뎀나 바잘리아와의 인터뷰 Interview with Demna Gvasalia

베트멍(VETEMENTS)의 수장 ‘뎀나 바잘리아’.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다면 인류학자가 되었을거라는 그의 말이 무색하게도, 베트멍은 현재 패션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국 LA 에서 한달간의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다음 시즌을 준비 중인 그는 이번에는 어떤 것으로 우리를 놀라게 할지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그랬듯이 많은 걸 묻고 있으며, 그 질문의 목적은 답을 찾기 위함이 아닌 그저 사람들을 바라보는 것에 있다고 한다. 베트멍을 통해 인생의 한 장(chapter)을 마치고 다음을 준비하는 뎀나 바잘리아를 분더샵이 만났다.

베트멍, 현상이 되다.

Q. 베트멍은 현상이 되어버렸어요. 베트멍을 시작하게 된 과정을 소개해주세요.
A. 베트멍은 나와 친구들이 그저 옷을 만들기 위한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시작된 거예요. 우리가 아는 쿨한 이들이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옷을 찾기 힘들어했고, 그래서 옷을 변형해서 입거나 빈티지 옷을 사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입고 싶어하는 옷을 만드는 전혀 새로운 작업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Q. 베트멍의 출현 이후 패션의 많은 부분이 변했어요.
A. 우린 그저 필요한 순간 필요한 질문을 한 것 뿐이예요. 그게 잘 맞아 떨어졌다고 생각해요.

Q. 당신에게 베트멍의 시그니처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A. 베트멍을 입는 자들이 갖는 애티튜드가 나는 흥미로워요. 그것이 봄버 재킷, 플로럴 드레스, 후디 혹은 데님, 그 어떤 것이라도 옷을 입었을때 사람들이 갖게 되는 애티튜드가 있어요. 패션은 표현이잖아요. 그냥 후디를 입으면 될 것을 굳이 과장되게 부풀리고 강조하고 확대된 후디를 만든거죠. 그리고 관찰했어요. ‘영 피플’들이 무얼 입는지 끊임없이 보면서 ‘베트멍 필터’에 걸러 내거나 ‘베트멍 프레임’을 입혔죠.

Q. 그게 뭐죠, 베트멍 프레임이요? 예를 들어 디자인 팀에게 어떤게 베트멍 프레임이라고 말하나요?
A. 보통은 그들이 ‘이게 우리답다, 우리답지 않다’라고 말하죠. 옷이 갖는 애티튜드예요. ‘이 옷은 정말  예쁘지만 ‘우리답지 않다 (It’s not us)’고 생각되면 ‘우리답게 하기 위해 뭘해야 하지 (what do we do it to  become us)’라는 질문을 해요. 재단을 하거나,  무언가를 덧붙이거나, 소매를 잘라내거나, 어깨를 만지는 등 비율을 보면서 작업을 하고 나면 그제서야 ‘우리 다운’ 옷이 되요. 아 어떻게 설명해야 될지 모르겠어요. ‘애티튜드’라는 단어가 가장 의미를 잘 함축하고 있어요.

Q.  그럼 작업은 어떤 방식으로 하나요?
A. 난 지난 3년간 스케치를 하지 않았어요. 나는 스케치를 믿지 않아요. 어떤 아이디어를 기억하기 위해, 나만을 위해 스케치를 하긴 하지만, 옷은 3차원적이기 때문에 그릴 수 없어요. 조각가가 드로잉을 하지 않고 바로 작업하는 것과 비슷한 거예요. 바디 위에서 작업하는 건 필연적이예요. 우린 많은 옷을 해체 (destroy)하며 일해요. 빈티지 옷이나 저렴한 새옷을 구입하고 그걸 재단하며 갖고 놀면서 디자인 작업을 해요. 마네킨이 아니라 사람 위에서 작업해요. 조각과 달리 옷은 움직임을 봐야 하니까요. 

Q. 언제나 패브릭이 아닌 옷을 갖고 디자인을 한다는 말인가요?
A. 99%의 경우 옷을 갖고 디자인해요. 베트멍 옷일 수도 있고, 오래전 작업한 샘플이나 빈티지 옷을 갖고 작업해요. 우린 아마 만드는 옷 보다 해체하는 옷이 더 많은 거예요!

Q. 옷을 해체하면서 무엇을 얻나요?
A. 새로운 걸 얻죠. 왜냐면 예를 들어 10달러 주고 산 재킷을 변형해 그것으로 베트멍 재킷을 만들어요. 그 과정에 수작업이 많이 필요해요. 그리고 그건 패턴 메이커들이 작업하는 과정과 비슷하죠. 나는 옷에 대한 ‘아이디어’ 보다는 옷을 만드는 ‘기술’에 아주 관심이 많아요. 재킷이나 코트 그리고 셔츠를 만드는 ‘기술’에 대해 잘 안다면 더 나은 드레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패턴 메이커는 종이 위에서 패턴을 그리고 페브릭으로 작업하는 것 아닌가요?
A. 맞아요, 패턴 메이커는 그렇게 일해요. 그런데 만약 소매가 (몸통 디자인에 소매를 붙이기 위해 재단된)  암홀에 안 맞으면 그땐 어떻게 하죠? 암홀에 맞춰 소매를 줄인다면 너무 흉측해져서 베트멍 스럽지 않을까 묻는거죠. 예를 들어 지난 시즌에 우리는 최악의 스웻셔츠를 만들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런데, 모두가 옷을 만들줄 아는 팀이다보니 우리가 만든건 어딘지 억지스러운거예요. 그래서 회계팀 직원을 불러 한번도 재봉틀을 본적이 없는 그에게 페브릭을 주고 15분만에 티셔츠를 만들라고 했어요. 그가 만든 티셔츠는 그 시즌의 컬렉션 중 하나로 발전됐어요. 그 후 그에게 알려줬어요. 그의 디자인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를요.

뎀나 바잘리아의 영감 그리고 디자인

Q. 당신의 디자인 팀은 어떤가요? 아주 어린 친구들도 있을 것 같은데.
A.  대부분이 26살 미만이예요. 90년대에 태어난 친구들과 일하고 있죠. 나에게는 당연한 음악 밴드도 그들은 몰라요. 그들은 스냅챗의 세대이고 나보다 더 많은 의견과 생각을 갖고 있어요. 난 그들의 다른 관점과 시각, 심지어는 어떤 단어에 대해 갖고 있는 다른 이해가 흥미로워요. 서로 다른 의견들이 모여 상호 작용하고 필터링 되는거죠. 이것이 베트멍의 특별한 점이예요 . 그래서 어떤 면에서 베트멍은 패션 스쿨과 닮은 점이 많아요. 왜냐면 우리는 함께, 각자, 서로를 통해 배우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죠. 디자인 팀 내에 이런 상호교환은 무척 중요해요.

Q. 그래도 누군가는 지휘권을 갖고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지 않나요?
A. 창의적인 작업은 콜렉티브만 갖고는 안 돼요. 그럼, 혼돈 상태가 되죠. 하지만 처음부터 나는 누구라도 용기를 내서 어떤 작업을 하도록 오픈된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떤 결정을 내릴때도 왜 그래야 하는가 설명해요. 그가 그걸 통해 어떤걸 배운다면 우린 계속 대화를 이어가게 되는거죠.

Q. 세상의 지나친 관심과 수요가 부담스럽지 않나요?
A. 전혀요. 왜냐면 나에게 부담을 주는건 패션과 관계 없는 것들이예요. 지금 내게 가장 부담되는 건 고장 난 TV예요. 나한테는 이게 행운인 것 같아요. 나는 무척 실용적인 사람이예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들은 디자인팀과 함께 컬렉션 전에 갖는 세션이나, 아니면 집에서 피자를 먹는 순간이예요. 사람들이 무얼 기대하는지 생각하지 않아요. 왜냐면 그렇게 되면 난 무척 스트레스를 받을 거고, 그 스트레스에 의해 마비가 되서 아무것도 창조하지 못할거예요.

Q. 그럼 당신은 어디서 영감을 얻나요?
A. 나에게 흥미를 주는건 사람들이 무엇을, 왜 그렇게 입는가예요. 왜 런던에 있는 여인들은 미니 스커트를 입을때 타이즈를 신지 않는지 이해하고 싶어요. 옷 입는 현상 뒤에 있는 심리죠. 패션 마켓이 무엇을 기대하는지, 다음에는 어떤 후드티를 만드는지에 대한 얘기가 아니예요. 예를 들면, LA에서 보내는 한달 동안 난 버스 정류장에 오가는 노인들을 관찰했어요. 그들이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떻게 걸어다니는지 계속해서 사진으로 촬영했어요. 이게 나의 영감이예요. 

Q. 그럼 다음 컬렉션의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되나요?
A. 패션에서 재미있는 건, 그들이 기대하는걸 그들은 더 이상 가질 수 없다는 거예요. 다음 컬렉션의 시작은 곧 새로운 ‘장’을 뜻해요. 나는 일관된 걸 보여주거나 지속적이고 싶지 않아요. 패션은 놀랍고 흥미로워야해요. 솔직히 난 이제 후드티가 지겨워요. 물론 계속해서 후드티를 만들거예요. 하지만 난 다른 것도 하고 싶어요. 전혀 새로운 컬렉션을 선보일 수도 있고, 쇼를 안할 수도 있어요.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니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는 다른게 될거예요.

Q. 그렇게 말하니 더 궁금해요.
A. 패션 사회에 던지는 질문이예요. 사람들은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말하자면 패션 유니폼에 대한 얘기예요. 궁금한게 당연해요. 하지만 아직은 몰라야 해요. 그게 패션을 이끄는 원동력이예요.

Q. 당신에게 살아 있는 혹은 죽은 멘토가 있다면 누구인가요?
A. 내가 가장 많은 걸 배우고, 나에게 많은 조언을 준 멘토는 린다 로파예요. 그녀는 살아 있고, 나는 그녀가 더 오래 살기를 바라는데, 그녀는 패션 아카데미 시절 나의 사수였어요. 린다는 당시 자신의 숍을 운영했는데, 벨기에 패션은 그녀 때문에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예요. 안트워프 왕립 아카데미 재학 시절 린다는 나에게 옷을 디자인할때 ‘이 옷을 원하는 단 한사람을 아는가?’라고 질문하는 법을 가르쳐줬어요. 이 질문은 나에게 무척 중요한 것이었어요. 재킷이나 드레스, 그 어떤 옷이라도, 이걸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죠. 패션에서는 무척 중요한 질문이예요. 왜냐면 넘쳐날 정도로 많은 옷이 있으니까요.

Q. 베트멍의 방식은 확실히 신선해요. 당신이 하면 쿨해지니까요. DHL 티셔츠도 그랬어요!
A. DHL은 우리에게 무척 흔한 거였어요. 우리 일과는 DHL 소포로 시작했고, 라이프 스타일의 일부였어요. 우리의 작업을 옷에 담고 싶었고, 그래서 자연스럽게 웃긴 농담처럼 DHL 로고를 써서 티셔츠를 만들었는데, 이렇게까지 관심받을 줄 몰랐어요. 

Q. 눈에 보이지 않는걸 눈에 보이게 한거네요?
A. 앤디 워홀의 캠벨 수프 처럼요! 팝아트가 그랬던 것 처럼요.

Q. 사람들은 시각적인 것에 의해 이끌리는거죠. 그리고 그것에 의해 우리의 생각이 바뀌는거예요. 우린 어쩌면 새로운 걸 보게 해주는 ‘시각’이 필요한건지도 몰라요. 그렇게 우리 주위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것을  보고 흥분하게 되는거니까요. 마지막으로, 지금 매장에서 만날 수 있는 이번 가을/겨울 컬렉션을 직접 소개해주세요.
A. 지난 3월에 교회에서  선보였던 컬렉션이죠. 오버사이즈와 줄어든 실루엣과 같이 서로 상반되는 것들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드레스를 만드는 작업은 꽤 도전적이었는데 드레스를 통해 페미닌한 면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남성복과 여성복을 혼합해 하나의 컬렉션으로 완성했어요. 왜냐면 내가 바라보는 세상 속에는 남자와 여자가 공존하니까요. 쿠튀르 기간에 펼친 쇼를 통해 콜라보레이션 작업들을 선보였고 그렇게 베트멍의 1년에 마침표를 찍었어요. 브랜드를 시작한 이후 3년만이라 나에게는 좀 이상하고 낯설기도 하지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해요. 기대해주세요.  

글/ 여인해
사진/ Pierre-Ange Carlotti

이 글은 <Boon the Shop Magazine> AW16 이슈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