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ingerInterview

Creative Greed of CRAIG GREEN, 크레이그 그린 인터뷰

"We start really far away from what we were working on the season before but naturally it always goes back into a similar energy. I think consistency is important, especially when it’s our aesthetic. 컬렉션의 시작점은 지난 시즌과 멀고 다를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유사한 에너지를 품게되는 것 같아요. 지속성은 중요해요. 왜냐하면 우리만의 미학이니까. "
Photo by Bruno Staub

Photo by Bruno Staub

 

크레이그 그린 Craig Green

크레이그 그린은 현재 영국에서 주목받는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 2013년 런던 컬렉션으로 데뷔한 그는 졸업 후 5년 만에 패션 어워드에서 ‘2016 영국 남성복 디 자이너상’을 수상했다. 구조적·입체적인 디자인으로 자신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만들어가는 그는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있다. 

'2016 영국 남성복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크레이그 그린(Craig Green).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MA 과정 졸업 이후 5년 만에 그의 컬렉션은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고, 런던 패션 위크의 가장 핫한 쇼로 주목받고 있다. 지극히 남성적인 워크웨어(Workwear)도 그의 손을 거치면 로맨틱한 프린트를 입게 되고, '보호'를 상징하는 각종 스트랩은 오래전부터 그를 드러내는 브랜딩 역할을 하고 있다. 크레이그 그린 컬렉션을 향한 패션 지지층이 날이 갈수록 두터워지는 이유는 모두가 그의 성장 과정에 함께 하고 있으며, 작업 하나하나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캣워크 쇼를 마치고 생산 과정에 한창 바쁜 날을 보내고 있는 크레이그 그린을 런던에서 만났다.

런웨이에 펼쳐진 아름다운 남성복

Q.  지난 1월 런던 패션 위크 맨즈에서 선보인 2017 F/W 컬렉션은 기대 이상이었어요. 당신만의 히어로 피스를 꼽는다면 어떤 룩인가요?
A. 카펫 룩요.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시도였고, 결과적으로 수도사를 연상시키는 로브(Robe)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요. 인도 공장을 몇 차례나 오가며 위빙 작업을 체크했어요. 보머 재킷의 레터 패치에서 시작해, 영국 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펫, 포르투갈과 터키의 타일 건축물 패턴을 본떠 제작했죠. 남성적인 심벌은 아름답다는 소리를 못 들어요. 그래서 그걸 더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싶어요.

Q. 이음새도 없이 펄럭이던 카펫 룩이 바이어들을 위한 쇼룸에서는 ‘입을 만한’ 룩으로 완성된 모습이 인상적이었요.
A. 하하. 마치 카펫 위에 누워 있다가 그걸 입고 일어나기로 하듯 카펫과 하나가 된 남성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극도의 비쥬얼을 선보이기 위해 고민하지만 그것은 옷으로서 입을 수 있는 룩이어야 해요.

Q. 매 시즌 당신만의 색깔이 묻어나고 그것이 또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는게 흥미로워요. 새로운 걸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어떻게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죠?
A. 매 시즌 지속적인 비젼을 유지하지 않는 브랜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의식적인 건 아니예요. 컬렉션의 시작점은 지난 시즌과 멀고 다를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유사한 ‘에너지’를 품게 되는 것 같아요. 지속성은 중요해요, 왜냐하면 우리만의 미학이니까.

Q. 크레이그 그린 브랜드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나요?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있다면요?
A. 최근에 ‘퍼머넌트 컬렉션(Permanent Collection)’을 개발했어요. 브랜드의 미학을 염두에 두고 남성들이 어떻게 우리의 옷을 입는지를 고민한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남성들의 옷장 속에는 버버리의 ‘트렌치’와 바버의 ‘왁스 재킷’이 있어야 해요. 거기에 크레이그 그린 ‘워크웨어’ 재킷이 함께했으면 하는 게 궁극의 바람이고요.

Q. 워크웨어 재킷이라면?
A. 누빔 디테일의 라인이 돋보이는 기본 재킷요. 겉에 포켓이 있어요. 가장 클래식한 핏을 완성하기 위해 이탈리아 공장과 긴밀하게 작업해요. 퍼머넌트 컬렉션에서는 남성들의 옷장 속에서 중요한 옷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캣워크 쇼는 극단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룩으로 작업해요. 브랜드 안에서 두 부분을 동시에 개발하는 셈이죠.  

Q. 매 시즌 컬렉션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나요?
A.  브랜드 중심에는 늘 워크웨어와 노동력, 그리고 글로벌화한 세상 속에서 더 많은 사람이 같은 걸 향유하는 삶을 로맨틱하게 조명하려는 욕구가 있어요. 대부분 쇼를 준비하기 전 우리를 이끄는 원동력은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한 ‘반응’이고, 이것을 토대로 하나의 무드를 만들어가요. 그리고 논의를 이어가죠. 보통 벽에 컬러 블록을 붙여놓고 그걸 기반으로 옷으로 완성하는 작업을 해요. 아마도 사람들이 늘 알아보는 모노톤의 컬러 블록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일 거예요. 

Q. 크레이그 그린이 전하는 메시지에는 늘 입체적인 형태가 등장해요. 당신에게 중요한 요소들인가요?
A. 졸업 작품 쇼는 전부 다 3D 입체 조형물이었어요. 모델들이 입은 옷은 그저 몸을 가리기 위한 형태에 지나지 않았죠. 주인공은 옷이 아니라 조형과 구조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비전이었어요. 시작이 그랬던 만큼 우리 브랜드의 DNA안에 깊숙히 내재되어 있어요. 컬렉션을 작업할 때도 모델들에게 옷을 입히고 다시 재단하거나 공장에서 온 미완성된 옷을 다시 재구성해요. 쇼를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도 무언가를 자르거나 재부착할 정도예요.

Q. 당신의 컬렉션에는 ‘기능(Utility)’과 ‘형태(Form)’가 공존하는 게 흥미로워요.
A. 맞아요. 처음부터 제 컬렉션은 ‘종교’와 ‘워크웨어’의 관계를 조명하는 것이었어요. 하나는 ‘영혼’을, 다른 하나는 ‘육체’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옷의 형태죠. 그래서 옷의 기능을 바라보는 것이고, 동시에 기능적으로 보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점을 주목한거예요. 예를 들어 벨트와 스트랩 등은 어떤 기능도 하지 않거나, 또는 옷의 룩을 완전히 변형하는 도구가 되기도 해요. 그렇게 스트랩을 통해 완성된 룩에는 오래도록 전해 내려온 기술로 발현된 아름다움이 있어요.

 

"There’s always that idea of taking something that isn’t so beautiful like the symbols of masculinity and trying to romanticise that idea in some kind of a strange way. 남성적인 심벌은 아름답다는 소리를 못 들어요. 그래서 그걸 더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싶어요."

새로움에 대한 발견, 그리고 표현


Q. 그러면 어떤 식으로 옷에 브랜딩을 표현하나요?
A. 우리에게 브랜딩은 ‘끈(String)’ 이에요. 단순한 셔츠 뒷면에도 스트링 디테일이 들어가요. 일종의 미니멀한 브랜딩이죠. 스트링 안에 작은 금속을 넣어 고정해요. 그런 면에서 일종의 주얼리 같기도 하죠.

Q.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당신 컬렉션의 힘은 곳곳에 디테일로 자리하고 있는 이런 형태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매 시즌 새로움은 어떻게 더하고 있나요?
A. 전 시즌 컬렉션에 대한 반응이죠. 예를 들어 2014 F/W 컬렉션에는 핸드페인팅한 거대한 천 조각을 과장되게 작업해 로맨틱함을 표현했어요. 2015 S/S 컬렉션에는 블루 컬러와 깃발이 등장했고, 미니멀한 룩을 선보였죠.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켜, 이후 스트릿 패션 룩을 장악한 컬렉션) 2015 F/W 컬렉션에는 구멍 뚫린 점퍼가 등장했고, 밀리터리와 아우터 웨어 등 남성성에 초점을 뒀어요. 2016 S/S 컬렉션에는 실크와 가죽 룩에 레이스 디테일을 통해 ‘보호’에 대한 부분을 재조명했어요.

Q. 말하자면 대화 같은 건가요?
A. 맞아요. 스튜디오 안에서 오가는 대화를 통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흥미로움을 좇다가 완성되는 이야기 같은 거예요. 게다가 퍼머넌트 컬렉션이 있으니, 매 시즌 새로운 컬렉션을 통해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거죠. 

Q. 매장에 론칭하는 2017 S/S 컬렉션도 소개해주세요.
A. ‘깃발’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컬렉션은 어딘가에 속한다는 상징성을 주시했어요. 예를 들어 스카우트에 속했던 어린 시절 흉측한 색상의 스카프를 매야 했던 추억을 떠올렸죠. 스카프 색상과 디자인은 소속된 지역을 상징했는데,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컬러풀한 스트라이프 디테일의 스카프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표백 과정을 통해 채도를 낮췄어요. 일부러 손으로 작업해 채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상반되는 룩을 만들었죠. 여기에 가족을 연상시키는 패치워크 담요도 등장하고, 캣워크의 마지막에는 남성들이 입은 의상의 뒤를 다 재단해 또 다른 깃발을 연상시켜요.

Q. 처음에 등장하는 핀스트라이프(Pinstripe) 소재의 룩도 무척 흥미로워요.
A. 모든 남성들이 착용하는 또 하나의 유니폼이지만 우리는 한번도 작업해보지 않아서, 이 소재로 작업을 해봤어요. 일하는 남성들의 슈트에 자주 쓰는 소재를 이용해 우리는 ‘사람 깃발’을 만들듯 작업했어요. 실루엣은 침대 위에서 입을 법한 파자마 룩이고요.

Q. 패션계가 요동치는 요즘, 런던은 어떤가요?
A. 런던은 언제나 흥미로운 도시지만, 최근에는 분명 변화하는 에너지가 느껴져요. 큰 브랜드 대부분이 런던을 떠나고 신진 디자이너들의 활약상이 돋보이고 있어요.

Q. 2016년 영국 남성복 디자이너로 선정되었는데, 기분이 어때요?
A. 쇼킹했어요! 영국 패션 협회의 <GQ> 펀드 수상자로 호명되었을 때도요. 사람 깃발과 사람 카펫을 만드는 우리가 그런 큰 상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어요.

Q. 가장 존경하는 멘토는 누구인가요?
A. 지금은 고인이 되신 루이스 윌슨 교수요. 패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패셔너블하게 드레스업하지도 않았고, 패션 피플 같이 행동하지도 않는 나에게 교수님을 만난 것과 센트럴 세인 마틴의 석사 과정은 모든 것의 시작이었어요.

Q. 일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A. 런던 북서쪽에서 어릴 때부터 살았는데, 이곳은 초록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곳이예요. 일 때문에 동쪽인 해크니로 향하지만, 이곳에서 며칠이라도 벗어날 수 있어 좋아요. 친한 친구들이 여전히 동네를 지키고 있고요. 마치 런던에서 이중 생활을 하는 것 같아요.

Q. 가장 행복한 순간은요?
A. 일할때요.

글/ 여인해
사진/ 크레이그 그린 제공, Bruno Staub

이 글은 <Boon the Shop> 매거진 SS17호에 실린 글입니다.

THE AVANT GARDENER, Dries Van Noten 드리스 반 노튼 인터뷰

‘안트워프 6’ 중 한명으로 출범해 30년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온전히 본인이 수장이 되어 독립적인 회사로 운영하는 드리스 반 노튼은 이 시대 패션계의 천연기념물이다. 그는 한해에 8개에서 10개의 컬렉션을 쉬지 않고 만들어내라고 요구하는 패션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는다. 이유는? 그에게는 옷을 제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귀중한 시간을 고스란히 옷에 아름답고 깊은 색채와 자수, 이야기와 시각, 재단과 드레이핑으로 담아 눈에 보기에도 몸에 걸치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창조물’로 완성한다. 30년 동안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은 오늘도 계속해서 앞을 향해 전진 중이다.  

 

“드리스 반 노튼입니다.”  전화기 넘어로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깊은 울림이 인상적인 저음의 톤이었다. 밀라노에 있는 컬렉션이 일요일 넘어 월요일이 되는 자정에 파리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은 그를 비롯한 스튜디오 모든 팀에게 가장 예민한 시간이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드리스 반 노튼은 그가 이루고 싶은 것,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을 차분한 음성으로 들려줬다. 매 순간 진화하기를 꿈꾸는 그와 나눈 강렬하고도 영감 가득한 대화를 소개한다.

Q. 벨기에는 지금 이른 저녁일 텐데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나요?
A. 모두가 대기 중인 동안 나는 다음 시즌 남성복 컬렉션의 페브릭 작업에 한창이다. 아직 전 시즌을 온전히 마무리하기도 전에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패션은 정말 괴상한 궤도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패션이니 뭐 어쩔 수 없지 않나.

Q. 당신의 옷 하나하나 안에는 정말 수 많은 ‘이야기들’이 보석처럼 아름답게 수 놓여 있고 그 이야기들을 모르는 이들조차도 당신의 옷에 이끌린다. 어떻게 수 많은 요소들이 하나의 옷에 그렇게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을까?
A. 컬렉션 하나를 제작하기까지 수 많은 자료 조사와 연구, 그리고 심층 분석의 과정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지만, 프리 컬렉션과 리조트 컬렉션을 선보이는 ‘패션 시스템’을 우리는 따르지 않기 때문에 일년에 4번의 컬렉션 제작이라는 좀 더 ‘여유 있는’ 과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굳이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나에게 컬렉션의 시작은 온전히 페브릭이기 때문이다! 페브릭 제작을 위해 이미 굉장한 요소들과 자료와 영감들이 동원되는데, 완성된 페브릭만 봐도 이것이 쉽고 빠르게 작업할 수 없는 복잡한 과정을 수반하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모두 담아야 한다. 물론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의 목적은 옷을 만드는 것이니까. 하지만 좋은 시작이다. 왜냐면 전체 컬렉션이 ‘강렬하게’ 창조될 수 있는 환경이 시작된 거니까.

Q. ‘강렬하다 (intense)’라는 단어가 너무 좋다. 당신의 표현이 더 좋은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한 단어는 실은 ‘한결 같다 (consistent)’는 단어였다. 브랜드 런칭 이후 드리스 반 노튼만의 브랜드 무드가 있고 그것이 한결 같이 지속된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다. 당신만의 앞으로 전진하는 노하우는 그렇다면 무엇인가?
A. 나는 멈춰 서 있고 싶지 않다. 나는 진심으로 지금을 위한 옷은 물론 미래를 위해 디자인하고 싶다. 나는 과거와 전통을 무한히 존경하고 특히 그 기술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래서 모든 아트 스쿨이 아티스트들이 되고자하는 학도들에게 추상 미술을 탐하기 전 먼저 순수 미술을 익혀야 한다고 가르치듯, 패션도 비슷한 면이 있다고 여긴다. 패션 역사를 익히고 무엇을 위해 컬렉션을 작업하는지 인지하며 인체는 물론 무엇이 좋은 디자인하고 우아한지 남성과 여성 각각에게 어울리는 바에 대해 먼저 알아야 자신만의 ‘룰’을 형성해나갈 수 있다. 그 전에는 본인이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을 갖기 어렵다. 전통에 대한 존경심은 나의 디자인 세계에 무척 중요한 귀감이고, 이제는 어느 정도 아카이브를 갖는 디자이너가 되어 나만의 역사가 있다는 좋은 점이 있지만, 나의 크리에이티브 팀은 점점 더 영해지고 있고 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만든 컬렉션이 있다는게 무척 흥미롭다. 그들의 의견과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즐겁다.

Q. 지금 패션계 안에서 당신을 가장 흥분시키는 것과 화나게 하는게 있다면 무엇일까?
A. 난 언제나 패션에 흥분하는 편이다. 나에게 패션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고, 우리는 가끔 이미 글로 패션에 대해 불만을 토하는 반면 그것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자극하기도 하니까. 나에게 컬렉션은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난 언제나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고, 앞서 만든 컬렉션과의 경쟁이자 내 눈이 주목하고 있는 것들과 경쟁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독립적인 브랜드로서 모든 걸 다 뒤엎고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그건 분명 흥미진진한 과정이다.

Q. 맙소사, 모든걸 뒤엎는게 흥미진진하다니 당신은 과연 크레이어터다. 하지만 분명 독립적인 브랜드로서 가진 그 크레이티브 자유는 중요한 자산이다. 당신에게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오늘날 패션이 움직이는 이 미치도록 빠른 스피드에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A. 이것이 현실이다. 독립적이라는게 때론 무척 로맨틱하고 좋게 느껴지지만, 예를 들어 생산 관련해서 생기는 문제 등에 있어 대기업에 의존할 수 없다는 불리한 점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유리한 점이 많은게 사실이다. 어떤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크리에이티브한 자유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게다가 우리와 함께 일하는 제조업자들에 대한 책임감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매 시즌 컬렉션에 자수를 포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작업을 위해 인도에 고용한 천명 넘는 인력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컬렉션을 이끄는 영감과 레퍼런스가 이런 다양한 환경과 어울러져 완성되는 여정을 걷게 되는 것이다.

Q. 컬렉션을 준비하지 않을 때에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A. 나는 파트너와 함께 매우 특별하고 멋진 집에 살고 있다! 아름다운 정원이 있어서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실 아주 재밌고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굳이 멀리 여행을 떠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Q. 당신의 정원에 대해 얘기해달라. 어떻게 생긴 정원인가? 잡지를 통해 당신의 아름다운 정원을 본적이 있는데, 당신이 직접 가꾸는 것인가?
A. 무척 거대한 정원이다. 아주 오래된 ‘공원’인데 20년전에 (이 집과 함께) 구입했고 정원의 뼈대 구조는 17세기의 것이니 그 곳에 오랜 시간 정원이 자리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으로 정원이 꾸며진 것은 1840년이고, 대부분의 나무들이 1840년에서 1880년 사이에 심어졌다. 하지만 1940년과 45년 사이 일어난 2차 세계대전 당시 정원이 폐허가 되었고 이후로 돌보지 않아 나무의 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들여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등록된 정원 (역사적인 장소를 함부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하는 유럽의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덕분에 새롭게 개발할 여지가 있어서 좋다.

Q. 런던에 살면서 정원의 아름다움에 대해 조금 알게 된게 있다면 때마다 다른 꽃들이 피어나도록 심어진 놀라운 조화다. 런던과 그곳의 날씨가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방법으로 정원을 가꾸지 않을까? 지금 정원의 모습은 어떤가?
A. 맞다, 런던과 날씨가 거의 똑같다. 지금은 가드너에게 무척 행복한 시기이다. 왜냐면 1월과 2월이 되면 첫 눈이 내리는데 이때 정원으로 들어가 첫 새싹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월이면 풍년화 (witch hazel)가 꽃을 피우며 정원에도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5월이 되면 모란과 장미 (rosen) 등 아름다운 꽃들이 산더미처럼 정원을 가득 메운다. 너무 아름답고 너무 좋다! 날씨가 좋을 때는 정원에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지만지난 몇 주간은 비가 계속되는 축축하고 추운 날씨라서 그러질 못했다. 

Q.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침은 무엇인가?
A.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침 식사는 일요일 아침 갓 구워낸 빵을 먹는 것인데 우리 집에 정말 아름다운 ‘브렉퍼스트 룸 (Breakfast Room, 거실이라고도 불리우는)’이 있다. 통 유리로 된 창이 있어 안으로 열거나 밖으로 열 수 있는데 이 창을 열면 정원 안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실제로는 실내에 있는 그런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정말 아름답다. 모든 창을 다 열면 테이블 바로 앞까지 정원 속 모든 자연이 밀려들어와 펼쳐지는데, 정말 황홀하다.

 Q. 그러고보니 당신의 컬렉션이 다채로운 이유도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당신의 컬러 팔레트 안에는 밝고 팝한 컬러 보다는 화려하고 깊은 색조가 가득한데 당신의 가드닝에 대한 사랑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우리는 짐작한다. 사실 자연은 패션은 물론 예술과 건축, 도시, 문화 등 다양한 분야 속 창조적인 활동을 자극하는 중요한 영감이다. 그리고 당신의 컬렉션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잘 해석되어 표현되고 있다. 자연의 어떤 점이 당신을 자극하나?
A. 자연은 내가 아는 현재 안에서 모든 곳에 존재한다. 그리고 내가 도시가 아닌 외곽 지대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자연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일상이 너무 바쁘고 지친 날이면 도시에 머무르지 않고 저녁이면 리에르(Lier)의 집으로 운전하고 돌아와 다음날 아침 꼭 정원으로 개와 함께 산책을 나간다. 이렇게 시작하는 하루는 자연스럽게 무척 다른 하루가 될 수 밖에 없다.

Q. 당신은 아티스트 알렉산드라 케하요글루 (Alexandra Kehayoglo)가 만든 이끼 카펫에서 컬렉션을 전개하기도 했고 모델들의 가슴에 백합을 달기도 했다. 정원에 대한 당신의 특별한 애정을 캣워크 위에서 또 볼 수 있을까?
A. 물론이다. 내 컬렉션 안에서 정원에 대한 영감을 보는 일은 흔한 광경이지만, 동시에 나는 정원사 (gardener)다. 나는 자연에 무한한 존경심을 갖고 있고, 내가 하는 일에 자연을 직조해 투입하는 작업을 하지만 (weave nature into things that I do) 우리가 만드는 것은 패션이지 자연이나 창조주에 대한 오마주는 아니다. 어떤 시즌에는 더 눈에 확연히 띄겠지만 또 그렇지 않은 시즌도 있을 것이다.

Q.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자연과 함께 있을 때인가?
A. 아침에 일어나 산책하러 나갔는데 날씨가 화창할 때인 것 같다. 햇살도 있고 새들도 노래하고. 나는 삶 속에 찾아오는 작은 기쁨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에디터/ 여인해

이 기사는 <Boon the Shop Magazine> 2016 SS 에 실린 기사입니다.

London Calling, Eudon Choi

지난 9월, 4대 패션 위크의 2014년 봄/여름 컬레션 스케줄이 한창이던 당시 스타일 닷 컴 메인 페이지 커버로 유돈 최 컬렉션이 등장했다. “저도 어떻게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2번째 커버라 저흰 마냥 신났죠.” 디자이너 유돈 최를 만나기 위해 런던 동쪽에 자리한 그의 스튜디오를 찾았다. 스타일 닷 컴 커버 등극에 대해 축하 인사를 전하자 유돈이 머쓱해 했다. 유돈은 사실 한국에서 막 삼성 패션 디자인 펀드상을 받아 들고 돌아왔다. 3번째 수상으로 (소문에 의하면 준지 이후 3회 수상자는 처음이라고) 한바탕 축하를 받아 얼떨떨하다는 유돈. 유돈은 <보그> 코리아의 인터뷰 요청에 귀국하자마자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침 일찍 스튜디오를 찾았다. 그는 입학 조건이 까다롭고 졸업하기는 더 힘들다는 로얄 컬리지 오브 아트 (RCA)의 여성복 MA 과정을 거쳐 올 세인츠와 트웨니 에잇 트웰브 (시에나와 사바나 밀러 자매가 런칭하던 당시)의 수석 디자이너로 활동하다 돌연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한 패션계 엘리트 디자이너다. 게다가 최근에는 입성하기 힘들다는 런던 패션 위크 온 스케줄에 당당히 발을 들여 놨다.

“RCA는 석사 과정 전반에 걸쳐 패션 업계의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혹은 후원금이 걸린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패션 비즈니스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는게 특징이고요.” 스타 디자이너를 배출하는 루이즈 윌슨 사단의 센트럴 세인 마틴과 늘 비교의 대상이 드는 RCA는 옷을 디자인하고 제작해서 완성해내는 기술적인 면이 강하다. 한국에서 이미 경력을 쌓고 온 (한섬의 타임 옴므 런칭 멤버) 유돈에게 이런 학교 과정은 유리하게 적용했다. 외부 심사위원 자격으로 투입된 막스 마라 디렉터는 유돈이 디자인한 옷의 완벽한 마무리 작업을 보고 감탄했을 정도. 남성복 경력만 있지, 여성복 경험이 없던 유돈은 ‘이거 너가 만들었어?’ 라는 그녀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옷을 어떻게 만들어야하는지 몰랐지만, 어떻게 완성되어야 하는지는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옷의 선, 마무리, 디테일, 소재 등 옷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데 타협할 수 없는 것은 무엇이 냐고 묻자, 유돈은 “옷에는 디테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어울러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느 하나 안 중요한게 없죠.” 라고 답한다. 그 중에 굳이 꼽으라면 유돈은 선과 마무리, 소재를 빼고 옷을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최유돈의 런던 작업실은 그의 외모만큼이나 단정하게 정돈되어 있다. 이곳에서 <닥터 지바고>와 덕혜 옹주에게 영향을 받은 AW13 과 SS14 컬렉션이 탄생했다. ©서원기.

RCA는 비교적 적은 숫자 (유돈의 클래스는 여성복만 대략 17명)를 받기 때문에 한 두명의 탈락자만 있을 뿐 거의가 졸업 작품 쇼에 선다. 고민 끝에 모~~든 한국 유학생이 다하는 한복을 소재로 한 ‘기생이 스튜디도 54를 가다!’는 주제의 졸업 컬렉션을 선보였다. “너무 뻔하지 않게 조금 다르게 해보겠다고 결심하고 모던하게 풀었어요.” 기생의 옷을 염두한 구성은  70년대 트렌치 코트를 두루마기와 콤비네이션하는 형태로 완성됐고 유돈의 해석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덕분에 피날레를 장식한 유돈의 컬렉션은 바로 도버 스트릿 마켓에 판매됐고, 막 매장에 설치를 마치자 마자 제이드 재거가 매장에 들어섰다. 그녀는 ‘촥촥촥촥’ 옷을 훑어보더니 두 벌을 즉석에서 구입했다! 마침 그 자리에 있던 유돈은 비앙카 재거, 할스톤, 이브 생 로랑, 앤디 워홀이 파티하던 당시에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룩이라는 부연 설명을 곁들이며 “너희 어머니가 내 뮤즈야!”라며 반가워 했다. 제이드는 후에 자신의 브랜드를 위해 일해보지 않겠냐며 스카웃 제의를 하기도 했다.  

유돈에게는 이미 내정된 자리가 있어 아쉽게도 거절. 그에 앞서 1년전에 제안된 자리는 스트릿 감성은 풍부한데 테일러링이 약하다며 이 부분에 대해 보완해달라는 미션을 들고 온 하이 스트릿 브랜드 올 세인츠의 수석 디자이너 자리. ‘아름다운 옷을 만들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에 내심 하이 패션을 탐하던 유돈에게는 고민되는 제안이었다 (당시는 석사 과정에 푹 빠진 학생의 위치). “<보그> 코리아의 기사 중 당시 끌로에 수석 디자이너이던 스텔라 맥카트니와 그녀의 오른팔 피비 파일로에 대한 얘기가 있었습니다. 영국만의 하이 스트릿 감성을 끌로에에 영입 시킨 피비의 이야기에 끌려 무작정 올 세인츠 행을 결심했어요.” 하이 스트릿 감성은 잘 모르는데? 하며 수락한 자리는 유돈에게 컬렉션을 경영하고 팀을 이끌고 가는 조직적인 노하우까지 안겨주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컬렉션에 대한 꿈은 트웨니 에잇 트웰브의 런던 패션 위크 데뷔 쇼에 대한 충격의 결과였다. 예정에 없던 브랜드 런칭쇼는 그 시즌 가장 핫한 티켓으로 화제 만발! 컬렉션의 반 이상을 수석 디자이너인 유돈이 완성해냈는데, 프렌체스카 번스 (iD와 Love를 거쳐 현재 영국 <보그> 패션 에디터)가 스타일링하고 칼리 클로스, 조던 던 등 꿈의 모델들이 자신의 디자인을 입고 캣워크를 내려가는 모습에 쇼 맛을 알았다고 한다. “뭔가 대개 아름다운 옷을 만들고 싶다는 갈망 하에 제 이름을 건 작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전략도 계획도 없었다. 그저 열정을 따라 움직였을 뿐인데 시작 단계에서 세일즈를 함께하는 PR이 생겨버렸다 (전에 함께 일했던 매니저). 얼렁뚱땅 시작한 컬렉션은 바로 6개 매장에 팔렸고, 유돈의 이름은 에디터들과 블로거들 사이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며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고 있었다.

오프 스케줄로 시작한 작은 컬렉션을 보며 ‘내가 런던 패션 위크에 서고 있다니’ 감동한 것도 잠시, 뉴젠상에 지원했지만 낙방했다는 소식이 전달됐다. “사라 무어가 직접 메일을 보냈어요. 최종 10인에 들었지만, 아쉽게도 떨어졌다고요.” 사라는 대신 실망하지 말라며 새로 생긴 엘르 런칭 패드에 지원해보라고 권했고, 합격한 유돈은 <엘르> 영국의 나탈리아 완즈보루우-존스 시니어 패션 에디터의 서포트를 받게 되었다.

온 라인 스케줄로 들어간 사연은 좀 독특하다. 뉴젠상이 안되고 낙심하려는 찰나, 영국 패션 협회는 온 스케줄 할래? 후원 받을래? 라는 난제를 던졌다. 뉴젠 수상자라고 다 온 스케줄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 삼성 패션 디자인 펀드에 삼수해서 수상한 첫 시즌이라 과감하게 온 스케줄 쇼를 붙잡았다.  

유돈이 가장 애착 갖는 컬렉션으로 꼽는 온 스케줄의 바로 그 첫 프리젠테이션 쇼! 2012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아웃도어 풍의 스포츠 웨어를 해야겠다는 영감에서 시작해 영국의 북극 탐험가 영웅인 스콧 선장 (Captain Scott)을 주제로 준비했다. 친분이 있던 와핑 프로젝트 (런던 동쪽 외곽에 자리한 수력 발전소를 개조해서 만든 전시관) 디렉터인 줄스 와이트의 도움으로 써머셋 하우스 안 포티코 룸 (공식 프리젠테이션 장소)에 북극 탐험 환경이 완성됐다. “저희는 무드를 만드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포티코 룸에서의 쇼는 자칫 고루하고 재미없을 수 있다는 주변의 조언에 귀 기울여 씨어터 디렉터 출신인 줄스의 도움을 받은게 적중했어요.” 화이트 백 드롭에는 줄스에게 소속된 비디오 아티스트가 그동안 촬영한 북극씬이 상영됐고, 화이트 일색의 컬렉션을 입은 모델들은 스콧 선장 탐험대의 기념 촬영 씬을 피날레로 연출, 박수 세례를 받았다. 스콧 선장은 영국인들에게 전설의 탐험가로 기억되는 인물로 마침 그해 북극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지 100주년이 되던 해였다.

“그 다음 2013 봄/여름 컬렉션에는 스페이스 오딧세이가 주제였는데 그때부터 식스 업이라는 프로덕션 회사와 일하게 되었습니다.” 씨어티 출신 줄스 덕분에 적은 비용으로 극적인 효과를 연출하는데 성공한 이후 (줄스가 힘들어서 더 이상 못하겠다고 선언) 유돈은 해미쉬 바울즈 파티 (<보그>에도 소개된)는 물론 자하 하디드, 디젤, H&M 등의 행사를 기획하는 식스 업과 손을 잡았다. 러시아 민속 밴드의 연주 속에 민속 의상을 주제로 쇼를 한 2013년 가을/겨울 ‘닥터 지바고’에 이어 2014년 봄/여름 컬렉션에는 ‘덕혜 옹주’에게 쇼를 바쳤다.

“안나 윈투어와 프랑카 소짜니가 주최한 ‘보그 탤런트’ 에 초대받아 컬렉션을 들고 간적이 있는데 그걸 보고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뭔가 한복적인 요소가 보인다고요.” 그러고보니 그의 눈에도 흰색 깃을 더한 코트에는 두루마기 느낌이, 빨간색 통바지 같은 경우 다홍치마 느낌이 풍겼다.

“덕혜 옹주는 한복 보다는 그녀의 스토리에 포커스를 뒀습니다. 비운의 마지막 옹주의 이야기가 동양의 모든 나라의 이야기 같아서 끌렸어요.” 한국적인 소재를 사용하려고 생각하지 않아도, 그에게는 한국의 감성이 깊숙히 베어있다. 그것이 디자인적인 요소로 혹은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시각으로 표출되는 건 당연한 일이지도 모른다.  

유돈은 케링 사 (구찌 그룹인 PPR의 변경된 명칭)의 후원을 받아 다음 단계를 밟는 크리스토퍼 케인의 사례는 ‘영국 패션 협회가 맺은 역사적인 결실’이라고 표현한다. 졸업 이후 쉬지 않고 계속 디자인만 하는 유돈에게도 런던은 가장 고마운 패션 잉큐베이터다. 하지만 경쟁 구도 역시 만만치 않다. 런던에서의 서바이벌 팁은 무엇일까? “그저 자기를 믿고 자기껄 하는 거죠.” 그가 진지하게 말을 잇는다. “디자인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건 웨어블해야 한다는 것이고, 젊은 디자이너로써 크리에이티브한 것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두 가지를 겸비하고 싶지만 중요한 건 발란스죠.” 그래서 지금 이 순간도 입을 수도 있고 동시에 재밌는 옷은 무엇인가 고민 중이다. 유돈에게 다음 단계는 리조트 컬렉션 런칭이다. “디자이너들이 하루 아침에 무너지는 살벌한 비즈니스입니다. 지금까지 잘 이끌고 왔지만 다음 단계로 잘 넘어가야죠.” 인터뷰 며칠 뒤 예정된 영국 패션 어워즈 시상식과 12월에 있을 와핑 프로젝트의 클로징 파티 (와핑이 문을 닫는다!) 등 바쁜 일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지만 오늘은 런던의 숨겨진 비밀이라고 자랑하는 (그의 집은 런던의 남동쪽에 자리한 헌힐) 그의 집 앞 공원 (저택 소유의 공원이 화재로 시에 넘어가 공영화 된 곳)으로 향할 예정이다. 시간이 허락되면 근처 브릭스턴 마킷에서 요즘 푹 빠진 버거와 로즈 마리 솔티드 감자튀김을 먹으러 갈지도 모를일. 유돈 최의 리조트 컬렉션은 2014 가을/겨울 컬렉션 이후 바로 런칭할 예정이다.

글/ 여인해
사진/ 서원기
이 글은 <Vogue> 코리아 2014년 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