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don Fashion Week AW16 Review 런던 패션 위크 2016 가을/겨울 컬렉션 리뷰

개인적으로 겉모습과 내면의 이미지가 일치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런 차원에서 디자이너의 디자인이 그와 잘 어울린다는 발견은 참 재밌다. 창조물에는 창조자의 성품이 드러나게 되는 것일까? 그래서 패션 트렌드가 처음으로 발표되는 패션 위크는 그 현장감 외에도, 디자이너들을 직접 보고 보도자료를 읽으며 컬렉션을 이해하는 등 전체 그림을 보는데 진정한 묘미가 있다. 컬렉션 룩들이 전세계 매장에 진열되어 소비자 눈앞에 나타날 때 쯤이면 아이디어나 스토리는 없이 시각적 요소만이 남는 법. 그래서 그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모든 시선이 집중되는 화려한 캣워크보다는 프레젠테이션 쇼장이 오히려 적격이다. 그래서 더 끄릴 수 밖에 없는 런던 패션 위크 2016 가을 겨울 컬렉션의 프레젠테이션 현장 및 하이라이트를 소개한다.

 남극의 소리와 함께하는 무대, Sadie Williams AW16 ©최상희

남극의 소리와 함께하는 무대, Sadie Williams AW16 ©최상희

남극의 빙하를 재현한 무대 한 복판에 줄지어 선 모델들이 눈길을 끈 새이디 윌리엄스(Sadie Williams)의 첫 프레젠테이션. 누빔 소재와 독특한 컬러 배합은 그녀의 스토리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디테일이다. 컬렉션은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는 소리와 함께 당장 나를 설득했다. 올해 겨울엔 나도 그녀의 옷을 나도 입고 싶어졌으니까.

 수놓는 소녀?들, Steven Tai AW16 ©최상희

수놓는 소녀?들, Steven Tai AW16 ©최상희

 ©최상희

©최상희

스티븐타이 (Steven Tai)는 할머니의 고운 젊은 시절을 생각나게 했던 컬렉션을 선보였다. 비록 모델들은 주름 하나 없는 맑은 얼굴로 어리숙하게 수 놓는 시늉만 하고 있었지만, 좁은 공간에 꾸며진 여유로운 티타임 분위기는 그곳을 한참동안 떠날 수 없게 만들었다. 코듀로이와 라일락 컬러, 진주장식과 가디건 등이 한데 어우러졌던 컬렉션.

 옆사람도 보이지 않을 만큼의 어두움 속에서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모델들에게 향해있었다. Charlotte Olympia AW16 ©BFC제공

옆사람도 보이지 않을 만큼의 어두움 속에서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모델들에게 향해있었다. Charlotte Olympia AW16 ©BFC제공

샬럿 올림피아 (Charlotte Olympia)는 런던 패션 위크 AW16 시즌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 그녀의 런던 패션위크 데뷔 무대는 멋지게 완성된 캣워크였다. 평소에도 그녀의 위트있는 액세서리들을 동경했지만 실제로 캣워크에서 보니 그녀의 컬렉션이 더 화려하게 빛났다. 무대구성이 정말 멋졌는데 우주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답게 액세서리 아이템을 제외한 모든 것은 오로지 ‘블랙’으로만 존재했다. 온통 블랙 천지에 반짝 반짝 빛나던 그녀의 신발과 가방 컬렉션을 황홀했을 정도. 특히 마지막에 출연했던 얼굴과 몸을 블랙으로 감싸고 아주 느린 걸음으로 무대를 한 바퀴 돌던 모델의 자태는 뇌리에서 잊혀지지가 않는다.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보이는 풍경, Faustine Steinmetz AW16 Presentation. ©Youngchul Kim

좁은 틈을 비집고 들어가면 보이는 풍경, Faustine Steinmetz AW16 Presentation. ©Youngchul Kim

포스틴 스테인메츠 (Faustine Steinmetz)는 멋진 데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시즌 그녀는 데님이 아닌 다른 소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컬렉션을 선보였다. 그녀는 과연 텍스타일로 다양한 시도를 멋지게 할 줄 아는 텍스타일 연금술사. 게다가 프레젠테이션 구성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 테이트 브리튼에 마련된 톱샵이 후원하는 뉴젠 행사장 속 그녀의 프리젠테이션을 보기 위해 들어서니 흰 상자 앞면에 살짝 벌어진 틈새를 향해 카메라를 든 인파로 북적였다. 허리를 숙이거나 까치발로 키를 한껏 올려야 모델들과 컬렉션을 볼 수 있었다. 폼폼 올라오는 헝크러진 울 텍스쳐와 여기저기 뚫고 나가는 꼬리같은 것들 형상들이 모델들의 곱슬곱슬한 머리와 무척 잘 어울렸던 프리젠테이션.

 표정연기가 으뜸이던 그녀들, Natasha Zinko AW16  ©Youngchul Kim 

표정연기가 으뜸이던 그녀들, Natasha Zinko AW16  ©Youngchul Kim 

 목을 감싸는 레이스와 여성스러운 실루엣, Natasha Zinko AW16 ©Youngchul Kim

목을 감싸는 레이스와 여성스러운 실루엣, Natasha Zinko AW16 ©Youngchul Kim

나타샤 징코 (Natasha Zinko) 쇼를 위해 찾은 고풍스러운 ??호텔 로비를 지나 바로 들어서 착석하니 ‘잠시만 기다리세요’라는 멘트와 함께 모델들이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살롱쇼 형태의 프레젠테이션에는 목선을 감싸는 레이스와 슬립 드레스 등 우아한 룩들이 연이어 등장했다. 반면 아스피날 오브 런던 (Aspinal of London)은 매 해 선보이는 프린팅된 가죽 가방과 다양한 컬러가 돋보이는 가방 컬렉션을 선보였는데, 마치 파티에 참석한 것처럼 프리젠테이션 현장은 웃음과 수다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클래식한 아이템들로 가득한 컬렉션에도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건 바로 영국 특유의 유머. 이번 시즌에는 ‘진주’ 장식이 등장.

바쁘고 정신없게 흘러간 나의 두번째 런던 패션위크는 이렇게 또 한바탕 지나갔다. 이제 곧 6월에 있을 런던 컬렉션 맨의 봄 여름 2017 (London Collections Men SS17) 캣워크 스케줄이 발표될 예정이다. 며칠 전 방문했던 한 PR에이전시의 프레스데이에서 정갈하고 깔끔한 옷을 선보이는 세베럴 (Several)과 디자이너 그레이엄을 만난 이후로 남성복의 이야기가 점점 더 궁금해지고 있다. 세베럴 이야기는 to be continued…

글/ 최상희
사진/ 최상희, Youngchul Kim, BFC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