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Greed of CRAIG GREEN, 크레이그 그린 인터뷰

"We start really far away from what we were working on the season before but naturally it always goes back into a similar energy. I think consistency is important, especially when it’s our aesthetic. 컬렉션의 시작점은 지난 시즌과 멀고 다를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유사한 에너지를 품게되는 것 같아요. 지속성은 중요해요. 왜냐하면 우리만의 미학이니까. "
 Photo by Bruno Staub

Photo by Bruno Staub

 

크레이그 그린 Craig Green

크레이그 그린은 현재 영국에서 주목받는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 2013년 런던 컬렉션으로 데뷔한 그는 졸업 후 5년 만에 패션 어워드에서 ‘2016 영국 남성복 디 자이너상’을 수상했다. 구조적·입체적인 디자인으로 자신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만들어가는 그는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있다. 

'2016 영국 남성복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크레이그 그린(Craig Green).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MA 과정 졸업 이후 5년 만에 그의 컬렉션은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고, 런던 패션 위크의 가장 핫한 쇼로 주목받고 있다. 지극히 남성적인 워크웨어(Workwear)도 그의 손을 거치면 로맨틱한 프린트를 입게 되고, '보호'를 상징하는 각종 스트랩은 오래전부터 그를 드러내는 브랜딩 역할을 하고 있다. 크레이그 그린 컬렉션을 향한 패션 지지층이 날이 갈수록 두터워지는 이유는 모두가 그의 성장 과정에 함께 하고 있으며, 작업 하나하나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캣워크 쇼를 마치고 생산 과정에 한창 바쁜 날을 보내고 있는 크레이그 그린을 런던에서 만났다.

런웨이에 펼쳐진 아름다운 남성복

Q.  지난 1월 런던 패션 위크 맨즈에서 선보인 2017 F/W 컬렉션은 기대 이상이었어요. 당신만의 히어로 피스를 꼽는다면 어떤 룩인가요?
A. 카펫 룩요.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시도였고, 결과적으로 수도사를 연상시키는 로브(Robe)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요. 인도 공장을 몇 차례나 오가며 위빙 작업을 체크했어요. 보머 재킷의 레터 패치에서 시작해, 영국 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펫, 포르투갈과 터키의 타일 건축물 패턴을 본떠 제작했죠. 남성적인 심벌은 아름답다는 소리를 못 들어요. 그래서 그걸 더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싶어요.

Q. 이음새도 없이 펄럭이던 카펫 룩이 바이어들을 위한 쇼룸에서는 ‘입을 만한’ 룩으로 완성된 모습이 인상적이었요.
A. 하하. 마치 카펫 위에 누워 있다가 그걸 입고 일어나기로 하듯 카펫과 하나가 된 남성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극도의 비쥬얼을 선보이기 위해 고민하지만 그것은 옷으로서 입을 수 있는 룩이어야 해요.

Q. 매 시즌 당신만의 색깔이 묻어나고 그것이 또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는게 흥미로워요. 새로운 걸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어떻게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죠?
A. 매 시즌 지속적인 비젼을 유지하지 않는 브랜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의식적인 건 아니예요. 컬렉션의 시작점은 지난 시즌과 멀고 다를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유사한 ‘에너지’를 품게 되는 것 같아요. 지속성은 중요해요, 왜냐하면 우리만의 미학이니까.

Q. 크레이그 그린 브랜드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나요?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있다면요?
A. 최근에 ‘퍼머넌트 컬렉션(Permanent Collection)’을 개발했어요. 브랜드의 미학을 염두에 두고 남성들이 어떻게 우리의 옷을 입는지를 고민한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남성들의 옷장 속에는 버버리의 ‘트렌치’와 바버의 ‘왁스 재킷’이 있어야 해요. 거기에 크레이그 그린 ‘워크웨어’ 재킷이 함께했으면 하는 게 궁극의 바람이고요.

Q. 워크웨어 재킷이라면?
A. 누빔 디테일의 라인이 돋보이는 기본 재킷요. 겉에 포켓이 있어요. 가장 클래식한 핏을 완성하기 위해 이탈리아 공장과 긴밀하게 작업해요. 퍼머넌트 컬렉션에서는 남성들의 옷장 속에서 중요한 옷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캣워크 쇼는 극단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룩으로 작업해요. 브랜드 안에서 두 부분을 동시에 개발하는 셈이죠.  

Q. 매 시즌 컬렉션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나요?
A.  브랜드 중심에는 늘 워크웨어와 노동력, 그리고 글로벌화한 세상 속에서 더 많은 사람이 같은 걸 향유하는 삶을 로맨틱하게 조명하려는 욕구가 있어요. 대부분 쇼를 준비하기 전 우리를 이끄는 원동력은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한 ‘반응’이고, 이것을 토대로 하나의 무드를 만들어가요. 그리고 논의를 이어가죠. 보통 벽에 컬러 블록을 붙여놓고 그걸 기반으로 옷으로 완성하는 작업을 해요. 아마도 사람들이 늘 알아보는 모노톤의 컬러 블록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일 거예요. 

Q. 크레이그 그린이 전하는 메시지에는 늘 입체적인 형태가 등장해요. 당신에게 중요한 요소들인가요?
A. 졸업 작품 쇼는 전부 다 3D 입체 조형물이었어요. 모델들이 입은 옷은 그저 몸을 가리기 위한 형태에 지나지 않았죠. 주인공은 옷이 아니라 조형과 구조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비전이었어요. 시작이 그랬던 만큼 우리 브랜드의 DNA안에 깊숙히 내재되어 있어요. 컬렉션을 작업할 때도 모델들에게 옷을 입히고 다시 재단하거나 공장에서 온 미완성된 옷을 다시 재구성해요. 쇼를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도 무언가를 자르거나 재부착할 정도예요.

Q. 당신의 컬렉션에는 ‘기능(Utility)’과 ‘형태(Form)’가 공존하는 게 흥미로워요.
A. 맞아요. 처음부터 제 컬렉션은 ‘종교’와 ‘워크웨어’의 관계를 조명하는 것이었어요. 하나는 ‘영혼’을, 다른 하나는 ‘육체’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옷의 형태죠. 그래서 옷의 기능을 바라보는 것이고, 동시에 기능적으로 보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점을 주목한거예요. 예를 들어 벨트와 스트랩 등은 어떤 기능도 하지 않거나, 또는 옷의 룩을 완전히 변형하는 도구가 되기도 해요. 그렇게 스트랩을 통해 완성된 룩에는 오래도록 전해 내려온 기술로 발현된 아름다움이 있어요.

 

"There’s always that idea of taking something that isn’t so beautiful like the symbols of masculinity and trying to romanticise that idea in some kind of a strange way. 남성적인 심벌은 아름답다는 소리를 못 들어요. 그래서 그걸 더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싶어요."

새로움에 대한 발견, 그리고 표현


Q. 그러면 어떤 식으로 옷에 브랜딩을 표현하나요?
A. 우리에게 브랜딩은 ‘끈(String)’ 이에요. 단순한 셔츠 뒷면에도 스트링 디테일이 들어가요. 일종의 미니멀한 브랜딩이죠. 스트링 안에 작은 금속을 넣어 고정해요. 그런 면에서 일종의 주얼리 같기도 하죠.

Q.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당신 컬렉션의 힘은 곳곳에 디테일로 자리하고 있는 이런 형태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매 시즌 새로움은 어떻게 더하고 있나요?
A. 전 시즌 컬렉션에 대한 반응이죠. 예를 들어 2014 F/W 컬렉션에는 핸드페인팅한 거대한 천 조각을 과장되게 작업해 로맨틱함을 표현했어요. 2015 S/S 컬렉션에는 블루 컬러와 깃발이 등장했고, 미니멀한 룩을 선보였죠.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켜, 이후 스트릿 패션 룩을 장악한 컬렉션) 2015 F/W 컬렉션에는 구멍 뚫린 점퍼가 등장했고, 밀리터리와 아우터 웨어 등 남성성에 초점을 뒀어요. 2016 S/S 컬렉션에는 실크와 가죽 룩에 레이스 디테일을 통해 ‘보호’에 대한 부분을 재조명했어요.

Q. 말하자면 대화 같은 건가요?
A. 맞아요. 스튜디오 안에서 오가는 대화를 통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흥미로움을 좇다가 완성되는 이야기 같은 거예요. 게다가 퍼머넌트 컬렉션이 있으니, 매 시즌 새로운 컬렉션을 통해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거죠. 

Q. 매장에 론칭하는 2017 S/S 컬렉션도 소개해주세요.
A. ‘깃발’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컬렉션은 어딘가에 속한다는 상징성을 주시했어요. 예를 들어 스카우트에 속했던 어린 시절 흉측한 색상의 스카프를 매야 했던 추억을 떠올렸죠. 스카프 색상과 디자인은 소속된 지역을 상징했는데,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컬러풀한 스트라이프 디테일의 스카프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표백 과정을 통해 채도를 낮췄어요. 일부러 손으로 작업해 채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상반되는 룩을 만들었죠. 여기에 가족을 연상시키는 패치워크 담요도 등장하고, 캣워크의 마지막에는 남성들이 입은 의상의 뒤를 다 재단해 또 다른 깃발을 연상시켜요.

Q. 처음에 등장하는 핀스트라이프(Pinstripe) 소재의 룩도 무척 흥미로워요.
A. 모든 남성들이 착용하는 또 하나의 유니폼이지만 우리는 한번도 작업해보지 않아서, 이 소재로 작업을 해봤어요. 일하는 남성들의 슈트에 자주 쓰는 소재를 이용해 우리는 ‘사람 깃발’을 만들듯 작업했어요. 실루엣은 침대 위에서 입을 법한 파자마 룩이고요.

Q. 패션계가 요동치는 요즘, 런던은 어떤가요?
A. 런던은 언제나 흥미로운 도시지만, 최근에는 분명 변화하는 에너지가 느껴져요. 큰 브랜드 대부분이 런던을 떠나고 신진 디자이너들의 활약상이 돋보이고 있어요.

Q. 2016년 영국 남성복 디자이너로 선정되었는데, 기분이 어때요?
A. 쇼킹했어요! 영국 패션 협회의 <GQ> 펀드 수상자로 호명되었을 때도요. 사람 깃발과 사람 카펫을 만드는 우리가 그런 큰 상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어요.

Q. 가장 존경하는 멘토는 누구인가요?
A. 지금은 고인이 되신 루이스 윌슨 교수요. 패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패셔너블하게 드레스업하지도 않았고, 패션 피플 같이 행동하지도 않는 나에게 교수님을 만난 것과 센트럴 세인 마틴의 석사 과정은 모든 것의 시작이었어요.

Q. 일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A. 런던 북서쪽에서 어릴 때부터 살았는데, 이곳은 초록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곳이예요. 일 때문에 동쪽인 해크니로 향하지만, 이곳에서 며칠이라도 벗어날 수 있어 좋아요. 친한 친구들이 여전히 동네를 지키고 있고요. 마치 런던에서 이중 생활을 하는 것 같아요.

Q. 가장 행복한 순간은요?
A. 일할때요.

글/ 여인해
사진/ 크레이그 그린 제공, Bruno Staub

이 글은 <Boon the Shop> 매거진 SS17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