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 of City Frame, 필름 오브 시티 프레임

영국 영화 협회 (British Film Institute)가 주관하는 제59회 BFI 필름 페스티벌이 한창이던 10월 초, 런던 홀란드 파크 근처 한 프라이빗 공간에 영국 영화계와 패션계 주요 인사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바로 지난주 막을 내린 4대 패션위크로 분주하던 패션 피플들이 영화계 관련자와 함께한 이유는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필름 오브 시티 프레임’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작년 토론토 영화제에 이어 올해 런던에서 2회를 맞게 된 이 프로젝트는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직접 나서서 하나하나 세세히 챙기며 열정을 다해 운영하는 젊은 인재 육성 프로그램. 프라이빗 디너 그리고 다음 날 진행한 필름 시사회까지, 직접 다녀왔다.
 

아르마니의 제2회 ‘필름 오브 시티 프레임’ 프로젝트를 축하하기 위해 프라이빗 디너에 참석한 인파 중에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헬렌 미렌 (Helen Mirren) 여사. 라벤더 컬러의 아르마니 재킷을 입고 들어선 그녀는 이번 프로젝트의 숨은 공로자로 알려진,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조카이자 브랜드 홍보대사인 로베르타 아르마니 (Roberta Armani)와 공동 호스트로 나섰다. 70세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외모와 패션 감각으로 영화제 내내 일간지를 장식한 헬렌과 로베르트의 조합은 환상적이었다. 이튿날 학생 감독, 프로듀서들과의 패널 토크를 이끈 저널리스트 팀 블랭크스 (Tim Blanks)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 의견을 나누고, 질문을 던지고, 학생들의 답변을 경청하던 헬렌의 모습은 인상적이었고, 앞에 나서기를 꺼려 한다는 로베르타는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프로젝트를 응원했다. 아르마니 VIP 마케팅 팀은 조르지오의 뜻을 받아 그녀가 이번 프로젝트에 혼혈을 다해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완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귀띔했다.

한편, 프라이빗 디너 공간에는 4개 도시, 4개 학교에서 선정된 4개 학생들의 메이킹 영상과 함께 이 프로젝트의 주인공인 ‘아르마니 아이웨어’가 선보여졌다. “모든 스토리는 미적 기능만이 아닌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고 이날 언급한 조르지오의 이야기대로, 학생들에게 주어진 임무는 아이웨어를 이용한 필름 제작이었다. 엄청난 영화광으로 알려진 그는 이미 젊은 인재를 키우겠다는 포부로 “최근에 밀란 패션 위크에 선 아르마니 쇼장에서 떠오른 신진 디자이너와 함께 패션쇼를 개최하고, 올해 초에는 브랜드의 40주년을 기념해 밀란에 아르마니 사일로 박물관을 오픈했어요” 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예술학교 재학생들을 프로젝트에 투입시키겠다는 의견의 시작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포부였을지 몰라도 “그들의 일상 생활을 극중 인물의 눈과 감정을 통해 표현하기를 원했는데, 그들이 예상치 못한 서사적 앵글을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했다는 것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라는 소감을 밝힐 정도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키도 했다.

영국 영화 협회의 메인 장소인 BFI 사우스뱅크에서 열린 시사회를 통해 다음날 모습을 드러낸 4편의 영화는 패션 브랜드의 광고와 단편 영화를 크로스오버하며 신선한 스토리, 감각적인 연출은 물론 4개 도시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흥미로운 작품들이었다. “이 4개 도시들에 대해 조금 더 알게 된 느낌이예요. 관광객으로 도시를 방문할때보다 좀 더 친밀하고 더 직접적인 감정 이입을 통해 도시를 들여본 그런 느낌이요.” 시사회 후 단독으로 대면한 헬렌은 학생들이 현지인들만 아는 도시의 매력을 담은 점을 높이 평가했다. 또 프로젝트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다음 단계로 중요한건 좋은 아이디어를 알아볼 줄 아는 능력을 다지는 방법으로 많은 이야기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분명 어딘가에 있을 좋은 배역을 알아볼 수 있는 캐스팅에 주력하는 거예요.” 라는 조언을 던졌다.

조르지오 역시  “항상 스스로가 하는 일에 믿음을 갖고, 비판에 의해 지체되는 대신 그 비판을 발판 삼아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라며 “새로운 것을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신선한 시각이 필요하니 젊은 예술가들에 본인만의 관점에서 독창성을 기르라”는 충고를 건넸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4개 학교는 이탈리아의 홀든 스쿨 (Holden School-Turin, Italy), 브라질의 씨네마 인터내셔날 아카데미 (Academia Internacional de Cinema – São Paulo, Brazil), 오스트레일리아의 필름 스쿨 (Sydney Film School – Sydney, Australia), 한국의 서울 예술 대학교이며 선발된 4개의 단편영상은 framesoflife.com을 통해 상영중이다.  

글/ 여인해
이 글은 <노블레스> 코리아 2015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