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 에딧

무엇을 ‘편집하다’라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타동사, 에딧 (Edit). 바로 이 편집을 하는 주체인 ‘에디터’는 지금까지는 잡지에 국한된 인물들이었다. 그런 에디터들의 영역이 지금 한없이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세계적인 온라인 럭셔리 쇼핑몰이 되어버린 네타포르테 (Net-a-Porter)는 올해 2월21일 <더 에딧 (The Edit)>이라는 온라인 잡지를 출간하더니 매주 새로운 이슈를 발간하고 있고 올해 말에는 오프라인 프린트 매거진 (유료로 판매할 예정)을 출판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 잡지를 진두지휘하는 편집장은 <하퍼스 바자> 영국에서 스카우트해온 루시 여맨즈 (Lucy Yeomans)다. 작년 이맘때쯤, 12년간 편집한 바자 영국을 떠난다는 소식에 패션계는 그녀의 행보를 놓고 많은 의견을 쏟아냈다. 

 

 매주 발간되는 네타포르테의 매거진, 더 에딧&nbsp; 사진 출처:&nbsp;http://www.net-a-porter.com/magazine/209/archive

매주 발간되는 네타포르테의 매거진, 더 에딧 
사진 출처: http://www.net-a-porter.com/magazine/209/archive

그 결과는 과연 어떤가? 화려한 프린트 매거진에 견주어 나무랄 데 없는 <더 에딧>의 편집은 분명 알차다. 게다가 잡지 속 아이템을 바로 클릭해서 살 수 있다는 점과 중간에 삽입된 광고가 기사들과 동일한 퀄러티로 눈을 즐겁게 한다는 것 또한 플러스 요인이다. 네타포르테는 지난달 2012년 매출 실적을 ‘무리한 비즈니스 확장으로 인한 마이너스’라고 발표한 바 있어, <더 에딧>의 경영 실적은 내년 초에나 확인이 가능할 듯 싶다.

 그리치아에서 하비 니콜스로 갈아탄 에디터 폴라 리드의 블로그&nbsp; 사진 출처:&nbsp;http://www.harveynichols.com/blog/fashiondirector/

그리치아에서 하비 니콜스로 갈아탄 에디터 폴라 리드의 블로그 
사진 출처: http://www.harveynichols.com/blog/fashiondirector/

 셀프리지 에딧&nbsp;&nbsp; 사진 출처:&nbsp;http://style.selfridges.com/self-expression/selfridges-edit-best-dressed-guest

셀프리지 에딧  
사진 출처: http://style.selfridges.com/self-expression/selfridges-edit-best-dressed-guest

에디터 출신을 고용한 곳은 네타포르테만이 아니다. 하비 니콜스 백화점은 <그라치아> 영국 편집장인 폴라 리드 (Paula Reed)를 스카우트해 패션위크의 생생한 현장을 소개하는가 하면 백화점 패션 소식을 업데이트하는 ‘HN Edit’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또 다른 경쟁자인 셀프리지 백화점도 자신들만의 쇼핑 리스트를 정리한 뉴스레터 형식의 ‘셀프리지 에딧 (Selfridges Edit)’과 ‘바이어 에딧 (Buyer’s Edit)’으로 고객들과 소통 중이다.

에디터들의 역량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에디팅'하는 작업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최근 스타일 버블에 올라온 글에 의하면 아예 에디터가 쇼핑몰의 패션 디렉터로 옮겨간 경우도 있어 눈길을 끈다. 수지는 인터넷 쇼핑몰 마이 워드로브를 창립한 오너 사라 쿠런 (Sarah Curran)의 하차 소식과 더불어 하퍼스 바자의 시니어 패션 에디터인 카르멘 보르고노보 (Carmen Borgonovo)가 새로운 바잉 디렉션을 책임질 인물로 투입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마이 워드로브에 들어가서 보니, 실제로 위에서 언급한 사이트들과 같은 '편집된 소통'은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사이트는 에디터의 시각이 묻어난 웹 구성을 차용하고 있었는데, 과연 이전에 비해 더 정리된 레이아웃으로 쾌적한 온라인 쇼핑 환경을 제공하고 있었다. 에디터 출신이 바이어로 성공을 거둔 케이스는 딱히 이렇다하게 떠오르는 인물이 없으니 이 케이스는 두고볼만한 경우라도 생각한다.  

 수지 버블이 톱 5 블로거 중 한명으로 선정되어 자신의 스타일을 멋지게 잘 보여준 전문 패션 쇼핑몰 마이 워드로브&nbsp; 사진 출처:&nbsp;http://www.my-wardrobe.com

수지 버블이 톱 5 블로거 중 한명으로 선정되어 자신의 스타일을 멋지게 잘 보여준 전문 패션 쇼핑몰 마이 워드로브 
사진 출처: http://www.my-wardrobe.com

분명 잡지를 떠난 에디터들의 행보가 꼭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다. 고품격의 편집된 정보를 제공하고 맞춤 쇼핑 서비스까지 구입할 수 있다는 그럴듯한 전략으로 올해 초 시작된 온라인 업체 럭스업 (Luxup)은 <보그> 영국의 패션 디렉터 해리엇 퀵 (Harriet Quick)을 전격 스카우트해갔지만 불과 몇 개월 만에 사업 중단을 선언하며 그녀를 단번에 실직자로 만들었다. 한편 <톱숍>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20개월간 활동한 <보그> 영국의 전 패션 디렉터 케이트 필란 (Kate Phelan)이 다시 돌아올 예정이라고 콘데나스트 사는 지난 달 발표하기도 했다. 

에디터들의 행보는 이렇게 경우마다 희비가 엇갈리며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쇼핑계에서 '에딧'이라는 단어는 앞으로 계속 핫할 전망이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전시를 책임지는 큐레이터 (curator)에서 파생된 ‘큐레이트 (curate)’도 떠오르는 패션 신조어지만 지금은 일단 긴 이야기를 늘여놓는 큐레이팅 보다는 간단한 요약 버전인 ‘에딧’이 대세인 것만은 확실하다. 

 

글/ 여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