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shion Education #2 Central Saint Martins

Fabio Piras

런던의 킹스크로스 역이 있는 번화한 북쪽으로 둥지를 옮긴 센트럴 세인 마틴 학교. 이곳이 명실상부 세계적으로 최고의 패션 학교라는 수식어를 자랑하는 배경에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패션계 주요 인사들인 졸업생 명단이 한몫 한다. 적어도 패션 학과장 파비오를 만나기 전에는 그렇다고 굳게 믿었다. 80년대 존 갈리아노와 함께 재학생 신분을 공유하며 런던 패션 위크에 뉴젠 수상자 (런던 최고 명성의 신인 디자이너 후원 프로그램)로 데뷔했고, 봇물처럼 터져 나온 페이스, 아이디 매거진을 읽으며 펑크의 끝과 로맨티시즘의 활약을 온 몸으로 체험한 파비오. 패션의 한 시대를 풍미한 그는 잘 알려진대로 고 루이스 윌슨 교수의 후임자다. 하지만, 그에게 패션계의 전설들은 바로 지금 동시대 글로벌 패션 시장을 향해 파격적으로 진보하는 디자이너 크레그 그린이자 챨스 제프리이며 그의 역할은 넥스트 크레그와 챨스를 발굴하는 것이다. 그가 이끄는 센트럴 세인 마틴은 학생들에게 비즈니스를 가르치는 곳이 아니다. 내 안에 있는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요소들을 끄집어 내어 프로젝트로 완성하는 과정이고 이 창조물에 가격을 책정해 상업화 할 수 있는 도전을 시작하는 곳이다. 무엇이 센트럴 세인 마틴을 이토록 파워플하게 하는지, 파비오의 이야기와 비전을 소개한다.

Q. 패션 명문이자 권위인 센트럴 세인 마틴에 와 있다니 무척 설레인다. 패션계가 그 어느때보다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변화하는 때라 더 그렇다. 어떤가, 학교로서 빠르게 움직이는 패션계 속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인가?
A. 패션은 늘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이지만, 지금의 현실은 그 속도가 더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학생들에게 가장 큰 도전이자 결과적으로 교육자에게도 적용되는 포커스는 ‘기회는 한번 뿐’이라는 마인드다. 그래서 우리는 학생들이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전문적인 역할을 이해하는데 심혈을 기울인다. 가장 중요한 건 학생으로서 그들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지 이해하고 찾는 것이다.

Q. 패션계 내 역할이 다양해졌음을 말하는건가?
A. 예전에는 패션계 내 경계가 분명했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유동적 (fluid)이다. 예를 들어 색채에 대한 남다른 감각이 있다면 아트 디렉터와 작업하는 일을 할 수 있고, 독특한 시각을 가졌다면 꼭 패션 커뮤니케이션 과를 통해 프레스로 흘러들어가지 않아도 브랜드 내 커뮤니케이션 부서라던지 비쥬얼 머천다이징 부서로 갈 수 있는 거다. 졸업생 중 후자의 예로 디스플레이, 콜라쥐, 이미지 작업에 뛰어나고 독특한 시각을 가졌던 한 학생은 졸업 작품으로 매거진을 만들었고 결과는 아름다웠다. 우리에게 도전은 그들이 누구인지 이해하고 그들이 어떻게 패션계에 기여할 수 있으며 어떻게 바깥 세상 속 더 많은 관중과 소통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Q. 직업이 다양해지고 경계가 허물어지는 패션계의 현실은 무척 흥분되는 얘기다. 하지만 학교의 입장에서 이 빠르고 다양한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게 어떻게 가능한가? 어느 시점에 학생들의 진로를 결정하기라도 하는 것인가?
A. 이런 코스 (패션 석사 과정)에서 학생들이 어떤 진로를 택할지 결정한다거나 그런 조언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패션 산업이 우리에게 원하는 것은 자신의 재능을 인지하고 그것으로 퍼포먼스가 가능한 인재 풀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의 역할은 이 재능이 18개월이라는 여정 속 어느 지점에서  ‘교육’ 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직업 사다리 중 가장 아래인 어시스턴트에서 시작한다고 치자. 어시스턴트만큼 현실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자리는 없다! 그 자리에서 얼마든지 변화를 가져오는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적극적인 도움을 행사하고,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더 깊게 사고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훈련을 통해 패션계에 기여하는 인재가 되는 첫 시작의 단추가 될 수 있는 것이다.

Q. 매우 실질적인 얘기다. 얼마전 인터뷰한 드리스 반 노튼과 비슷한 논지의 이야기를 나눴디. 그는 어시스턴트들에게 의견을 구할때 그들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아이디어를 나누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권고한다고 했다. 이게 가능하단 말인가?
A. 물론이다. 왜냐면 그들은 ‘나’와 다른 언어를 지녔기 때문이다. 우리는 학생들에게 자신만의 관점을 표현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훈련한다. 본인의 작품을 크리틱하고 다른 학생들의 작품을 크리틱하며 또한 작업을 에딧하고, 하나의 프로젝트를 자신에게 중요한 기준에 따라 소분류하거나 비쥬얼한 방법으로 소통하는 일이 늘 과제와 함께 진행된다. 이것이 채점 기준이 되기도 한다. 디자이너에게 중요한건 360도의 비전을 갖는 것은 물론 패션이 물리적으로 만질 수 있는 것이며 시각적이고 또 사회적인 작업이라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다.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을 해석하고, 예술과 지식을 통해 우리가 학습한 바를 표현하고, 디자이너라면 동시에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봐야 한다. 왜냐면, 디자이너는 그들에게 옷을 입히고, 스타일링하는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Q. 석사 과정을 위해 지원하는 학생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그들에게 무엇을 기대하는가?
A. 우리는 기본적으로 정말 뛰어나고 대단한 인재를 발굴하고 함께 작업할 거라는 어떤 ‘가정’하에 그들을 찾는 과정을 거친다고 표현하고 싶다. 예를 들어 40명 선발하는 석사 과정에 지원하는 학생 수가 올해의 경우 600명이다. 우리의 초점은 서로 다른 경험과 배경에서 온 다양한 인력으로 구성된 ‘팀’을 조직하는 것이다. 학생들은 저마다 전혀 다른 기대감을 갖고 온다. 그리고 대부분 무척 ‘순진한’ 기대를 품는데, 뭐 상관없다. 우리에게 중요한건 잠재적인 가능성이다. 그래서 또 다른 크리스토퍼 케인이나 크레그 그린, 챨스 제프리가 나오는 것도 너무 흥분되는 일이지만 동시에 이름이 덜 알려질지라도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는 조직 내 ‘팀원’ 역할을 하는 자들도 나와야 한다.

Q. 맞다. 모두가 디자이너가 될 수는 없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팀원도 중요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된다. 센트럴 세인 마틴의 MA 쇼는 유명하다. 모두가 서지는 못할텐데?
A. 우리는 한 팀으로 작업하고 하나가 되어 졸업 작품 쇼에 투입된다. 쇼는 물론 거대한 형식으로 컬렉션을 발표하는 장이지만, 모두의 시선이 꽂히는 그 스포트라이트의 수명은 몇분에서 몇달 혹은 몇년 단위로 소멸되거나 지속될 수 있는 것이다. 쇼 직후 모두의 관심이 한명에 쏠릴 수도 있다, 하지만 쇼가 끝나면 끝이다. 반면 삶 속에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이 작업을 실현하는 ‘과정’ 에 있다. 쇼는 사실 학기 점수에 채점되어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전혀 상관이 없다. 우리가 채점하는 것은 오직 컬렉션과 포트폴리오 작업이다.

Q.  캣워크에 대한 얘기를 좀 해보자. 패션쇼가 컬렉션을 보여주는 유일한 수단이 아니라는 의견이 팽배하다. 어떻게 생각하나?
A. 패션은 근접한 미래 속에 존재하는 것 같지만 동시에 무척 복고적인 비즈니스 세계다. 게다가 패션 피플들이 의외로 보수적이기 때문에 이에 반하는 극적인 축하의 장이 펼쳐져야 할 필요가 있다. 그곳에 모인 관중을 향해 자신의 비전을 보여주는 마치 ‘부족 (tribal)’ 단위의 쇼가 되는 것이다. ‘패션쇼’가 없어지는 일은 당장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쇼를 퍼포먼스로 바라보는 자들에게는 계속해서 패션쇼가 도구가 될 것이지만, ‘제품’을 선보이는 작업이라면 훨씬 더 다양한 방법들이 가능하다.

Q. 센트럴 세인 마틴에서는 패션쇼 외에 어떤 방식으로 학생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나?
A.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패션쇼 직후 쇼룸을 운영하고 있고, 잘 알려진대로 졸업 작품 쇼는 매년 2월 런던 패션 위크 온-스케줄에 포함되어 진행한다. 단, 쇼룸은 철저히 비즈니스를 위해 예약제로 진행되고 있고, 작년부터 대중들에게 오픈하기 위해 전시를 기획했다. 전시는 졸업작품 패션쇼의 연장으로 기부당과 이사벨로 블루오 같은 큰 전시들을 큐레이팅한 알리스테어 오닐의 손에 맡겼다. 알리스테어는 쇼에 바탕을 두고, 학생들의 작품을 전시의 형태에 맞는 시각으로 묘사하고 에딧하여 선보이는데 놀랍게도 작년 첫회도 올해도 특별한 전시 홍보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전시장을 방문했다. 그외에도 룩북이나 소규모 프리젠테이션 등을 기획하는 방법으로 선보이기도 한다.

Q. 패션 전시 얘기가 흥미롭다 (깔끔한 그의 사무실 벽면 한켠에 바로 두장의 전시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전시 제목이 ‘Nude’와 ‘Separates’이였나보다? 흥미롭다.
A. 올해의 전시 ‘Separates’은 ‘베트멍’에서 영감 받은 것이다. (웃음) 왜냐면 지금 패션계는 어쩌면 패션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그 어느때보다 주목하고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졸업 작품 쇼 이후 학생들은 더 이상 학생이 아닌 디자이너이다. 디자이너로서 어떤 작업을 하는지 대중에게 보여줘야 할 단계가 필수적인 과정이 되는 것이다. 쇼에만 의지하거나, 보그닷컴에 올라간 사진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람들로 하여금 옷을 만지고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작업이 필요하다.

Q. 어떨때는 학교 속 당신이 패션 산업 현장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열린 사고 방식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패션 산업은 보지 못하는 것을 당신은 보고 있으니까! 그래서 교육이 패션 미래의 희망인가보다. 하지만 학생들은 어떻게 자신만의 강력한 에너지를 품을 수 있을까?
A. 학교가 존재하는 이유가 바로 이거다. 센트럴 세인 마틴 석사 과정에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공존한다.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이나 그에 비해 낮은 기술을 지닌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하지만 그건 그렇게 크게 중요하지 않다. 왜냐면 누구에게나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찾는건 함께 일 할 수 있는 자들이고, 교육자로서 우리는 그들 안에 잠재된 능력을 발굴하는 역할을 지닌 것이다.

Q. 크레그 그린은 인지도가 높다고 쳐도 챨스 제프리는 한국에서는 아주 많이 알려진 이름은 아니다. 센트럴 세인 마틴에서 튜터로도 활동한다고 들었다. 그를 소개해달라.
A. 챨스는‘러버보이’라는 이름으로 클럽 나잇을 재현한 졸업 작품 컬렉션 이후 1년 넘게 패션계 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데, 그의 매력은 이 순간을 즐기고 소화하는 능력이다. 그건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그래서 그의 룩, 애티튜드, 그가 뿜는 에너지 모두가 자신의 브랜드의 ‘제품’이기도 하다. 그가 티셔츠와 데님만 만들어서 제작한다고 해도 상관 없다. 그는 하나의 총체적인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Q. 챨스의 컬렉션을 잘 알고 무척 좋아하는 입장으로 공감 되는 부분이 많은데 아무래도 직접 매장에서 보면 이해가 더 빠를 것 같다. 그의 ‘술취한 테일러링’ 재킷만으로도 완전 반했는데, 아직 존재하지 않는 데님과 티셔츠 컬렉션을 상상하자니 너무 행복하고 좋다. 당장 사고 싶은데! 그러고보니 ‘창의성’과 ‘상업성’이라는 두 가지가 떠오른다. 어떤가, 이 두 요소 간의 조화와 균형이 어떻게 가능할까?
A. 특히 석사 과정에서는 무척 중요한 얘기다. 왜냐면, 학사나 석사 모든 과정에서 ‘상업적’이라는 단어는 마치 아주 나쁜 단어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건 너무 상업적이야.” 라는 표현은 최악의 품평이 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게 모순인게, 학생들은 대부분 졸업 후 디자이너로서의 첫 행보로 런던 패션 위크를 손꼽고 그곳은 바로 자신들의 컬렉션을 팔아야 하는 곳이다.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컬렉션이 크리에이티브할 때 바로 상업적인 가치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Q.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을 직접 구입하는 바이어들에게 ‘상업적’이라는 단어는 또 다른 의미이지 않을까?
A. 바이어는 다른 시각을 갖고 있다. 옷을 어떻게 배송하고, 누가 입을지를 생각한다. 디자이너는 바이어의 시각을 이해하되 그 경계가 더 넓다.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타깃 마켓에 대한 사전 이해가 있어야 하며, 자신이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정확할 수록 좋다. 디올같은 디자이너가 되길 원하는지 디젤 같은 디자이너가 되길 원하는지!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그냥 모호해질 수 밖에 없고, 자신의 일을 분석할 수 없게 된다.

Q. 그래서 학교에서는 어떤 노력을 하는건가?
A. 학생들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그들과 작업하며 그들에게 멘토쉽을 제공하고 재능있는 튜터들을 초대하는 노력들이 이어진다. 게다가 런던을 강하게 하는 배경에는 이 모든 것을 조직 단계에서 실질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현실 속에서 해결책을 도모하는데 앞장서는 영국 패션 협회 역할이 크다.

Q.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A. 영국 패션 협회는 이미 아주 오래전부터 뉴젠 수상 프로그램을 통해 신인들을 발굴할 뿐 아니라 그들에게 직접적인 멘토링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끌어나가고 있다. 우리 때는 지금처럼 멘토쉽이 잘 되어 있지 않았지만 나 또한 뉴젠 수상자로 디자이너 커리어를 시작한 수혜자다.

Q. 런던에 부럽기도 하고 놀랍기도 한 점은 협회와 학교 그리고 산업이 똘똘 뭉칠 수 있다는 것이다. 런던 외부에 있고 글로벌한 우리들은 어떻게 그 연합에 참여할 수 있을까?
A. 모든 것의 첫 시작은 관심을 갖는 것이다. LVMH나 케링 그룹 같은 국제적인 규모의 기업들은 끊임없이 우리를 모니터링한다. 우리가 하는 작던 크던 모든 행사에 관심을 갖고, 때로는 손을 벌리거나 함께 하기를 청하기도 한다. 자신들의 프로젝트를 우리에게 소개하는 일도 종종 있다. 가장 중요한건 참여하는 그 한 발자욱을 내딛는 것이다.

Q. 좋은 얘기다. 더 많이 알고 싶은게 사실이다! 마지막 질문이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핫한 신인이 있다면 소개해줄 수 있나? 한국 졸업생들도 좋다!
A. 키코 코스타디노브! 올해 초 작 졸업 작품 쇼를 마친 그는 이미 도버 스트릿 마켓에 컬렉션을 판매하고 있고, 그에 앞서 스튜시와 푸마와 놀라운 작업을 함께 하며 패션계 내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졸업과 동시에 뉴젠 수상자로 선발되어 바로 남성복 런던 패션 위크 온 스케줄에 합류한 그의 쇼를 기대해달라. 한국 디자이너는 셀린에서 활약하다 군대 제대 후 복귀한 록 황과 J JS Lee, 레지나 표 등이 아주 잘하고 있다. 특히 록은 이제 브랜드를 시작한 단계인데 충분히 기대해도 좋을만한 좋은 잠재력을 지닌 디자이너다.

글/ 여인해
사진/ Marco KesselerAsia WerbelChris Moore at Catwalk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