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Greed of CRAIG GREEN, 크레이그 그린 인터뷰

"We start really far away from what we were working on the season before but naturally it always goes back into a similar energy. I think consistency is important, especially when it’s our aesthetic. 컬렉션의 시작점은 지난 시즌과 멀고 다를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유사한 에너지를 품게되는 것 같아요. 지속성은 중요해요. 왜냐하면 우리만의 미학이니까. "
Photo by Bruno Staub

Photo by Bruno Staub

 

크레이그 그린 Craig Green

크레이그 그린은 현재 영국에서 주목받는 디자이너 가운데 한 명. 2013년 런던 컬렉션으로 데뷔한 그는 졸업 후 5년 만에 패션 어워드에서 ‘2016 영국 남성복 디 자이너상’을 수상했다. 구조적·입체적인 디자인으로 자신만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확고하게 만들어가는 그는 영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있다. 

'2016 영국 남성복 디자이너상'을 수상한 크레이그 그린(Craig Green). 센트럴 세인트 마틴의 MA 과정 졸업 이후 5년 만에 그의 컬렉션은 영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했고, 런던 패션 위크의 가장 핫한 쇼로 주목받고 있다. 지극히 남성적인 워크웨어(Workwear)도 그의 손을 거치면 로맨틱한 프린트를 입게 되고, '보호'를 상징하는 각종 스트랩은 오래전부터 그를 드러내는 브랜딩 역할을 하고 있다. 크레이그 그린 컬렉션을 향한 패션 지지층이 날이 갈수록 두터워지는 이유는 모두가 그의 성장 과정에 함께 하고 있으며, 작업 하나하나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캣워크 쇼를 마치고 생산 과정에 한창 바쁜 날을 보내고 있는 크레이그 그린을 런던에서 만났다.

런웨이에 펼쳐진 아름다운 남성복

Q.  지난 1월 런던 패션 위크 맨즈에서 선보인 2017 F/W 컬렉션은 기대 이상이었어요. 당신만의 히어로 피스를 꼽는다면 어떤 룩인가요?
A. 카펫 룩요. 기술적으로 흥미로운 시도였고, 결과적으로 수도사를 연상시키는 로브(Robe)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요. 인도 공장을 몇 차례나 오가며 위빙 작업을 체크했어요. 보머 재킷의 레터 패치에서 시작해, 영국 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카펫, 포르투갈과 터키의 타일 건축물 패턴을 본떠 제작했죠. 남성적인 심벌은 아름답다는 소리를 못 들어요. 그래서 그걸 더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싶어요.

Q. 이음새도 없이 펄럭이던 카펫 룩이 바이어들을 위한 쇼룸에서는 ‘입을 만한’ 룩으로 완성된 모습이 인상적이었요.
A. 하하. 마치 카펫 위에 누워 있다가 그걸 입고 일어나기로 하듯 카펫과 하나가 된 남성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극도의 비쥬얼을 선보이기 위해 고민하지만 그것은 옷으로서 입을 수 있는 룩이어야 해요.

Q. 매 시즌 당신만의 색깔이 묻어나고 그것이 또 계속해서 진화하고 있다는게 흥미로워요. 새로운 걸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서 어떻게 지속성을 유지할 수 있죠?
A. 매 시즌 지속적인 비젼을 유지하지 않는 브랜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의식적인 건 아니예요. 컬렉션의 시작점은 지난 시즌과 멀고 다를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유사한 ‘에너지’를 품게 되는 것 같아요. 지속성은 중요해요, 왜냐하면 우리만의 미학이니까.

Q. 크레이그 그린 브랜드의 중심에는 무엇이 있나요? 브랜드의 시그니처가 있다면요?
A. 최근에 ‘퍼머넌트 컬렉션(Permanent Collection)’을 개발했어요. 브랜드의 미학을 염두에 두고 남성들이 어떻게 우리의 옷을 입는지를 고민한 거예요. 예를 들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남성들의 옷장 속에는 버버리의 ‘트렌치’와 바버의 ‘왁스 재킷’이 있어야 해요. 거기에 크레이그 그린 ‘워크웨어’ 재킷이 함께했으면 하는 게 궁극의 바람이고요.

Q. 워크웨어 재킷이라면?
A. 누빔 디테일의 라인이 돋보이는 기본 재킷요. 겉에 포켓이 있어요. 가장 클래식한 핏을 완성하기 위해 이탈리아 공장과 긴밀하게 작업해요. 퍼머넌트 컬렉션에서는 남성들의 옷장 속에서 중요한 옷이 될 수 있도록 하고, 캣워크 쇼는 극단적이고 현실 도피적인 룩으로 작업해요. 브랜드 안에서 두 부분을 동시에 개발하는 셈이죠.  

Q. 매 시즌 컬렉션 작업을 어떻게 시작하나요?
A.  브랜드 중심에는 늘 워크웨어와 노동력, 그리고 글로벌화한 세상 속에서 더 많은 사람이 같은 걸 향유하는 삶을 로맨틱하게 조명하려는 욕구가 있어요. 대부분 쇼를 준비하기 전 우리를 이끄는 원동력은 주변의 모든 것에 대한 ‘반응’이고, 이것을 토대로 하나의 무드를 만들어가요. 그리고 논의를 이어가죠. 보통 벽에 컬러 블록을 붙여놓고 그걸 기반으로 옷으로 완성하는 작업을 해요. 아마도 사람들이 늘 알아보는 모노톤의 컬러 블록은 여기에서 비롯된 것일 거예요. 

Q. 크레이그 그린이 전하는 메시지에는 늘 입체적인 형태가 등장해요. 당신에게 중요한 요소들인가요?
A. 졸업 작품 쇼는 전부 다 3D 입체 조형물이었어요. 모델들이 입은 옷은 그저 몸을 가리기 위한 형태에 지나지 않았죠. 주인공은 옷이 아니라 조형과 구조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비전이었어요. 시작이 그랬던 만큼 우리 브랜드의 DNA안에 깊숙히 내재되어 있어요. 컬렉션을 작업할 때도 모델들에게 옷을 입히고 다시 재단하거나 공장에서 온 미완성된 옷을 다시 재구성해요. 쇼를 앞둔 마지막 순간까지도 무언가를 자르거나 재부착할 정도예요.

Q. 당신의 컬렉션에는 ‘기능(Utility)’과 ‘형태(Form)’가 공존하는 게 흥미로워요.
A. 맞아요. 처음부터 제 컬렉션은 ‘종교’와 ‘워크웨어’의 관계를 조명하는 것이었어요. 하나는 ‘영혼’을, 다른 하나는 ‘육체’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한 옷의 형태죠. 그래서 옷의 기능을 바라보는 것이고, 동시에 기능적으로 보이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점을 주목한거예요. 예를 들어 벨트와 스트랩 등은 어떤 기능도 하지 않거나, 또는 옷의 룩을 완전히 변형하는 도구가 되기도 해요. 그렇게 스트랩을 통해 완성된 룩에는 오래도록 전해 내려온 기술로 발현된 아름다움이 있어요.

 

"There’s always that idea of taking something that isn’t so beautiful like the symbols of masculinity and trying to romanticise that idea in some kind of a strange way. 남성적인 심벌은 아름답다는 소리를 못 들어요. 그래서 그걸 더 낭만적으로 묘사하고 싶어요."

새로움에 대한 발견, 그리고 표현


Q. 그러면 어떤 식으로 옷에 브랜딩을 표현하나요?
A. 우리에게 브랜딩은 ‘끈(String)’ 이에요. 단순한 셔츠 뒷면에도 스트링 디테일이 들어가요. 일종의 미니멀한 브랜딩이죠. 스트링 안에 작은 금속을 넣어 고정해요. 그런 면에서 일종의 주얼리 같기도 하죠.

Q.  누구나 알아볼 수 있는 당신 컬렉션의 힘은 곳곳에 디테일로 자리하고 있는 이런 형태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매 시즌 새로움은 어떻게 더하고 있나요?
A. 전 시즌 컬렉션에 대한 반응이죠. 예를 들어 2014 F/W 컬렉션에는 핸드페인팅한 거대한 천 조각을 과장되게 작업해 로맨틱함을 표현했어요. 2015 S/S 컬렉션에는 블루 컬러와 깃발이 등장했고, 미니멀한 룩을 선보였죠. (당시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 일으켜, 이후 스트릿 패션 룩을 장악한 컬렉션) 2015 F/W 컬렉션에는 구멍 뚫린 점퍼가 등장했고, 밀리터리와 아우터 웨어 등 남성성에 초점을 뒀어요. 2016 S/S 컬렉션에는 실크와 가죽 룩에 레이스 디테일을 통해 ‘보호’에 대한 부분을 재조명했어요.

Q. 말하자면 대화 같은 건가요?
A. 맞아요. 스튜디오 안에서 오가는 대화를 통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고 흥미로움을 좇다가 완성되는 이야기 같은 거예요. 게다가 퍼머넌트 컬렉션이 있으니, 매 시즌 새로운 컬렉션을 통해 더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거죠. 

Q. 매장에 론칭하는 2017 S/S 컬렉션도 소개해주세요.
A. ‘깃발’을 모티프로 삼은 이번 컬렉션은 어딘가에 속한다는 상징성을 주시했어요. 예를 들어 스카우트에 속했던 어린 시절 흉측한 색상의 스카프를 매야 했던 추억을 떠올렸죠. 스카프 색상과 디자인은 소속된 지역을 상징했는데,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컬러풀한 스트라이프 디테일의 스카프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표백 과정을 통해 채도를 낮췄어요. 일부러 손으로 작업해 채도를 높이거나 낮추는 상반되는 룩을 만들었죠. 여기에 가족을 연상시키는 패치워크 담요도 등장하고, 캣워크의 마지막에는 남성들이 입은 의상의 뒤를 다 재단해 또 다른 깃발을 연상시켜요.

Q. 처음에 등장하는 핀스트라이프(Pinstripe) 소재의 룩도 무척 흥미로워요.
A. 모든 남성들이 착용하는 또 하나의 유니폼이지만 우리는 한번도 작업해보지 않아서, 이 소재로 작업을 해봤어요. 일하는 남성들의 슈트에 자주 쓰는 소재를 이용해 우리는 ‘사람 깃발’을 만들듯 작업했어요. 실루엣은 침대 위에서 입을 법한 파자마 룩이고요.

Q. 패션계가 요동치는 요즘, 런던은 어떤가요?
A. 런던은 언제나 흥미로운 도시지만, 최근에는 분명 변화하는 에너지가 느껴져요. 큰 브랜드 대부분이 런던을 떠나고 신진 디자이너들의 활약상이 돋보이고 있어요.

Q. 2016년 영국 남성복 디자이너로 선정되었는데, 기분이 어때요?
A. 쇼킹했어요! 영국 패션 협회의 <GQ> 펀드 수상자로 호명되었을 때도요. 사람 깃발과 사람 카펫을 만드는 우리가 그런 큰 상을 받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 못했어요.

Q. 가장 존경하는 멘토는 누구인가요?
A. 지금은 고인이 되신 루이스 윌슨 교수요. 패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패셔너블하게 드레스업하지도 않았고, 패션 피플 같이 행동하지도 않는 나에게 교수님을 만난 것과 센트럴 세인 마틴의 석사 과정은 모든 것의 시작이었어요.

Q. 일하지 않을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요?
A. 런던 북서쪽에서 어릴 때부터 살았는데, 이곳은 초록으로 뒤덮인 아름다운 곳이예요. 일 때문에 동쪽인 해크니로 향하지만, 이곳에서 며칠이라도 벗어날 수 있어 좋아요. 친한 친구들이 여전히 동네를 지키고 있고요. 마치 런던에서 이중 생활을 하는 것 같아요.

Q. 가장 행복한 순간은요?
A. 일할때요.

글/ 여인해
사진/ 크레이그 그린 제공, Bruno Staub

이 글은 <Boon the Shop> 매거진 SS17호에 실린 글입니다.

Made in Swiss, Typography

뉴욕 패션 위크가 한창인 2월초, 조용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캘빈클라인’ 로고를 두고 패션계가 술렁였다. 타이포그래피의 가치가 높아지는 이 시점, <스위스에서 파리까지-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 전시의 큐레이터이자 전시를 위한 책 저자인 바바라 주노드(Barbara Junod)를 만났다.

‘원천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정신을 담아 발표했다'는 캘빈클라인의 새로운 로고는 흰 배경에 브랜드명 전체가 대문자로 표기된 심플한 검은색의 글씨체. 그래픽 디자이너계의 거장 피터 새빌(Peter Saville)이 작업한 이 로고가 등장한 배경에 라프 시몬스와의 콜라보레이션이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것이 통상 브랜드가 새로운 전화점을 갖고자 할 때 가장 두드러지게 활용될 수 있는 것이 타이포그래피다. 그렇기에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라프 시몬스를 맞은 캘빈클라인에게는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이런 변화의 기류 속에, 최근 스위스 취리히 디자인 박물관(Museum für Gestaltung)에서 한창인 하나의 전시가 눈길을 끈다. <스위스에서 파리까지 – 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래피>라는 제목으로 열린 전시는 20세기 전반에 걸쳐 파리로 진출한 스위스 아티스트들의 활약상을 다루고 있다. 전시의 큐레이터이자 전시를 위한 책 저자인 바바라 주노드 와의 대화를 통해 어떻게 ‘메이드 인 스위스’ 정신이 파리에 정착해 당시 패션 브랜드들의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며 한 시대를 풍미할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을 소개한다. 현재 역사는 이들을 어떻게 기록하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흥미로운 기회다.

Dazed Korea 당신은 스위스 그래픽 디자이너는 물론 그래픽 디자인에 대한 다양한 책의 저자라고 알고 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배경은 무엇인가?
Barbara Junod 취리히 디자인 박물관이 최근 파리에서 활동한 스위스 타이포그래피 디자이너 에이드리언 프루티거의 아카이브를 소장하면서 기획하게 되었다. 프루티거는 파리 메트로는 물론 샤를드골 공항 등에 ‘사인’으로 채택되며 전 세계 공항 시스템의 기본 서체로 확장되는 쾌거를 이룬 20세기의 탁월한 서체 디자이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스위스 디자이너들이 1950년대와 1960년대 파리 황금기에 그곳으로 이주하여 활동했는데, 그중에서 주요 인물로 급부상한 피터 냅과 장 위드메르의 많은 작업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빠른 시간 안에 갤러리 라파예트 백화점과 <엘르> 매거진의 아트 디렉터로 자리 잡았을 뿐 아니라 이후에 퐁피두 센터와 오르세 박물관 등의 사인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수많은 기업 아이덴티티 작업에 참여했다. 그리고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많은 작업들을 남겼다.

Dazed Korea 이들이 스위스를 떠나 파리에서 작업하고 주요 위치까지 오르며 영향력을 미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Barbara Junod 나도 그 점에 초점을 두고 전시를 기획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서체를 통한 사인작업에 그치지 않고 지도 제작, 광고, 영상 아트, 패션 디자인 그리고 필름에 이르기까지 종합예술을 섭렵한 아티스트였다. 이들은 아티스틱한 영감을 좇아 파리로 향한 것이고, 스위스의 기성세대와는 달리 파리는 이들의 새로운 감성을 두 팔 벌려 반겼다. 스위스 디자이너들은 특히 당대의 예술 트렌드인 옵티컬 아트, 팝 아트 그리고 뉴웨이브 등을 반영한 ‘스위스 스타일’로 파리 기업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다.

Dazed Korea 그럼 전시에도 이들의 작업이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등장하나?
Barbara Junod 물론이다. 22명의 주요 디자이너을 중심으로 8가지의 주제 아래 소개되는 전시에는 다양한 장르가 등장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디자이너들의 작업에는 당시 파리의 활력과 삶에 대한 열정, 그리고 코소모폴리탄 라이프스타일 속에서 살아간 이들의 흥미진진한 환경이 무던히 묻어나는 시각과 흔적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작업을 신선하지만 무척이나 ‘파리다운’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의외로 당시 파리는 아방가르드하고 창의적인 포스터 아트만 존재할 뿐 디자인에 있어서는 노후되어 있었다. 스위스 디자이너들은 기업을 상대로 한 프로젝트 외에도 학교를 통해 교육에 관여하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스위스와는 달리 파리에는 국립 예술 대학교가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다.

Dazed Korea ‘스위스 디자인’은 1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들었다. ‘메이드 인 스위스’를 이토록 강력하게 하는 원천은 무엇인가?
Barbara Junod 스위스 그래픽 디자인에는 그만의 특징들이 있다. 먼저, 개념적으로 디자인에 접근하기 때문에 ‘정확하고 신속하게’ 소통해야 하는 대기업들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작업이다. 또한 스위스 디자인을 연구하다보면, 인쇄술에서 사용하는 종, 획의 명확한 틀 안에서 이미지와 텍스트를 구성하는 산세리프체(고딕체와 같이 꾸밈이 없는 서체)를 사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좌측 정렬과 달리 우측 정렬은 들쑥날쑥하게 문단을 마무리하며 추상적이고 축소적인 모습을 고집하는 방식이 무척 간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 작업 형태다. 그래서 늘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사인 시스템이나 열차 혹은 항공 시간표, 지도 제작, 정보 그래픽 등에 사용된다.

Dazed Korea 사실 직접 작업을 보지 않으면 쉽게 와 닿지 않는 만큼, 패션 안에서는 이런 스위스 디자인 특유의 개성이 어떻게 다뤄졌는지 소개해줄 수 있나?
Barbara Junod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전달하고 소통해야 하는 ‘임무’가 무척이나 복잡하기 때문에 ‘이성적’으로 작업에 접근한다. 그 결과 이 이성적인 접근에 의한 표현이 다채로운 그래픽 디자인 트렌드가 도래하는 것이다. 그것은 포스터나 북 디자인, 그리고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 매거진에 그대로 표출된다. 더 나아가 이런 현상은 디지털과 아날로그 디자인에서도 드러난다. 기술이 만연한 세상 속에서 젊은 디자이너들이 손으로 작업하는 과정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며, 그들이 작업하는 구조물을 직접 만지고 그 재료들의 냄새를 맡고 싶어하는 그런 감성이다.

Dazed Korea 패션을 인지하는데 있어 그래픽 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가?
Barbara Junod 무척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픽 디자인은 패션 트렌드와 무관할 뿐 아니라 그 트렌드에 도전하는 질문을 던지거나 그것을 역행할 수도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디자인계에서 유명한 일화 중 하나는, 무척 ‘못생긴’ 혹은 ‘흥미롭지 않은’ 드레스를 아주 잘 찍은 사진과 그걸 뒷받쳐주는 트렌디한 그래픽 디자인 레이아웃으로 작업하면 그 드레스를 실제보다 훨씬 재미있게 보이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Dazed Korea 흥미로운 얘기다. 결국 누구나 알 수 있는 시각에서 살짝 벗어나 제시하는 그 새로움이 패션계가 회전하면서 영속할 수 있는 원천인가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의미로 다양성이 공존했던 그 당시 파리의 아티스틱한 환경 속에 스위스 디자이너들의 재능과 능력이 결부되어 좋은 작업들을 많이 남길 수 있었던게 아닐까. 해외로 진출해 그곳의 삶에 녹아든 스위스 디자이너들의 인생이 궁금하다. 이들에게 ‘외국인’으로 작업하는 환경은 어땠을까?
Barbara Junod 스위스 디자이너들에게 이런 환경은 그들이 생각하고 소통하며 작업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다. 이방인으로서 국제적인 문화 안에 존재하며 살아가는 동안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공동의 언어’를 창의적으로 만들고 싶은 욕구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그래픽한 언어에도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규격화된 전자 장비는 하나의 공통 베이스가 되어주기도 하지만, 그것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는가는 완전 자유롭게 개방되는 것이다. 그건 철저히 디자이너들이 어떤 메시지를 누구와 어떻게 소통하고자 하는지 그 ‘의도’에 따라 기획되게 되는 것이다. 프루티거부터 그 다음 세대의 젊은 디자이너들까지, 파리로 이주한 스위스 디자이너들에게는 그런 작업에 대한 욕구가 풍성한 환경이 열린 것이다.

Dazed Korea 스위스 디자이너들에게는 유난히 풍성한 디자인 감성이 있는 것 같다. 그러한 유산 뒤에 어떤 역사적 배경이라도 있는 것인가?
Barbara Junod 스위스는 부유한 나라이고 좋은 교육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이는 재능있는 어린아이들에게는 성장할 수 있는 훌륭한 배경이 되어주고, 전문가들에게는 그들의 노하우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게다가 이 작은 나라에는 오랫동안 전통을 이어오는 예술과 공예에 대한 역사가 존재한다. 그래서인지 상업적인 압력에도 불구하고 열린 마음으로 이를 바라보는 시각과 높은 퀄리티의 작업을  중요시 하는 중소기업들, 인쇄업이 많이 실재한다.

Dazed Korea 마지막으로, 최근 들어 전세계를 강타한 소셜 미디어는 그래픽 디자이너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누구나 사진가가 될 수 있으며, 휴대전화로 그 사진을 편집하거나 디자인할 수 있는 세상이다. 당신에게 이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금하다.
Barbara Junod 소셜 미디어는 물론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작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모두가 아티스트가 될 수 있다'는 현상은 디자이너들은 물론 ‘좋은’ 디자인을 사랑하는 많은 이들에게 무척이나 현실적인 도전이다. ‘좋거나’, ‘나쁘거나’한 기준은 각 사회 공동체가 정하는 기준에 따라 결정되기 마련인데, 지금은 더 이상 이를 ‘심판할 상급 기관’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흥미로운 시점이자 시대이다. 

글/ 여인해
사진/ 취리히 디자인 박물관 제공

이 글은 <Dazed & Confused> 코리아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Fashion Critic 패션 크리틱

'패션의 최전방에서 혹독하게 컬렉션을 비평하는 자들' 패션 크리틱이라는 뜻을 그대로 해석하자면 대략 이런 설명이 나온다. 예전 같았으면 정확하고 사실적인 설명이라고 수긍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패션의 모든 흐름이 인스턴트로 인터넷에 공개되는 지금, 패션 크리틱의 역할은 변화 중이다. 게다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제한적인 숫자가 ‘패션 크리틱’이라는 타이틀을 달 수 있다. 덕분에 눈에 보이는 패션을 보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깨닫고, 글로 표현하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까다로운 이 역할이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패션 크리틱은 과연 누구이며, 패션계의 독특한 순환 구조 안에서 그들은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글로벌 패션 도시 런던에서 생생하게 전하는 패션 크리틱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패션 위크를 앞둔 디자이너는 수 개월간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컬렉션을 어떻게 선보일지를 고민하며 쇼를 준비한다. 그리고 쇼 당일, 새로운 컬렉션 발표를 보고자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은 대부분 패션 시스템 안에서 저마다의 역할을 하는 ‘검증된 초청객’이다. 패션쇼장 안을 가득 메운 인파가 기다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쇼가 정시에 시작되지 못한다면, 열 중 일곱이 중요한 패션 크리틱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쇼 직후 전송할 ‘리뷰’가 이 쇼의 성공, 실패 여부를 결정 지으니까. 패션 역사에서 한때는 그랬을 것이다. 왜냐면, 캣워크 쇼를 가장 처음 대중에게 소개하고 전하는 자들이 패션 크리틱이었으니까. 패션 위크라는 시스템이 송두리째 흔들리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변화하는 지금, 모든 것은 달라지고 있다.

“패션 크리틱은 캣워크 쇼를 전하는 1차 정보 제공자였죠. 하지만 더 이상 아니예요. 누구든지 라이브 스트리밍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쇼 이미지를 즉각적으로 볼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의 맨즈 패션 크리틱 찰리 포터(@thecharlieporter)는 말한다. 챨리는 홍보나 브랜드 관계자를 의식하지 않고 신랄하고 통쾌한 칼럼을 써내려가는 패션 크리틱이다. 2000년에 패션 칼럼을 쓰기 시작해 <가디언>(영국의 지식인층이 선호하는 일간지) 패션 부편집장을 거쳐 2013년 <파이낸셜 타임스>에 조인했다. 찰리와 함께 거침없는 글로 호평을 받는 알렉산더 퓨리(@alexanderfury)는 패션 크리틱을 일종의 ‘통역사’라고 정의한다. “그들은 디자이너가 옷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이해하고 그것을 독자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니까요.”라고 이유를 덧붙인다. 알렉스로 불리우는 그는 한때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의 패션 에디터와 크리틱으로 활약하다 최근 <뉴욕 타임스> 스타일 매거진 <T>의 치프 패션 통신원 직을 맡아 흥미진진한 칼럼을 이어가고 있다. 알렉스는 당시 쇼 스튜디오 편집장이던 페니 마틴(@pennyjanemartin), 현재 <젠틀우먼> 매거진 편집장과 함께 쇼 스튜디오에서 패션 커리어를 시작했다. 벌써 10년전의 일이다.

찰리와 알렉스가 기억하는 당시 패션 크리틱의 모습은 흡사 최전방을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이를테면, 쇼가 끝나기 무섭게 호텔로 달려가야 했고, 그곳에서 다이얼 접속을 통해 겨우 인터넷에 연결한 후 마감 일정에 맞춰 기사를 넘겼다. 급박한 상황을 마무리 하느라 다음 쇼를 놓치는 일도 다반사였다. “지금은 쇼 직후 스마트폰으로 리뷰를 써서 넘기거나 쇼 시작을 기다리는 동안 글을 쓰기도 해요.” 찰리는 당시에 비해 크게 변한 현재의 상황을 얘기한다. 하지만 그는 변화에 긍정적이다. 인쇄물에 한정되어 일하던 당시에 비해 지금은 데일리 FT 리뷰 칼럼을 온라인에 게재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걸 얘기하고 더 많은 걸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당연히 좋은 현상이다. 왜냐면 패션은 지금도 그를 흥분시키기 때문이다.

패션을 하나의 문화로 바라보는 시각은 또 어떤가. “<뉴욕 타임스>는 패션을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지역 문화를 염두에 두고 어떤 새로운 일들이 일어나는가를 지켜봐요.” <뉴욕 타임스> 유럽 스타일 통신원인 엘리자베스 파톤(@LizziePaton)은 유럽에 거주하며 <뉴욕 타임스>에 글을 쓴다. 리지(엘리자베스)가 말하는 ‘새로운 일’은 패션 런웨이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이다. 그것을 이해하고 맥락에 맞게 글로 전달하는 일이 그녀의 역할이다. 옥스퍼드 대학 출신인 그녀는 처음에는 뉴욕에 거주하며 <파이낸셜 타임스>의 패션 & 럭셔리 부문 통신원으로 일했고, 이후에는 런던 메인 데스크에서 ‘뉴스 속보’를 전하다가 지금은 런던에 거점을 두고 미국 일간지에 글을 쓰고 있다. 리지에 의하면 독자들이 요구하는 것은 결국 ‘런웨이 밖 + 런웨이 안’의 이야기들이라고 한다. “놀라운 패션 크리틱들은 바로 런웨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이야기로 풀어서 써내는 능력을 지닌 자들이에요. 패션은 비주얼 매체이고 만질 수 있는 사물이지만 이걸 전달하는 기자는 독자들에게 하나의 ‘읽은 체험’을 선사해야 하죠.” 리지는 가장 존경하는 패션 크리틱으로 <뉴욕 타임스> 패션 디렉터이자 치프 패션 크리틱인 바네사 프리드맨(@vvfriedman)을 꼽는다. 바네사는 리지 뿐 아니라 동료 저널리스트들은 물론 업계에서 존경 받는 패션 크리틱이다.

알렉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리지가 말하는 이 ‘능력’이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해진다. “저는 꽤 직관적이예요. 대개 본능적으로 좋은지 나쁜지 알 수 있어요. 주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들을 던지죠. ‘컬렉션이 좋은가?’, ‘새롭거나 다르게 느껴지나?’, ‘설득력이 있나?’, ‘디자이너의 과거 작업과 비교했을 때 혹은 동료 디자이너들과 비교했을 때 어떻게 평가될 수 있나?’ 왜냐면 이 모든 것들이 바로 그 안에 있으니까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옷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거예요.” 알렉스의 글을 읽다보면 정말 그렇게 옷이 보인다. 패션은 결국 옷이니까. 물론 체험도 중요하다고 알렉스는 덧붙인다. “그래서 크루즈나 리조트 컬렉션에 대한 글을 쓸 때는 ‘좋았거나 나빴거나’ 쇼에 대한 체험이 당연히 그 컬렉션을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쳐요.” 이들 컬렉션은 바로 이런 전략적인 목적을 갖고 기획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인디펜던트>를 떠난 알렉스는 하지만 더 이상 자신은 패션 크리틱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리지도 같은 얘기를 했다. 두 사람 다 ‘통신원’ 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저널리스트다. 패션 크리틱이라는 타이틀을 내걸 수 있는 이름들은 위에 언급한 바네사 외에 <보그>의 사라 무어(@sarahmower_), 전설적인 <뉴욕 타임스> 패션 크리틱이었고 현재는 뉴욕 매거진 <더 컷>의 크리틱인 캐시 혼(@CathyHoryn), 패션계에서 유일한 풀리처상 수상자인 <워싱턴 타임스>의 로빈 기반(@RobinGivhan) 등 손에 꼽힐 정도이다. “최고의 크리틱들은 당신에게 새로운 지식과 견해를 주는 자들이예요. 어쩌면 역사 속 이야기나, 당신은 알지도 보지도 못한 배경 지식을 알려줄 수도 있어요.” 라고 알렉스는 강조한다. 그는 꾸준히 패션 크리틱들의 글을 챙겨서 읽는다고 한다. 찰리도 동의했다. 그는 현존하는 크리틱들의 글도 즐겨 읽지만,  40세의 나이로 작고한 에이미 스핀들러의 글을 <뉴욕 타임스> 웹사이트 아카이브에서 찾아 챙겨본다고 한다.

이들 역시 패션 서클 안에서는 자주 회자되고 인용되는 글 좀 쓰는 이들! 패션 크리틱이나 저널리즘에 관심을 갖는 이들을 위해 조언해달라고 하자, 찰리는 “패션에 관심을 갖고 글을 쓰는 훈련을 하세요. 저널리즘의 기초를 이해하고, 온라인 세상 속에서 패션에 대한 글이 어떤 형태로 쓰이는지 알아보고 그 기본을 갖추세요. 그럼 마음껏 그걸 갖고 놀고, 잡아 늘리고, 와해하는 등의 시도가 가능해져요.” 리지는 더 많은 걸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패션 콘텐츠에 대해 더 알아가는 노력이 필요해요. 지금 패션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관심을 갖고, 꿰뚫고 있다면 더 좋아요.” 패션 위크에서 펼쳐지는 패션쇼 사진을 낱낱이 살펴보고 패션 업계의 작은 디테일까지 눈여겨 보고 있다면 이미 당신은 패션 필자로서 좋은 시작점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패션 저널리즘의 의도는 결국 영감을 주고, 새로운 것을 교육하며, 정보를 전달하려는 것이니까.

“성격이나 개성, 기질 등 옷은 우리에 대해 많은 표현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패션은 더 넓은 차원의 문화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죠. 옷은 인간의 존재와 성격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표식이라고 생각해요.” 찰리의 말대로 패션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리고 패션 산업이나 패션 위크, 패션 크리틱, 패션 저널리즘 등이 새로운 시스템을 요구하는 대중의 외침 속에서 새로운 형태를 갖게 될지라도 패션은 언제나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 변형하며 존재할 것이다. 알렉스는 오늘도 계속해서 패션에 대한 글을 쓰는 원동력인 '호기심'을 따라 이 비판적 사고를 이어간다고 한다. 그 사이 우리는 그들을 통해 우리가 보지 못한 ‘새로운 것’을 알아가면 된다.

글 /여인해

이 글은 <Dazed & Confused> 코리아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