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Fashion Week Spring/Summer 2016 Collection

런던 패션 위크 2016 봄 / 여름 컬렉션 뉴욕, 런던, 밀라노, 파리 순서로 진행되는 패션 위크는 각 도시의 특성이 반영된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런던 패션 위크는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여는 파티 같은 느낌이었다. 개인의 취향으로 자유롭게 패션을 살아내는 사람들이 있는 런던이여서 인지, 바뀐 행사장이 소호의 중심에 있어서인지 모르겠지만 행사장 앞을 지나 다니는 사람들이 패션위크에 참석하러 온 사람인지 행인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가 많았다. 5일이라는 기간을 지정하지 않더라도 런던에서는 문득 어느 날 혹은 어느 순간 패션 쇼장에 있는 것 같단 착각에 빠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캣워크 엔딩에 수줍게 인사를 하는 디자이너들 역시 그저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인간적인 모습에 친근감이 들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올해도 런던 패션 위크를 통해 자신의 감각을 마음껏 선보인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소개한다.

지난 시즌까지는 서머셋 하우스 (Somerset House)에서 런던 패션 위크가 진행되었지만 올해는 소호의 브루어 스트릿 카파크 (Brewer Street Carpark)로 행사장이 바뀌었다. 런던 시내 중에서도 가장 번화한 소호 속, 레코드 숍, 레스토랑, 디저트 숍 사이에 위치한 브루어 스트릿 카파크는 덕분에 이번 시즌 설렘과 열정으로 가득했다. 블록과 블록 사이가 좁은 곳에 많은 차량과 사람들이 몰리자 더 복잡해진 소호 한복판에는 스트릿 포토그래퍼들이 우왕좌왕 난처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기도 했다. 그런데 주최측의 입장은 달랐다. 이전 서머셋하우스의 경우 입구가 정해져 있고 넓은 안뜰 같은 곳에 천막을 설치하는 세팅 속에서 스트릿 포토그래퍼들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행사장을 찾는 사람들이 대거 몰리는 일도 허다했다. 주최측도 그지만, 디자이너들은 그런 흐름이 반갑지 않아 하나둘 서머셋 하우스에 등을 돌린게 사실이고, 이번 시즌 소호 중심에 위치한 새로운 장소를 지정함으로서 런던 패션 위크의 아이콘화와 함께 런던 시내 최 중심에 패션 잔치가 열리며 런던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에너지를 축하하는 장이 마련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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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드라 로즈 (Zandra Rhodes)의 프리젠테이션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델 마의 해변에서 영향을 받은 잔드라는 리조트를 연상하게 하는 룩들을 아름답고 여성스럽게 표현해 내었다. 특히 강렬한 멕시칸 바나나잎 프린트와 오렌지, 블루, 핑크 컬러의 물결이 부드러운 실루엣으로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는 컬렉션이었다. 호텔 카페 로얄 안에서 진행된 프리젠테이션은 화려한 조명, 은은하게 들려오는 피아노소리, 사방에서 쉬지 안고 터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와 플래시가 호화스러운 리조트 무드를 더욱 부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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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 고다드 (Molly Goddard)의 프리젠테이션
들어가는 순간, 빵굽는 내음이 솔솔 나던 샌드위치 공장 컨셉의 몰리 고다드 전시장. 캣워크가 순간의 강렬한 인상을 준다면 전시장은 오감을 자극하는 경험을 선사한다고 생각했다. 몰리 고다드의 시그니처인 튤 드레스의 레이어링을 선보이는 긴 생머리의 모델들은 구워진 빵에 양상추, 토마토 등 재료를 올리고 손에서 손으로 전달하며 래핑하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틈틈히 포토그래퍼들에게 포즈 취하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특히 요번 시즌에는 몰리 고다드는 영국의 신발 브랜드 페넬로페 칠버(Penelope Chilvers) 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다양한 가죽 재질의 클로그와 앵클 부츠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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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돈 초이 (Eudon Choi) 캣워크
쇼 음악을 듣는 순간 전율이 흘렀다. 맨 뒷줄 비좁은 자리에 앉았지만 오히려 높은 의자 덕에 전신을 다 내려다 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가웠다. 빅토리아 시대에서 영감을 얻었지만 지극히 모던했다. 어깨에서부터 떨어져 내려오는 셔링 디테일의 트렌치 코트, 루즈한 헤어스타일, 톤 다운된 짝짝이 색깔의 신발이 인상 깊었던 컬렉션이다.

르킬트 (Le Kilt) 프리젠테이션
1996년 Garbage 트랙에서 가져온 ‘Stupid Girl’ 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깜깜한 조명과 헤비한 일렉 기타, 붉은 조명은 바에 꾸며진 전시장에 들어가는 순간 그런지를 연상하게 했다. 스코티쉬 퀼트가 브랜드의 정수인 르 킬트는 스코트랜드에서 짜여진 린톤 트위드(Linton Tweeds)를 재해석하였고, 클래식하지만 짧은 기장의 기성복 투피스 역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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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아 웹스터 (Sophia Webster)
CrazySexyNautiCool 인어와 세탁기, 버블 모티브등이 바비 인형 세트장에서 폭발한 듯한 컬러들을 입고 모티브가 되어 라이브 재즈 노래와 함께 진행된 전시. 바닷속 디스플레이를 연상시키는 반짝 반짝 빛나는 하이힐들과 레트로 느낌의 말 풍선 디자인의 샌들을 신은 인어들의 모습은, 그녀들이 원래는 신발을 신을 수 없다는 것을 잊을 만큼 잘 어울렸다.

글/ 최상희
사진/ 최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