고루 배어있다.

CHARLES JEFFREY SS17 MENS COLLECTION  © Courtesy of the house

CHARLES JEFFREY SS17 MENS COLLECTION

© Courtesy of the house

찰스 제프리를 배출한 센트럴 세인트 마틴은 영국의 대표적 패션 스쿨. 그의 뒤를 잇는 신진 디자이너 매티 보번(Matty Bovan) 역시 패션 이스트를 통해 데뷔한 같은 대학 졸업생이다. 룰루 케네디는 패션 이스트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패션 중진들로 구성한 심사위원을 가동하고 있고, 덕분에 이 플랫폼은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완벽한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 특유의 과장되고 극적인 ‘무대 의상’을 연상시키는 매티 보번의 컬렉션은 매거진 ‹LOVE› 커버 스토리의 주역이 되었고, 전 세계 편집 매장으로 진출해 판매를 예고하고 있다. 패션 이스트 외에도 영국 패션 협회가 전개하는 ‘뉴젠 어워드(Newgen Award)’ 역시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컬러풀한 기하학 도형 패턴과 본딩 테크닉을 이용한 텍스타일로 안정된 컬렉션을 이끌어가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 출신의 세이디 윌리엄스(Sadie Williams)를 비롯해 해마다 다양한 디자이너 그룹이 캣워크, 프레젠테이션과 세일즈 부스 등 지원은 물론 세라 무어, ‹보그› 런웨이 치프 큐레이터를 주축으로 구성된 심사 위원의 자문을 받으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디자이너의 성장을 위한 협력

패션의 모든 현상이 폭발적으로 재생산되고 확산되는 요즘. 이 세대를 향유하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특징은 ‘독창적 예 술성’과 ‘DIY(Do It Yourself)’다. 이들에게 예술은 자신을 표현하는 독창적 수단으로, 단순히 입기 위한 옷이 아닌 ‘아이디 어’와 ‘메시지’가 담긴 옷을 디자인한다. 그래서 그들이 디자인 하는 옷에는 에너지가 담겨 있다.

MOLLY GODDARD SS17 COLLECTION © Kamil Kustosz

MOLLY GODDARD SS17 COLLECTION
© Kamil Kustosz

신진 디자이너들의 성장 과정 중 흥미로운 부분은 ‘캣워크’ 룩을 고집하는 자세다. 뉴욕에 두 번째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한 시몬 로샤가 대표적 성공 사례. 디자이너들에게는 ‘웨어러 블’한 룩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자칫 이들이 주도권을 잡으면 브랜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지장을 주게 된다. 시몬은 자신의 추억에서 영감 받는 캣워크 컬렉션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하며 플래그십을 통한 상품화는 컬렉션을 전개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이어 또 다른 센트럴 세인트 마틴 출신의 몰리 고다드(Molly Goddard)는 풍성한 튈 드레스로 시작해 타페타와 새틴 등 소재로 확장하더니 니트웨어와 셔츠 그리고 팬츠 룩까지 하나의 풀 컬렉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로 성장한 사례. 몰리 고다드처럼 신진 디자이너에서 다음 단계로 고속 성장하며 확장을 위해 숨을 고르는 이 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글로벌 패션 업계’의 지원이다. 영국 패션 협회장 캐럴라인 러시는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제공 하는 것이 중요해요. 모두가 원하는 건 소비자를 흥분시킬 디자이너 컬렉션이죠. 그들에게는 이 에너지가 있어요”라고 강조 한다. 그녀를 주축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신진 디자이너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패션의 본성은 ‘다이내믹’ 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우리의 삶과 라이프 스타일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죠. 새로운 디자이너들은 이 변화에 잘 적응하고 수용하는 특징이 있어요.” 디아크의 디렉터 바바라 그리스피니가 말하는 것처럼 신진 디자이너 그룹은 다르다. 그들은 지금의 세대를 ‘거울처럼 비춰주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열정 넘치는 하나의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하는 중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들은 전통 패션 시스템안에 자신을 가두지않고 도전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들이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이다.

디자인 역사에 새로운 한장을 써 내려가며 도전하고 도약 하는 신진 디자이너 그룹. 그들의 화려한 서막을 지원하기 위해 영국은 산업 전체가 하나되어 대화를 나누고 전문 지식을 지원하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글/ 여인해
사진/ 디자이너 제공, Kamil Kustosz

이 글은 <Boon the Shop> 매거진 SS17호에 실린 글입니다.

손에 손 잡고, 패셔너블한 연합이 이루어지는 런던

패션 석사 과정을 갓 졸업한 신예들의 컬렉션을 매장에서 만나는 일? 런던의 신인 디자이너 파워라면 가능하다. 패션을 예술의 한 형태로 인지하는 이 도시는 신인 디자이너 배출에 뛰어난 기량을 발휘하는 시스템 속에서 철저하게 서로의 장점을 존중하고 지지하는 놀라운 결속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거장이 신인의 손을 잡아주고, 전문가는 아마추어를 멘토링하는 이 아름답고 고귀한 현재 진행형 연합에 대하여. 

런던 패션 위크 남성복이 3일간의 뜨거운 스케줄을 마치고 모두가 컬렉션을 들고 파리로 향하는 1월말. 4대 패션 위크의 완결판이자 전세계 바이어들의 치열한 바잉이 쇼룸에서 치뤄지는 도시 파리에는 영국 패션 협회의 주관으로 런던 쇼룸이 열린다. 주로 신인 디자이너들이 주축이 되지만, 바로 전에 치뤄진 패션 위크 스케줄의 당당한 주역들이다. 글로벌 패션계가 움직이는 때인 만큼 쇼룸에는 다양한 인파가 몰려드는 와중에 레이 가와쿠보 여사가 도버 스트릿 마켓 회장이자 남편인 에이드리언과 부사장 디컨과 함께 쇼룸에 들어섰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조용히 쇼룸을 둘러보길 좋아하는 그녀는 런던 쇼룸에서 신예들을 픽업해 도버 스트릿 마켓에 소개하곤 한다. 1시간도 채 안되어 볼일을 마치고 떠나는 그녀의 방문 소식을 듣고 잠시 자리를 비웠던 찰스 제프리 (@_charlesjeffrey)가 뒤늦게 뛰어와 한바탕 드라마틱한 운명적 만남이 성사되었다. 황홀해 하는 찰스를 향해 그의 영웅 레이는 잘 했다고 컬렉션이 아름답다고 칭찬했고, 챨스의 컬렉션은 다음 시즌 도버 스트릿 마켓 입성을 예고하고 있다. 쇼룸을 통해 모두에게 노출되지만, 찰스 같은 보물을 누구나 소화할 수 있는건 아니다. ‘술취한’ 테일러링에 바탕을 둔 그의 컬렉션은 분명 과장되고 거칠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예전 같으면 ‘소화 하기 힘든’ 컬렉션으로 분류되기 십상인 찰스의 룩들에, 공식 직함보다는 ‘런던 디자이너 홍보 대사’라는 애칭으로 통하는 한 한국 바이어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열광했다. 찰스를 ‘뉴 마르지엘라’에 비유한 그는 “실루엣, 엔드로지너스한 감성 그리고 영국의 펑크와 애시드 컬러가 특히 너무 좋았다.”고 호평했다. 그에게는 당연히 레이의 시선이나 관심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두 매장의 관심은 오직 패션 센트럴 세인 마틴 (CSM) MA 졸업 작품 쇼를 마친지 1년도 안된 찰스라는 디자이너의 컬렉션 뿐. 챨스의 컬렉션은 다음 시즌 분더샵을 통해 국내에서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도버 스트릿 마켓은 최근 헤이마켓 (Haymarket) 지역으로 확장 이전해 새로운 매장을 오픈했다. 원조였던 ‘도버 스트릿’에서 도보로 10분 남짓되는 이 매장은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버버리의 설립자 토마스 버버리에 의해 세워진 역사적인 건물. 2004년 런던에서 첫 매장을 오픈한 이후 긴자와 뉴욕 그리고 IT와의 협업으로 베이징까지 뻗어나간 도버 스트릿 마켓은 “다양한 분야의 다양한 크리에이터들이 아름다운 혼돈 속에서 함께 모이고 서로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레이 여사의 코멘트처럼 크리에이티브 에너지가 융화하는 복합 공간으로 성장했다. 수장이자 영감 원천이 레이 여사라면, 에이드리언은 함께하는 동역자이고 디컨은 조용히 뒤에서 선구자를 지지하는 동력이다. 한국계 디자이너 이정선을 향해 “재키는 발렌티노, 지암바티스타 발리, 에르뎀, 미우미우와 함께 소개할만한 강하고 우아한 절제미를 선보이는 디자이너다.”는 코멘트를 던진 디컨은 새로운 매장 안에서J.JS.Lee (@jjsleelondon) 컬렉션을 셀린과 나란히 하는 공간에 편집해 넣었다. 신인만이 아니다. 성숙한 다음 단계를 밟아 나가는 디자이너 뒤에도 바이어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수다.

잘 알려진대로 패션 학도들에게는 디자이너로 데뷔할 기회가 충만한 요즘이다. 각종 패션 어워즈가 전세계적으로 풍성하기도 하고, 새로운 크리에이티비티에 목말라하는 업계는 사회 환원의 일환으로 각종 펀드를 조성하고 비즈니스 서포트 프로그램을 기획하기도 한다. 이런 혜택을 통해 기회를 얻은 디자이너라고 누구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최근 안나 윈투어의 발언대로 졸업하는 족족 모두가 디자이너로 데뷔하고 캣워크 쇼를 기획하는 일은 무모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버츠우드 (@roberts.wood) 같은 디자이너의 사례는 좋은 브랜드의 시작을 알리며 업계의 기분 좋은 지지를 받고 있다. 디아크 콘셉트 파리를 운영하는 디렉터 바바라 그리스피니는 “로버츠우드 컬렉션의 첫인상은 시적이라는 점인데, 바느질 없이 이음새를 엮는 작업을 통해 완성한 놀라운 손기술과 치밀한 계산과 계획이 바탕된 혁신적인 작업”이라고 소개했다. 바바라와 함께 성공적인 2016 가을/겨울 컬렉션의 세일즈 시즌을 마무리한 로버츠우드는 2014년 영국 왕립 예술 대학 (RCA) 석사 과정 졸업 이후 같은 해에 디젤이 후원하는 ITS상과 보그 탤런트 어워즈를 수상했고 그녀의 첫 컬렉션은 현재 도버 스트릿 마켓에 판매 중이다. 그리고 다음 시즌, ‘보우 드레스’, ‘보우 에이프런’ 등 서로 탈부착이 가능한 그녀의 두번째 컬렉션은 전세계 주요 패션 부티크들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런던 패션 위크의 간판 프로그램이 된 뉴젠 (NEWGEN) 어워즈의 강력한 파워는 화려한 심사위원단 명단이다. 화려하기로는 전년도 수상자 리스트도 빠지지 않지만, 선후배가 서로를 끌어주기보다는 전문가가 비전문가를 멘토링하는 구성이 흥미진진한 플랫폼. ‘3년 미만’의 비즈니스 경력을 가진 디자이너들에게 오픈한다는 자격 조건에서 알 수 있듯 뉴젠의 목적은 신인 디자이너 육성이다. 2월에 열린 런던 패션 위크에 맞춰 발표된 뉴젠 수상자는 총 8명이었지만 (총 인원은 매시즌 변동) 영국 패션 협회는 ‘주목할만한 신인 (One-To-Watch)’이라는 제목 하에 한명 더, 로베르타 (@robertaeiner)를 꼽았다. 협회가 그녀를 언급한 배경은 아직 뉴젠 수상자가 되기에 미흡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웨스트민스터 대학 (University of Westminster)에서 석사 과정 졸업 작품쇼를 마친 후 작년 9월에 첫번째 컬렉션을 발표한 신예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로베르타에겐 중요한 도약이지 않을 수 없다. 화려한 자수와 아플리케, 패치워크 등 손기술이 요구되는 정교한 그녀의 컬렉션은 올해 2월 패션 위크 공식 장소인 ‘디자이너 쇼룸’ 뉴젠 공간에 설치 작업으로 소개되었다. 발망에서 올리비에 루스탕과 함께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한 로베르타의 컬렉션은 IT 그룹에 픽업되어 매장에 진열될 예정이다. 로베르타에 앞서 동일한 카타고리에 선정된 포스틴 스타인메츠 (@faustinesteinmetz)와 마르타 자쿠바우스키 (@martajakubowski)는 이후 뉴젠 수상자로 선정되어 프리젠테이션을 선보이며 글로벌 바이어들의 지지 속에서 건강하게 성장 중이다.

영국 패션 협회의 ‘디자이너 쇼룸’에는 올해 유난히 한국 디자이너들의 수가 급증했다. 반가운 이들의 행보 뒤에 아직은 한국 패션 전문가들의 지지와 관심의 시선이 닿지 않았지만 현지 온-오프라인 매체는 이미 한국계를 주목하고 있다. 그 중에서 돋보이는 디자이너 록 황 (@rokhofficial)은 셀린과 루이비통, 끌로에 등에서 차곡차곡 경력을 쌓다가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와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한 케이스다. 사라 무어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활약하다 입대와 함께 공백기를 가진 그의 여성복 컬렉션의 첫 시작은 국내 편집 매장 무이를 통해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졸업 후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기 보다는 텍스타일 컨설턴트의 길을 선택한 에드워드 크러칠리 (@edwardcrutchley)는 그의 든든한 조력자인 루이 비통의 남성복 디자이너 수장 킴 존스의 호스트로 2016 가을/겨울 컬렉션을 프리젠테이션으로 선보였다. 패션 이스트를 통해 데뷔한 후 3번째 시즌을 맞은 그의 컬렉션에 대해 앞서 언급한 한국 바이어는 “과연 유명 브랜드의 페브릭 디자이너답게 매우 고급스런 소재와 영국적인 패피스러움이 너무 좋아”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중이다. 심지어 그는 센트럴 세인 마틴 학사 시절, 여성복을 전공하다 졸업 이후 남성복으로 전환한 독특한 경우. 런던 쇼룸에서 성공적인 세일즈 시즌을 마친 에드워드의 컬렉션은 다음 시즌 더 많은 글로벌 부티크를 통해 소개될 예정이다. 에드워드는 직접 운영하는 텍스타일 디자인과 개발 컨설팅 회사를 통해 루이 비통을 포함한 다수 브랜드의 컨설팅을 이어가고 있다.

남성복 디자이너 그레이스 웨일즈 보너 (@walesbonner)는 2015년 갓 졸업한 뜨거운 신인 파워로 2015 영국 패션 어워즈의 신인 남성복 디자이너 어워즈를 거머쥔 실력자다. 그레이스의 컬렉션은 하나의 거대한 리서치 프로젝트다. 흑인의 남성성과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다양한 테마를 연구하고 파고들며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그녀는 하나의 아름다운 연출을 완성해나간다. 그녀의 프리젠테이션 속 옷은 하나의 애티튜드이자 자신을 표현하는 색깔로 미화된다. 그녀의 남성복 컬렉션은 10 코르소 코모를 통해 국내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었지만, 매치스패션닷컴 (matchesfashion.com)과 협업으로 런칭한 여성복 캡슐 컬렉션 소식이 무척 흥미롭다. 남성복 컬렉션의 놀랍도록 아름다운 감성을 지지하는 남성복 바잉 디렉터 데미안과 여성복 바잉 디렉터 나탈리가 뜻을 모아 여성복 런칭을 결심한 배경에는 영국 디자이너를 지지하고자 하는 매치스 팀의 확고한 의지가 담겨 있다. “아직 초기 단계에 있는 그녀의 컬렉션은 안드로지너스하고 남성적인 스타일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남자 친구와 여자 친구가 서로의 옷장을 넘나드는 크로스 드레싱”에 비유하며 소개하는 나탈리는 그녀의 무척 강하고 독특한 시각에 끌려 여성복 런칭을 결심했다고 한다. “조개 껍질 디테일은 무척 여성스럽고, 그녀의 남성복에는 럭셔리한 트위스트가 있어” 여성복 기준으로 사이즈를 변경하고 재단한 컬렉션을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레이스의 여성복 컬렉션은 이미 매치스패션닷컴을 통해 판매가 시작되었다.

‘한국은 아시아로 향하는 문’이라는 강력한 에너지에 끌려 유럽의 섬나라 영국을 통해 두 대륙간에 서서, 눈에 보이지 않는 브릿지 역할을 자처하는 동안 접하게 된 런던의 비하인드 씬은 여전히 무척이나 흥미롭다. 그리고 이곳에서 이들을 향해 새로운 크리이에티비티가 끊임없이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어떤 영감 원천이 있을까 수 많은 질문들을 던져보기도 한다. 풍부한 문화 유산 (heritage)은 잡지, 학교, 기관은 물론 디자이너도 100주년을 축하하는 선구자 영국이기에 가능한 것이지만 이들이 앞으로 전진해 나가는 힘은 바로 연합이다. 그리고 완전한 연합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는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이들은 계속해서 새롭거나 다르거나 독특한 질문들을 서로에게 던지며 그 지적인 자극을 통해 함께 성장해 나간다. 신인 디자이너들의 행보에 가슴이 벅차는 이유는 패션이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자질, 크리에이티비티가 옷을 통해 아름답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막강 신인 파워 안에 더 많은 한국계 디자이너들의 합류가 예고되는 가운데 (졸업을 앞둔 이들의 실력이 예사롭지 않다)  우리도 한번쯤은 경쟁과 도전을 넘어서서 더 많은 질문들을 던지는 용기를 가져봤으면, 조심스럽게 희망해본다.

글/ 여인해
사진/ BFC 제공, 디자이너 제공, Matchesfashion.com 제공

이 글은 <Dazed&Confused> 코리아 6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