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VANT GARDENER, Dries Van Noten 드리스 반 노튼 인터뷰

‘안트워프 6’ 중 한명으로 출범해 30년동안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온전히 본인이 수장이 되어 독립적인 회사로 운영하는 드리스 반 노튼은 이 시대 패션계의 천연기념물이다. 그는 한해에 8개에서 10개의 컬렉션을 쉬지 않고 만들어내라고 요구하는 패션 시스템에 순응하지 않는다. 이유는? 그에게는 옷을 제작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귀중한 시간을 고스란히 옷에 아름답고 깊은 색채와 자수, 이야기와 시각, 재단과 드레이핑으로 담아 눈에 보기에도 몸에 걸치기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한 ‘창조물’로 완성한다. 30년 동안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디자이너 드리스 반 노튼은 오늘도 계속해서 앞을 향해 전진 중이다.  

 

“드리스 반 노튼입니다.”  전화기 넘어로 들려온 그의 목소리는 깊은 울림이 인상적인 저음의 톤이었다. 밀라노에 있는 컬렉션이 일요일 넘어 월요일이 되는 자정에 파리에 도착하기까지의 시간은 그를 비롯한 스튜디오 모든 팀에게 가장 예민한 시간이다. 그 긴박한 상황에서도 드리스 반 노튼은 그가 이루고 싶은 것, 행복하다고 느끼는 것을 차분한 음성으로 들려줬다. 매 순간 진화하기를 꿈꾸는 그와 나눈 강렬하고도 영감 가득한 대화를 소개한다.

Q. 벨기에는 지금 이른 저녁일 텐데요. 무슨 일을 하고 있었나요?
A. 모두가 대기 중인 동안 나는 다음 시즌 남성복 컬렉션의 페브릭 작업에 한창이다. 아직 전 시즌을 온전히 마무리하기도 전에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패션은 정말 괴상한 궤도로 움직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게 패션이니 뭐 어쩔 수 없지 않나.

Q. 당신의 옷 하나하나 안에는 정말 수 많은 ‘이야기들’이 보석처럼 아름답게 수 놓여 있고 그 이야기들을 모르는 이들조차도 당신의 옷에 이끌린다. 어떻게 수 많은 요소들이 하나의 옷에 그렇게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을까?
A. 컬렉션 하나를 제작하기까지 수 많은 자료 조사와 연구, 그리고 심층 분석의 과정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지만, 프리 컬렉션과 리조트 컬렉션을 선보이는 ‘패션 시스템’을 우리는 따르지 않기 때문에 일년에 4번의 컬렉션 제작이라는 좀 더 ‘여유 있는’ 과정을 이끌어가고 있다. 굳이 시스템을 따르지 않는 이유는 나에게 컬렉션의 시작은 온전히 페브릭이기 때문이다! 페브릭 제작을 위해 이미 굉장한 요소들과 자료와 영감들이 동원되는데, 완성된 페브릭만 봐도 이것이 쉽고 빠르게 작업할 수 없는 복잡한 과정을 수반하다는 사실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그리고 과거와 미래를 모두 담아야 한다. 물론 이건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의 목적은 옷을 만드는 것이니까. 하지만 좋은 시작이다. 왜냐면 전체 컬렉션이 ‘강렬하게’ 창조될 수 있는 환경이 시작된 거니까.

Q. ‘강렬하다 (intense)’라는 단어가 너무 좋다. 당신의 표현이 더 좋은 것 같은데, 내가 생각한 단어는 실은 ‘한결 같다 (consistent)’는 단어였다. 브랜드 런칭 이후 드리스 반 노튼만의 브랜드 무드가 있고 그것이 한결 같이 지속된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이다. 당신만의 앞으로 전진하는 노하우는 그렇다면 무엇인가?
A. 나는 멈춰 서 있고 싶지 않다. 나는 진심으로 지금을 위한 옷은 물론 미래를 위해 디자인하고 싶다. 나는 과거와 전통을 무한히 존경하고 특히 그 기술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그래서 모든 아트 스쿨이 아티스트들이 되고자하는 학도들에게 추상 미술을 탐하기 전 먼저 순수 미술을 익혀야 한다고 가르치듯, 패션도 비슷한 면이 있다고 여긴다. 패션 역사를 익히고 무엇을 위해 컬렉션을 작업하는지 인지하며 인체는 물론 무엇이 좋은 디자인하고 우아한지 남성과 여성 각각에게 어울리는 바에 대해 먼저 알아야 자신만의 ‘룰’을 형성해나갈 수 있다. 그 전에는 본인이 느끼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을 갖기 어렵다. 전통에 대한 존경심은 나의 디자인 세계에 무척 중요한 귀감이고, 이제는 어느 정도 아카이브를 갖는 디자이너가 되어 나만의 역사가 있다는 좋은 점이 있지만, 나의 크리에이티브 팀은 점점 더 영해지고 있고 이들이 태어나기도 전에 만든 컬렉션이 있다는게 무척 흥미롭다. 그들의 의견과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즐겁다.

Q. 지금 패션계 안에서 당신을 가장 흥분시키는 것과 화나게 하는게 있다면 무엇일까?
A. 난 언제나 패션에 흥분하는 편이다. 나에게 패션은 지속적으로 진화하고 있고, 우리는 가끔 이미 글로 패션에 대해 불만을 토하는 반면 그것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도록 자극하기도 하니까. 나에게 컬렉션은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이다. 결과와 상관없이 난 언제나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고, 앞서 만든 컬렉션과의 경쟁이자 내 눈이 주목하고 있는 것들과 경쟁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독립적인 브랜드로서 모든 걸 다 뒤엎고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그건 분명 흥미진진한 과정이다.

Q. 맙소사, 모든걸 뒤엎는게 흥미진진하다니 당신은 과연 크레이어터다. 하지만 분명 독립적인 브랜드로서 가진 그 크레이티브 자유는 중요한 자산이다. 당신에게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오늘날 패션이 움직이는 이 미치도록 빠른 스피드에 당신은 어떻게 반응하고 있나?
A. 이것이 현실이다. 독립적이라는게 때론 무척 로맨틱하고 좋게 느껴지지만, 예를 들어 생산 관련해서 생기는 문제 등에 있어 대기업에 의존할 수 없다는 불리한 점도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유리한 점이 많은게 사실이다. 어떤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크리에이티브한 자유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다. 게다가 우리와 함께 일하는 제조업자들에 대한 책임감은 무척 중요한 일이다. 예를 들어 매 시즌 컬렉션에 자수를 포함하는 이유 중 하나가 이 작업을 위해 인도에 고용한 천명 넘는 인력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다. 컬렉션을 이끄는 영감과 레퍼런스가 이런 다양한 환경과 어울러져 완성되는 여정을 걷게 되는 것이다.

Q. 컬렉션을 준비하지 않을 때에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A. 나는 파트너와 함께 매우 특별하고 멋진 집에 살고 있다! 아름다운 정원이 있어서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사실 아주 재밌고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래서 굳이 멀리 여행을 떠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Q. 당신의 정원에 대해 얘기해달라. 어떻게 생긴 정원인가? 잡지를 통해 당신의 아름다운 정원을 본적이 있는데, 당신이 직접 가꾸는 것인가?
A. 무척 거대한 정원이다. 아주 오래된 ‘공원’인데 20년전에 (이 집과 함께) 구입했고 정원의 뼈대 구조는 17세기의 것이니 그 곳에 오랜 시간 정원이 자리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으로 정원이 꾸며진 것은 1840년이고, 대부분의 나무들이 1840년에서 1880년 사이에 심어졌다. 하지만 1940년과 45년 사이 일어난 2차 세계대전 당시 정원이 폐허가 되었고 이후로 돌보지 않아 나무의 상태가 썩 좋지는 않다. 그래서 오랜 시간을 들여 ‘복원 작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좋은 점도 있다. ‘등록된 정원 (역사적인 장소를 함부로 변경할 수 없도록 하는 유럽의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덕분에 새롭게 개발할 여지가 있어서 좋다.

Q. 런던에 살면서 정원의 아름다움에 대해 조금 알게 된게 있다면 때마다 다른 꽃들이 피어나도록 심어진 놀라운 조화다. 런던과 그곳의 날씨가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지만 비슷한 방법으로 정원을 가꾸지 않을까? 지금 정원의 모습은 어떤가?
A. 맞다, 런던과 날씨가 거의 똑같다. 지금은 가드너에게 무척 행복한 시기이다. 왜냐면 1월과 2월이 되면 첫 눈이 내리는데 이때 정원으로 들어가 첫 새싹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월이면 풍년화 (witch hazel)가 꽃을 피우며 정원에도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음을 알린다. 5월이 되면 모란과 장미 (rosen) 등 아름다운 꽃들이 산더미처럼 정원을 가득 메운다. 너무 아름답고 너무 좋다! 날씨가 좋을 때는 정원에서 식사도 하고 차도 마시지만지난 몇 주간은 비가 계속되는 축축하고 추운 날씨라서 그러질 못했다. 

Q.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아침은 무엇인가?
A.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침 식사는 일요일 아침 갓 구워낸 빵을 먹는 것인데 우리 집에 정말 아름다운 ‘브렉퍼스트 룸 (Breakfast Room, 거실이라고도 불리우는)’이 있다. 통 유리로 된 창이 있어 안으로 열거나 밖으로 열 수 있는데 이 창을 열면 정원 안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지만 실제로는 실내에 있는 그런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정말 아름답다. 모든 창을 다 열면 테이블 바로 앞까지 정원 속 모든 자연이 밀려들어와 펼쳐지는데, 정말 황홀하다.

 Q. 그러고보니 당신의 컬렉션이 다채로운 이유도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다. 당신의 컬러 팔레트 안에는 밝고 팝한 컬러 보다는 화려하고 깊은 색조가 가득한데 당신의 가드닝에 대한 사랑이 크게 작용했을 거라고 우리는 짐작한다. 사실 자연은 패션은 물론 예술과 건축, 도시, 문화 등 다양한 분야 속 창조적인 활동을 자극하는 중요한 영감이다. 그리고 당신의 컬렉션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잘 해석되어 표현되고 있다. 자연의 어떤 점이 당신을 자극하나?
A. 자연은 내가 아는 현재 안에서 모든 곳에 존재한다. 그리고 내가 도시가 아닌 외곽 지대에 살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 자연은 더 특별하게 다가온다. 일상이 너무 바쁘고 지친 날이면 도시에 머무르지 않고 저녁이면 리에르(Lier)의 집으로 운전하고 돌아와 다음날 아침 꼭 정원으로 개와 함께 산책을 나간다. 이렇게 시작하는 하루는 자연스럽게 무척 다른 하루가 될 수 밖에 없다.

Q. 당신은 아티스트 알렉산드라 케하요글루 (Alexandra Kehayoglo)가 만든 이끼 카펫에서 컬렉션을 전개하기도 했고 모델들의 가슴에 백합을 달기도 했다. 정원에 대한 당신의 특별한 애정을 캣워크 위에서 또 볼 수 있을까?
A. 물론이다. 내 컬렉션 안에서 정원에 대한 영감을 보는 일은 흔한 광경이지만, 동시에 나는 정원사 (gardener)다. 나는 자연에 무한한 존경심을 갖고 있고, 내가 하는 일에 자연을 직조해 투입하는 작업을 하지만 (weave nature into things that I do) 우리가 만드는 것은 패션이지 자연이나 창조주에 대한 오마주는 아니다. 어떤 시즌에는 더 눈에 확연히 띄겠지만 또 그렇지 않은 시즌도 있을 것이다.

Q. 가장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자연과 함께 있을 때인가?
A. 아침에 일어나 산책하러 나갔는데 날씨가 화창할 때인 것 같다. 햇살도 있고 새들도 노래하고. 나는 삶 속에 찾아오는 작은 기쁨을 통해 행복을 느낀다.

에디터/ 여인해

이 기사는 <Boon the Shop Magazine> 2016 SS 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