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디자이너

NEW FASHION GENERATION, 새로운 패션 세대

지금 영국에서는 디자이너 브랜드와 견줄 만한 신진 디자이너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새로운 시도로 자신만의 스토리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EDWARD CRUTCHLEY FW16 LOOKBOOK © Courtesy of the house

EDWARD CRUTCHLEY FW16 LOOKBOOK
© Courtesy of the house

강력한 신진 디자이너의 등장

런던에서 밀라노, 파리, 뉴욕으로 이어지는 남성복 패션 위크 행렬이 진행되던 1월 중순, 런던의 영국왕립예술대학 (Royal College of Art, RCA)에서는 ‘토크 라이브’ 행사가 한창이었다. 행사는 패션 석사 과정 학생들이 패널로 참여해 토론을 이어가는 자리. 학과장 조이 브로치(Zowie Broach) 는 학기 초면 한 주간 ‘토크, 토론, 드로잉(Talk, Debate, Draw)’하는 세션을 기획한다. 주제는 신경과학에서부터 자본 주의에 이르기까지 ‘패션’의 영역을 넘어서는 폭넓은 분야를 다 룬다. 패션 학도들은 이번 시즌 어떤 트렌드가 유행이고 어떤 컬렉션이 히트했는지를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들이 질문을 이어간 주제는 세상 속 이야기들이었다. 조이 학과장은 토크 시리즈를 기획한 배경에 대해 “RCA의 시작점은 전통적 인경계를 넘어서서 새로운 시각을갖고새로운답을 찾기위한 과정이에요”라고 말한다. 디자이너에게 시작점은 정체성을 찾는 길과 연결되어 있고, 그것은 컬렉션과 직결된다.

ROBERTS WOOD SS17 CAMPAIGN © Courtesy of the house

ROBERTS WOOD SS17 CAMPAIG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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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CA를 졸업하고 존재감을 드러내는 신진 디자이너는 여성복과 남성복에 걸쳐 골고루 있다. 두번째 컬렉션을 성공적으로 선보인 로버츠 우드(Roberts Wood)는 디아크 콘셉트를 통해 파리에서 세일즈 캠페인을 전개한다. 디아크의 디렉터 바바라 그리스피니(Barbara Grispini)는 그녀를 “뛰어난 공예술 을 통해 디자인 하나하나에 시적 요소를 담는 디자이너”라며 극 찬한다. 졸업 작품의 연장선으로 발표한 그녀의 2017 S/S 컬렉션은 전 세계 11개 도시에서 판매 중이다. 남성복 디자이너로는 지난해 졸업 작품을 발표하고 런던 패션위크에 캣워크를 선보인 페르 예테손(Per Götesson)도 주목할 만한 신인. 거친 데님 소재를 이용해 부드럽게 흘러내리는 실루엣을 표현하고, 스트리트 웨어에 낭만을 담을 줄 아는 페르 예테손의 컬렉션도 전 세계에 존재감을 알리는 중이다.

영국 패션 협회장 캐럴라인 러시(Caroline Rush)는 100년 전통의 영국 아트 스쿨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고 말한다. “아트 스쿨은 창의성은 물론 생각의 자유를 권장하고, 그것은 컬렉션을 통해 풍성하게 표현돼요. 협회는 이들의 창의적 컬렉션 이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고요.” 이렇게 육성한 ‘영국 디자이너’들은 인터내셔널 플랫폼에서 확연하게 눈에 띄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LVMH 프라이즈, 울마크 프라이즈 등 각종 글로벌 스폰서십 어워드에 등장하는 후보 군단은 물론 수상자도 언젠가부터 이 디자이너들이 도배하기 시작했고, 자금력과 멘토를 확보한 디자이너는 브랜드로 건강하게 성장하고 있다.

영국 패션 협회와 영국 ‹GQ›가 현금 15만 파운드(약 2억 1000만원)를 지원하는 디자이너 펀드의 2016년 수상자 크레이그 그린(Craig Green)은 졸업 후 5년 만에 패션 어워드에서 ‘2016 영국 남성복 디자이너상’을 수상해 주위를 놀라게한 대표케이스. 신진 디자이너상도 아니고 영국을대표하는 남성복 디자이너상 수상자로 크레이그 그린이 선정된 것은 신진 디자이너들이 강력하게 패션 산업을 뒤흔들고 있음을 알려주는 지표와도 같다.

파리 남성복 패션 위크 기간인 1월 중순. 런던 디자이너들의 쇼케이스이자 세일즈 현장인 런던 쇼룸의 오프닝 파티에서 이날의 호스트 프랑스 ‹GQ›의 패션 디렉터 제임스 슬리퍼드(James Sleaford)를 만났다. “런던은 영감 넘치는 컬렉션을 선보여요. 12개 쇼에는 각기 다른 트렌드 12가지가 존재하죠.” 전 세계 패션 위크를 통해 수많은 컬렉션을 보는 그는 런던 패션 위크의 특징은 바로 ‘다양성’이라고 꼽는다. 그는 “영국만 의 ‘절충적(Eclectic)’ 개성이 지금의 패션 디자이너 세대를 통해 확연히 드러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영국의 디자이너 육성 회사 패션 이스트의 설립자이자 디렉터인 룰루 케네디(Lulu Kennedy)는 “신진 디자이너들 은 상상력이 뛰어나고 두려움이 없어요”라고 말한다. 패션 이스트 출신의 신진 디자이너 웨일스 보너(Wales Bonner) 는 LVMH 그룹이 전개하는 ‘2016 LVMH 프라이즈’ 수상자로 꼽혔고, 패션 이스트를 통해 두번째 컬렉션을 선보인 찰스 제프리(Charles Jeffrey)는 현재 런던 패션 위크의 가장 핫한 디자이너로 꼽힌다. 클럽 신을 재현한 졸업 작품 ‘러버보이 (LOVERBOY)’를 통해 자신의 브랜드를 안정적이고 탄탄하게 전개하는 찰스 제프리 컬렉션에는 남성복과 여성복의 경계를 허무는 로맨틱한 무드, 테일러링과 빈티지를 섭렵하는 탁월한 디자인 전개, 그리고 개성넘치는 감성이 고루 배어있다.

CHARLES JEFFREY SS17 MENS COLLECTION  © Courtesy of the house

CHARLES JEFFREY SS17 MENS COLLECTION

© Courtesy of the house

찰스 제프리를 배출한 센트럴 세인트 마틴은 영국의 대표적 패션 스쿨. 그의 뒤를 잇는 신진 디자이너 매티 보번(Matty Bovan) 역시 패션 이스트를 통해 데뷔한 같은 대학 졸업생이다. 룰루 케네디는 패션 이스트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패션 중진들로 구성한 심사위원을 가동하고 있고, 덕분에 이 플랫폼은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완벽한 역할을 잘 감당하고 있다. 특유의 과장되고 극적인 ‘무대 의상’을 연상시키는 매티 보번의 컬렉션은 매거진 ‹LOVE› 커버 스토리의 주역이 되었고, 전 세계 편집 매장으로 진출해 판매를 예고하고 있다. 패션 이스트 외에도 영국 패션 협회가 전개하는 ‘뉴젠 어워드(Newgen Award)’ 역시 신진 디자이너의 등용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컬러풀한 기하학 도형 패턴과 본딩 테크닉을 이용한 텍스타일로 안정된 컬렉션을 이끌어가는 센트럴 세인트 마틴 출신의 세이디 윌리엄스(Sadie Williams)를 비롯해 해마다 다양한 디자이너 그룹이 캣워크, 프레젠테이션과 세일즈 부스 등 지원은 물론 세라 무어, ‹보그› 런웨이 치프 큐레이터를 주축으로 구성된 심사 위원의 자문을 받으며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디자이너의 성장을 위한 협력

패션의 모든 현상이 폭발적으로 재생산되고 확산되는 요즘. 이 세대를 향유하는 신진 디자이너들의 특징은 ‘독창적 예 술성’과 ‘DIY(Do It Yourself)’다. 이들에게 예술은 자신을 표현하는 독창적 수단으로, 단순히 입기 위한 옷이 아닌 ‘아이디 어’와 ‘메시지’가 담긴 옷을 디자인한다. 그래서 그들이 디자인 하는 옷에는 에너지가 담겨 있다.

MOLLY GODDARD SS17 COLLECTION © Kamil Kustosz

MOLLY GODDARD SS17 COLLECTION
© Kamil Kustosz

신진 디자이너들의 성장 과정 중 흥미로운 부분은 ‘캣워크’ 룩을 고집하는 자세다. 뉴욕에 두 번째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한 시몬 로샤가 대표적 성공 사례. 디자이너들에게는 ‘웨어러 블’한 룩을 선보이는 것이 중요하지만, 자칫 이들이 주도권을 잡으면 브랜드 이야기를 전달하는데 지장을 주게 된다. 시몬은 자신의 추억에서 영감 받는 캣워크 컬렉션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플래그십 매장을 운영하며 플래그십을 통한 상품화는 컬렉션을 전개하는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다. 이어 또 다른 센트럴 세인트 마틴 출신의 몰리 고다드(Molly Goddard)는 풍성한 튈 드레스로 시작해 타페타와 새틴 등 소재로 확장하더니 니트웨어와 셔츠 그리고 팬츠 룩까지 하나의 풀 컬렉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로 성장한 사례. 몰리 고다드처럼 신진 디자이너에서 다음 단계로 고속 성장하며 확장을 위해 숨을 고르는 이 들에게 가장 필요한 건 ‘글로벌 패션 업계’의 지원이다. 영국 패션 협회장 캐럴라인 러시는 “신진 디자이너들에게 기회를 제공 하는 것이 중요해요. 모두가 원하는 건 소비자를 흥분시킬 디자이너 컬렉션이죠. 그들에게는 이 에너지가 있어요”라고 강조 한다. 그녀를 주축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는 신진 디자이너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새로운 기회를 주고 있다.

 

“패션의 본성은 ‘다이내믹’ 하다는 특징이 있어요. 우리의 삶과 라이프 스타일도 빠른 속도로 변화하죠. 새로운 디자이너들은 이 변화에 잘 적응하고 수용하는 특징이 있어요.” 디아크의 디렉터 바바라 그리스피니가 말하는 것처럼 신진 디자이너 그룹은 다르다. 그들은 지금의 세대를 ‘거울처럼 비춰주는 하나의 현상’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그 안에서 열정 넘치는 하나의 새로운 에너지를 창조하는 중이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그들은 전통 패션 시스템안에 자신을 가두지않고 도전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그들이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이자 자신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과정이다.

디자인 역사에 새로운 한장을 써 내려가며 도전하고 도약 하는 신진 디자이너 그룹. 그들의 화려한 서막을 지원하기 위해 영국은 산업 전체가 하나되어 대화를 나누고 전문 지식을 지원하는 데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글/ 여인해
사진/ 디자이너 제공, Kamil Kustosz

이 글은 <Boon the Shop> 매거진 SS17호에 실린 글입니다.

Creative Greed of CRAIG GREEN, 크레이그 그린 인터뷰

"We start really far away from what we were working on the season before but naturally it always goes back into a similar energy. I think consistency is important, especially when it’s our aesthetic. 컬렉션의 시작점은 지난 시즌과 멀고 다를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유사한 에너지를 품게되는 것 같아요. 지속성은 중요해요. 왜냐하면 우리만의 미학이니까. "
Photo by Bruno Staub

Photo by Bruno Staub

 

크레이그 그린 Craig Green

크레이그 그린은 현재 영국에서 주목받는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 2013년 런던 컬렉션으로 데뷔한 그는 졸업 후 5년 만에 패션 어워드에서 ‘2016 영국 남성복 디 자이너상’을 수상했다. 구조적·입체적인 디자인으로 자신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만들어가는 그는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있다. 

'2016 영국 남성복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크레이그 그린(Craig Green).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MA 과정 졸업 이후 5년 만에 그의 컬렉션은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고, 런던 패션 위크의 가장 핫한 쇼로 주목받고 있다. 지극히 남성적인 워크웨어(Workwear)도 그의 손을 거치면 로맨틱한 프린트를 입게 되고, '보호'를 상징하는 각종 스트랩은 오래전부터 그를 드러내는 브랜딩 역할을 하고 있다. 크레이그 그린 컬렉션을 향한 패션 지지층이 날이 갈수록 두터워지는 이유는 모두가 그의 성장 과정에 함께 하고 있으며, 작업 하나하나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캣워크 쇼를 마치고 생산 과정에 한창 바쁜 날을 보내고 있는 크레이그 그린을 런던에서 만났다.

런웨이에 펼쳐진 아름다운 남성복

Q.  지난 1월 런던 패션 위크 맨즈에서 선보인 2017 F/W 컬렉션은 기대 이상이었어요. 당신만의 히어로 피스를 꼽는다면 어떤 룩인가요?
A. 카펫 룩요.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시도였고, 결과적으로 수도사를 연상시키는 로브(Robe)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요. 인도 공장을 몇 차례나 오가며 위빙 작업을 체크했어요. 보머 재킷의 레터 패치에서 시작해, 영국 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펫, 포르투갈과 터키의 타일 건축물 패턴을 본떠 제작했죠. 남성적인 심벌은 아름답다는 소리를 못 들어요. 그래서 그걸 더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싶어요.

Q. 이음새도 없이 펄럭이던 카펫 룩이 바이어들을 위한 쇼룸에서는 ‘입을 만한’ 룩으로 완성된 모습이 인상적이었요.
A. 하하. 마치 카펫 위에 누워 있다가 그걸 입고 일어나기로 하듯 카펫과 하나가 된 남성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극도의 비쥬얼을 선보이기 위해 고민하지만 그것은 옷으로서 입을 수 있는 룩이어야 해요.

Q. 매 시즌 당신만의 색깔이 묻어나고 그것이 또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는게 흥미로워요. 새로운 걸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어떻게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죠?
A. 매 시즌 지속적인 비젼을 유지하지 않는 브랜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의식적인 건 아니예요. 컬렉션의 시작점은 지난 시즌과 멀고 다를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유사한 ‘에너지’를 품게 되는 것 같아요. 지속성은 중요해요, 왜냐하면 우리만의 미학이니까.

Q. 크레이그 그린 브랜드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나요?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있다면요?
A. 최근에 ‘퍼머넌트 컬렉션(Permanent Collection)’을 개발했어요. 브랜드의 미학을 염두에 두고 남성들이 어떻게 우리의 옷을 입는지를 고민한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남성들의 옷장 속에는 버버리의 ‘트렌치’와 바버의 ‘왁스 재킷’이 있어야 해요. 거기에 크레이그 그린 ‘워크웨어’ 재킷이 함께했으면 하는 게 궁극의 바람이고요.

Q. 워크웨어 재킷이라면?
A. 누빔 디테일의 라인이 돋보이는 기본 재킷요. 겉에 포켓이 있어요. 가장 클래식한 핏을 완성하기 위해 이탈리아 공장과 긴밀하게 작업해요. 퍼머넌트 컬렉션에서는 남성들의 옷장 속에서 중요한 옷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캣워크 쇼는 극단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룩으로 작업해요. 브랜드 안에서 두 부분을 동시에 개발하는 셈이죠.  

Q. 매 시즌 컬렉션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나요?
A.  브랜드 중심에는 늘 워크웨어와 노동력, 그리고 글로벌화한 세상 속에서 더 많은 사람이 같은 걸 향유하는 삶을 로맨틱하게 조명하려는 욕구가 있어요. 대부분 쇼를 준비하기 전 우리를 이끄는 원동력은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한 ‘반응’이고, 이것을 토대로 하나의 무드를 만들어가요. 그리고 논의를 이어가죠. 보통 벽에 컬러 블록을 붙여놓고 그걸 기반으로 옷으로 완성하는 작업을 해요. 아마도 사람들이 늘 알아보는 모노톤의 컬러 블록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일 거예요. 

Q. 크레이그 그린이 전하는 메시지에는 늘 입체적인 형태가 등장해요. 당신에게 중요한 요소들인가요?
A. 졸업 작품 쇼는 전부 다 3D 입체 조형물이었어요. 모델들이 입은 옷은 그저 몸을 가리기 위한 형태에 지나지 않았죠. 주인공은 옷이 아니라 조형과 구조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비전이었어요. 시작이 그랬던 만큼 우리 브랜드의 DNA안에 깊숙히 내재되어 있어요. 컬렉션을 작업할 때도 모델들에게 옷을 입히고 다시 재단하거나 공장에서 온 미완성된 옷을 다시 재구성해요. 쇼를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도 무언가를 자르거나 재부착할 정도예요.

Q. 당신의 컬렉션에는 ‘기능(Utility)’과 ‘형태(Form)’가 공존하는 게 흥미로워요.
A. 맞아요. 처음부터 제 컬렉션은 ‘종교’와 ‘워크웨어’의 관계를 조명하는 것이었어요. 하나는 ‘영혼’을, 다른 하나는 ‘육체’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옷의 형태죠. 그래서 옷의 기능을 바라보는 것이고, 동시에 기능적으로 보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점을 주목한거예요. 예를 들어 벨트와 스트랩 등은 어떤 기능도 하지 않거나, 또는 옷의 룩을 완전히 변형하는 도구가 되기도 해요. 그렇게 스트랩을 통해 완성된 룩에는 오래도록 전해 내려온 기술로 발현된 아름다움이 있어요.

 

"There’s always that idea of taking something that isn’t so beautiful like the symbols of masculinity and trying to romanticise that idea in some kind of a strange way. 남성적인 심벌은 아름답다는 소리를 못 들어요. 그래서 그걸 더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싶어요."

새로움에 대한 발견, 그리고 표현


Q. 그러면 어떤 식으로 옷에 브랜딩을 표현하나요?
A. 우리에게 브랜딩은 ‘끈(String)’ 이에요. 단순한 셔츠 뒷면에도 스트링 디테일이 들어가요. 일종의 미니멀한 브랜딩이죠. 스트링 안에 작은 금속을 넣어 고정해요. 그런 면에서 일종의 주얼리 같기도 하죠.

Q.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당신 컬렉션의 힘은 곳곳에 디테일로 자리하고 있는 이런 형태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매 시즌 새로움은 어떻게 더하고 있나요?
A. 전 시즌 컬렉션에 대한 반응이죠. 예를 들어 2014 F/W 컬렉션에는 핸드페인팅한 거대한 천 조각을 과장되게 작업해 로맨틱함을 표현했어요. 2015 S/S 컬렉션에는 블루 컬러와 깃발이 등장했고, 미니멀한 룩을 선보였죠.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켜, 이후 스트릿 패션 룩을 장악한 컬렉션) 2015 F/W 컬렉션에는 구멍 뚫린 점퍼가 등장했고, 밀리터리와 아우터 웨어 등 남성성에 초점을 뒀어요. 2016 S/S 컬렉션에는 실크와 가죽 룩에 레이스 디테일을 통해 ‘보호’에 대한 부분을 재조명했어요.

Q. 말하자면 대화 같은 건가요?
A. 맞아요. 스튜디오 안에서 오가는 대화를 통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흥미로움을 좇다가 완성되는 이야기 같은 거예요. 게다가 퍼머넌트 컬렉션이 있으니, 매 시즌 새로운 컬렉션을 통해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거죠. 

Q. 매장에 론칭하는 2017 S/S 컬렉션도 소개해주세요.
A. ‘깃발’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컬렉션은 어딘가에 속한다는 상징성을 주시했어요. 예를 들어 스카우트에 속했던 어린 시절 흉측한 색상의 스카프를 매야 했던 추억을 떠올렸죠. 스카프 색상과 디자인은 소속된 지역을 상징했는데,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컬러풀한 스트라이프 디테일의 스카프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표백 과정을 통해 채도를 낮췄어요. 일부러 손으로 작업해 채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상반되는 룩을 만들었죠. 여기에 가족을 연상시키는 패치워크 담요도 등장하고, 캣워크의 마지막에는 남성들이 입은 의상의 뒤를 다 재단해 또 다른 깃발을 연상시켜요.

Q. 처음에 등장하는 핀스트라이프(Pinstripe) 소재의 룩도 무척 흥미로워요.
A. 모든 남성들이 착용하는 또 하나의 유니폼이지만 우리는 한번도 작업해보지 않아서, 이 소재로 작업을 해봤어요. 일하는 남성들의 슈트에 자주 쓰는 소재를 이용해 우리는 ‘사람 깃발’을 만들듯 작업했어요. 실루엣은 침대 위에서 입을 법한 파자마 룩이고요.

Q. 패션계가 요동치는 요즘, 런던은 어떤가요?
A. 런던은 언제나 흥미로운 도시지만, 최근에는 분명 변화하는 에너지가 느껴져요. 큰 브랜드 대부분이 런던을 떠나고 신진 디자이너들의 활약상이 돋보이고 있어요.

Q. 2016년 영국 남성복 디자이너로 선정되었는데, 기분이 어때요?
A. 쇼킹했어요! 영국 패션 협회의 <GQ> 펀드 수상자로 호명되었을 때도요. 사람 깃발과 사람 카펫을 만드는 우리가 그런 큰 상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어요.

Q. 가장 존경하는 멘토는 누구인가요?
A. 지금은 고인이 되신 루이스 윌슨 교수요. 패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패셔너블하게 드레스업하지도 않았고, 패션 피플 같이 행동하지도 않는 나에게 교수님을 만난 것과 센트럴 세인 마틴의 석사 과정은 모든 것의 시작이었어요.

Q. 일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A. 런던 북서쪽에서 어릴 때부터 살았는데, 이곳은 초록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곳이예요. 일 때문에 동쪽인 해크니로 향하지만, 이곳에서 며칠이라도 벗어날 수 있어 좋아요. 친한 친구들이 여전히 동네를 지키고 있고요. 마치 런던에서 이중 생활을 하는 것 같아요.

Q. 가장 행복한 순간은요?
A. 일할때요.

글/ 여인해
사진/ 크레이그 그린 제공, Bruno Staub

이 글은 <Boon the Shop> 매거진 SS17호에 실린 글입니다.

London Fashion Week 2016 AW Highlights 런던 패션 위크 2016 가을 겨울 컬렉션 하이라이트

지난 9월 브루어 스트릿 카 파크(Brewer Street Car Park)에서 성황리에 끝마친 2016년 봄 여름 컬렉션에 이어서 돌아오는 2월에는 2016년의 가을 겨울 컬렉션이 시작한다. 대중들이 열광하는 (한국에서 특히 더) ‘트렌드’라는 것이 어디로부터 비롯되는지 늘 궁금했던 나에게 반 년 앞선 시기의 패션을 고민하고 보여주는 패션 위크는 참 좋은 기회이다. 특히 요번 가을 겨울 컬렉션에는 몇가지 반가운 소식이 있어 더  기다려진다.

 

1. 알렉산더 맥퀸의 패션 위크 복귀

천재 디자이너로 일컬어 지는 맥퀸이 2010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후부터 그의 곁에서 14년이상을 함께 한 사라 버튼(Sarah Burton)이 패션 디렉터 자리를 맡아 브랜드를 이끌어 왔다. 알렉산더 맥퀸의 마지막 컬렉션도 그녀가 마무리하여 극소수에게만 공개된 바 있다.
2015년, 알렉산더 맥퀸의 회고전 ‘알렉산더 맥퀸:새비지 뷰티(Alexander McQueen: Savage Beuty)’가 뉴욕, 런던 그리고 파리 세 도시에서 매우 큰 인기를 얻으며 막을 내렸다. 그리고 전통적으로 파리에서 컬렉션을 선보이던 알렉산더 맥퀸이 요번 시즌에는 런던 패션 위크로 복귀한다. 대중들이 그의 정교하고 웅장한 아카이브를 맛보았으니, 새로운 컬렉션에 모든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2. 멀버리(Mulberry)의 패션 위크복귀

멀버리 역시 돌아오는 2016 가을 겨울 시즌 런던 패션 위크에 복귀한다. 영국 브랜드인 멀버리는 2014년 봄 여름 시즌을 마지막으로 컬렉션을 선보이지 않다가 전 셀린(CELINE) 수석 액세서리 디자이너 조니 코카를 1년전에 새롭게 영입한 후,  다가오는 2월 창의적 느낌의 레디-투-웨어 컬렉션을 선보일 예정이다.

 

3. 샬롯 올림피아(Charlotte Olympia) 런던 패션 위크 데뷔

패션에 조금 관심있다고 하는 여자치고 알렉사 청(Alexa Chung)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역시 대학교 1학년부터 알렉사 청의 패션을 레퍼런스로 삼기 위해 그녀의 패션 스타일 사진을 한참 수집했었다. 샬롯 올림피아의 귀여운 고양이 얼굴을 한 플랫슈즈를 바로 그녀의 사진에서 처음 발견하고는 갖고 싶어하며 국내의 인터넷 쇼핑몰들을 한참 들락날락 거렸던 기억이 난다.

물론 그 상품들은 모두 샬롯 올림피아의 디자인을 카피한 제품들이었고 그 디자이너가 샬롯 델이라는 것을 안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요번 런던 패션 위크에서 그녀의 슈즈와 액세서리를 캣워크 쇼를 통해 볼 수 있다는 것이 반갑게 느껴진다.  앞코에 고양이 자수가 놓여진 슈즈처럼 위트있는 쇼가 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