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y Ferreira 스카이 페레라 인터뷰

싱어송 가수 스카이 페레라 (Sky Ferreira)가 런던에 왔다. 슈즈 브랜드 지미 추의 새로운 향수 일리싯 (Illicit)의 얼굴이 된 스카이는 절친 스티븐 클라인과 작업한 광고 켐페인을 막 마친 후다. 지미 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산다라 초이의 초청으로 스카이는 잠시 뒤 소규모의 초대객 앞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 공연을 앞둔 그녀를 <보그 코리아>가 호텔 룸에서 만났다. 22살의 나이에 전세계를 다니며 투어를 돌고 패션과 뷰티계의 러브콜 속에서 수 많은 이미지의 얼굴이 되는 스카이. 당돌하고 강렬할거란 예상을 뒤엎고 가녀리고 발랄하게 쇼파 위에 앉은 그녀가 ‘헤이!’하며 밝은 인사를 건넸다. 매력적인 목소리는 시작에 불과했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넉 놓고 들은 그녀의 이야기 안에는 크리스털을 떠오르게 하는 일리싯 향수병처럼 많은 면들이 각각 저마다의 색과 빛을 내며 반짝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공연 현장에서 환호 속에 등장한 스카이! 그녀의 노래를 듣기 위해 우리는 모두 숨죽여 하나가 되었다. 가사 하나하나에 담긴 그녀의 감정과 감성을 느끼고 싶어서 그리고 알고 싶어서. 무릎까지 올라오는 지미 추의 ‘도마’ 부츠를 신고 숏 팬츠에 재킷을 입고 준비한 노래를 모두 거뜬히 마친 그녀의 존재감은 강렬했다. 뿌릴 때 다르고 시간이 지나면 또 변하는 향수처럼 오묘한 여운과 흔적을 남긴 스카이와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Vogue Korea: 스카이 당신과 향수 이야기를 하려고 만났으니, 첫 질문은 바로 향수에 대해 묻겠다. 언제 향수를 처음 쓰기 시작했는지 추억한다면?
Sky Ferreira: 엄마가 화장하는 것, 향수 뿌리는 것에 대해 엄격한 편이었는데, 몰래 방에 들어가 엄마의 향수를 사용했던 기억이 난다.

VK: 무슨 향수였는지 기억하나?
SF: (웃음) 기억은 안나는데, 내 뇌는 무언가를 볼때 단어나 라벨 등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이 병 정말 예쁜데, 이 안에 뭐가 들었지?’ 하는 식으로 반응한다. 엘레베이터 속 절대 누르면 안되는 빨강색 ‘비상 버튼’ 같이, 향수는 나에게 그런 존재였다.

VK: ‘비상 버튼’이 어쨌다는건가?
SF: 비상 버튼을 보면 누르고 싶다. 왜냐면 빨간색이고 누르면 경보 장치가 울릴거라고 누군가가 말해줬을테니까. 하지만 직접 눌러보지 않으면 감정적으로 체험해볼 수 없다. 감정을 느끼고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는 학습한다. 때론 좋기도 혹은 나쁘기도 하겠지만 그래야 만족스런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

VK: 흥미로운 비유다. 왠지 어린아이와 같은 순수한 접근 같기도 하고. 그럼 지미 추의 향수 일리싯에 대한 첫 느낌은 어땠나?
SF: 볼드하지만 페미닌하면서 동시에 은은하다. 플로럴한 쟈스민향도 나고 바닷가에서 자란 나한테는 특별한 샌들우드향도 나서 LA 집 생각이 난다.

VK: LA에서 태어나서 자란건가?
SF: 베니스 비치에서 태어나 자라서 바닷가는 늘 친근하다. 일리싯을 뿌리면 마치 바닷가에 있는 꽃밭에 서 있는 기분이다. (웃음) 일리싯만 있으면 어디를 가도 캘리포니아와 바다를 조금씩 담아 다니는 느낌이랄까?

VK:  오늘 이 향수의 정식 런칭을 위해 런던에서 소규모 공연을 펼칠 예정이라고 들었다. 템스강을 뒤로 하고 공연한다고 들었다.
SF: 하하. 배에서 뛰어내린다거나 하는건 아니고, 쿨한 공연이 될거다. 왜냐면 보통 어두운색 커튼을 뒤로 하고 공연하는 편인데 오늘은 아름다운 스카이라인이 내 뒤에 깔리게 되니 백드롭으로 훌륭하다!

VK: 아, 멋지다. 런던에서 다양한 공연을 했을거 같은데, 이번에는 좀 다른 성격인가?
SF: 다른 종류의 긴장감이다.

VK: 덕분에 스카이의 다른 모습도 볼 수 있을 거라 기대된다! 당신은 즐기면서 당신이 잘하는 일을 멋지게 소화하는 것 같다. 당신의 레드 컬러 립스틱 이야기 좀 들려달라. 꽤나 강한 인상을 남기는 당신만의 시그니쳐 룩으로 자리 잡았는데?
SF: 엄마가 레드 립스틱만 즐겨 바르고 화장을 많이 안하는 편인데 어렸을때 엄마에게 배운 메이크업 팁이다.  엄마가 립스틱만 허용하면서 말씀하시길 그게 내 얼굴을 환하게 밝혀준다고 했다. 그래서 그 이후로 레드 컬러 립스틱 중에서도 러시안 레드 등 완벽한 나만의 컬러를 찾아 바르게 되었다.

VK: 그외 당신만의 뷰티 팁이 있다면? 한국인들은 스킨케어를 철저히 하고, 뷰티 관리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SF: SPF 는 안전하고 좋기 때문에 모든 이에게 권한다. 특히 어린나이부터 시작하기에 좋다! 공연을 위한 투어나 촬영이 많아지면서 잠을 잘 못 자는 일이 빈번한데 난 바로 퍼석퍼석해지며 티가 나는 편이라 피부를 위한 수분 공급에 집중한다. 공연 전 특단의 조치로 마스크 팩을 붙이고 나면 잠도 깨고 컨디션 회복에 좋다.

VK: 일하지 않을땐 뭘 하나? 휴식을 취하는게 중요할 것 같은데, 바닷가로 향하거나 휴가를 떠나나?
SF: 바닷가에서 자라 바다를 좋아해 기회만 되면 바다로 향한다. 쉬는 시간에는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가장 즐거운 일은 아니지만, 투어를 돌면서 호텔이 아닌 버스에 머무는 일정을 보내고 나면 짐에 간다는게 럭셔리가 된다. 그래서 더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영화도 무척 좋아한다.

VK: 그럼, 당신에게 역대 최고의 영화는?
SF: 하하. 나만의 톱 10 리스트를 만들곤 하는데, <ET>는 모든걸 다 담은 무척이나 특별한 영화로 나에겐 최고의 걸작이다. 슬프지만, 동시에 슬프지 않은 정말 본질적인 부분을 다 다루는 보기 드문 영화다.

VK: 그럼 패션은? 지금 뭘 입고 있나? (스카이는 골드 비즈가 달린 화사한 공직새 프린트 미니 드레스를 발랄하게 입고 있었는데 다른 디자이너의 이름 첫 글자를 대려는 찰나!)
SF: 하하. 아닌데, 에디 슬리먼에게 비밀로 하겠다. 지미 추를 신었고, 에디의 드레스를 입었다.

VK: 아 이런, 에디에게 절대 비밀을 유지해달라. 에디 슬리먼과는 친한 친구라고 들었는데?
SF: 맞다, 그는 내가 16살때부터 날 촬영했다.

VK: 그의 카메라로 당신을 촬영했다는 말인가? 어떻게 친구가 되었나?
SF: 그가 지금의 브랜드가 아닌 이전 브랜드를 떠나 휴식기를 갖고 있을때다. 내 친구를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친구네 집에 뭘 전하러 갔다가 에디를 만났다. 난 땀범벅에 엉망진창이었는데, 그렇게 그와 인연이 시작됐다. 내가 뉴욕으로 이사한 직후였다. 그는 올해 출판한 다이어리를 위해 끊임없이 날 촬영했다. 나한테는 그 책이 고등학교 졸업앨범 같다. 나의 다양한 모습들이 담겨 있고 심지어 머리 컬러도 여러가지다. 시간이 휙 지나갔다.

VK: 그는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고, 그의 행보를 모두가 주목한다.
SF: 내가 입을 수 있는 럭셔리한 옷들이고 무엇보다 레드 카펫에 적합하다. 내가 아니라 옷이 나를 입는 느낌은 별로인데 그의 옷은 자연스럽고 편안하다. 그와 함께할 때도 난 내가 될 수 있고 그는 다른 누구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나를 사진에 담는다. 그건 무척 퍼스널한 체험이다.

VK: 옷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다면? 남들과 차별되는 것을 선호하거나 왠지 반항적일 것도 같은데.
SF: 그렇다고도 할 수 있는게, 그냥 느끼는대로 입는다. 대담하려고 하는건 아니고 특히 무례한건 질색이지만 나의 다른 여러가지 버전을 표현하고 싶다.

VK: 자신 안에 있는 다양한 캐릭터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인가?
SF: 그렇다. 내 안에 다른 면들이 사람들에게 어필한다는 걸 안다. 나에 대한 사진 한장 혹은 여러장 속 이미지를 보고 사람들은 날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이란 존재는 종이 한장에 비친 것 이상으로 복잡하다.

VK: 흥미로운 얘기다. 그래서 본인 안에 다른 면들에 대해 생각하고 그걸 표현하길 원하는건가? 과연 싱어송 가수답다. 스스로 작곡하고 작사하며 겪는일인가?
SF: 맞다. 내 작업 안에서 난 늘 솔직하려고 노력한다. 작사작곡 과정에 룰은 없다. 말하는대로 가사를 쓰고 다른 인물을 상상하며 작사하거나 너무 복잡하게 포장하지 않는다. 난 그런식으로 말하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나를 알아들을 수 있도록 표현하는데 어떨 땐 꿈 속 이야기 같을때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내 가사는 지금 팝 음악에서 좀 보기 드문 스타일인것 같다.  

VK:  어릴때부터 가수가 될 거란걸 알았나? 음악을 통해 한번도 만나본적 없는 사람들이 당신과 교감하고 공감한다는 건 꽤나 특별할 것 같다.
SF: 가수를 꿈꾼건 아닌데 말도 하기 전에 노래를 흥얼거리는 어릴적 비디오를 보면 이 일이 운명같다. 하하. 한번도 가수가 아닌 길에 대한 백업 플랜이 없었고 나에겐 당연한 미래였다. 난 내가 느끼는 감정들에 의해 영감을 얻고 작사작곡을 하는데 좋은 날도 슬픈 날도 또 힘든 날도 대단하다고 느끼는 날들도 있다. 그렇게 그때에 따라 충실한 내 표현이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더 섹시하고 더 기뻐야 한다는 강박 속에 갇혀 있지만 난 그냥 지루한 것도 괜찮다. 나에 대해 고민하는 것도 자연스런 일이다! 그 과정을 음악으로 표현한다. 물론 비판적인 공격에 아플때도 있지만 두 명의 다른 스카이 페레라가 존재한다고 믿으며 정신 건강을 지킨다.

VK: 건강한 사고 방식 같다. 당신의 표현에 사람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일일이 유추하는건 무척 괴로운 일이다.
SF:  저마다 다른 해석을 하고 나의 이야기를 모두가 이해할거라고 단정하지 않는다. 왜냐면 음악은 무척이나 개인적인 거니까.

VK: 당신의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 가는줄도 몰랐다. 약속된 시간이 다 되가는데 마지막으로 지미 추와 광고 작업은 어땠는지 나눠달라.
SF: 재밌었다! 스티븐 클라인과 친한 친구고 그와의 작업은 늘 즐겁다. 향수는 음악과 비슷한 점이 많다. 난 내 음악이 여성스럽다고 생각하는데 동시에 거칠기도 하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 싶어 기대되는 작업이었다.

VK: 도발적인 이름과는 달리, 지미 추 향수를 위한 당신의 이미지가 무척 고귀하고 부드럽고 뭔가 특별한 느낌이다.
SF:  그리고 세련되었다. 조금 더 나이가 들었으니 (웃음) 세련되고 싶다는 개인적인 바람에 잘 들어 맞았다.

VK: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
SF: 올 하반기에 싱글 앨범 발표를 앞두고 있고 비쥬얼 이미지도 함께 출판한다. 독립 영화 2편을 촬영했는데 아마 내년 초에 개봉할 것 같다.

VK: 한국에 올 계획은 없나?
SF: 어쩌면! 기회가 된다면 또 가고 싶다.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이 연결해줘서 씨엘이 서울 곳곳을 보여줬는데 그게 인연이 되어 지드래곤 앨범에 피처링하기도 했다. 

VK: 그래서 지드래곤 덕분에 당신을 알았다는 팬도 있던데. 곧 서울에서 다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SF: 조금 후 있을 공연도 기대해달라!

 

글/ 여인해
사진/ 김영철

이 글은 <보그> 코리아의 2015년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2015 12DEC_Vogue Korea 072p VA-IN V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