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rry Selfridge 해리 셀프리지의 혁신

 셀프리지 백화점을 통해 유럽에  '미국형' 백화점 구성을 소개한 해리 고든 셀프리지

셀프리지 백화점을 통해 유럽에  '미국형' 백화점 구성을 소개한 해리 고든 셀프리지

"1955년에 마리 콴트는 '바자 (Bazaar)'라는 매장을 열어 영국 패션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왔죠. 하지만 그보다 앞서 1909년 해리 고든 셀프리지가 옥스퍼드 거리에 오픈한 백화점은 시대를 앞서 모던화 바람을 몰고 온 대단한 혁신이었어요." 영국 ITV에서 상영한 드라마 시리즈 '미스터 셀프리지 (Mr Selfridge)'의 원작자 린디 우드헤드 (Lindy Woodhead)가 셀프리지 백화점 2층 여성관 코너에 오픈한 '더 테이스팅 룸 (The Tasting Room)'에서 말문을 열었다. 시즌 1을 마치고 지금 한창 시즌 2 촬영 중인 ITV의 이 드라마는 평균 시청자 850만을 기록한 히트작이다.

린디가 말하는 백화점의 정의는 품목별로 제품을 나누어 각기 다른 공간에 디스플레이하고 판매하는 공간을 뜻한다고 한다. 탁 트인 내부 공간과 모던한 레이아웃의 쇼핑 랜드마크, 셀프리지 백화점은 미국인 비즈니스 맨 해리의 아이디어로 시작되었다. 그는 혁명가였다. 모던한 사회를 갈망하던 해리는 당시 트랜드인 어두운 쇼핑 공간 대신 자연광이 들어오도록 백화점을 건축했다. 창문은 모두 바깥으로 열렸으며, 전 상권의 45%만이 전기를 공급받던 당시에 전등을 설치했다.

 1931년 런던 옥스퍼드 가에 자리한 셀프리지 백화점의 모습

1931년 런던 옥스퍼드 가에 자리한 셀프리지 백화점의 모습

여인들이 시간에 쫒기지 않고 마음 편하게 쇼핑하라고, 레스토랑에 전화기 트롤리를 47대 설치해 약속을 미룰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고, 라디오도 TV도 귀하던 그 시절 정문 깃발 옆에 현재 스포츠 경기의 스코어는 물론 백화점을 방문 중인 셀레브리티가 누구인지 알리는 메시지를 내걸기도 했다. 덕분에 셀프리지 백화점은 물건을 사는 이들 뿐 아니라 뉴스를 궁금해하는 인파로 북적거렸다고 한다. 특별 방문객들에게 해리는 그의 사무실 윈도우에 사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후에 폭격을 맞아 부숴진 그 창문에는 <보그>의 창시자 콘데 나스트 (Conde Nast), 윈스턴 처칠 경 (Winston Churchill)등의 인사들이 자필을 남겼다고 한다.

 1920년대 후반, 셀프리지 백화점 옥상 정원에서 펼쳐진 패션쇼

1920년대 후반, 셀프리지 백화점 옥상 정원에서 펼쳐진 패션쇼

해리는 기자들을 위한 프레스 클럽을 따로 마련해두기도 했는데 멤버들을 주어진 열쇠를 통해 클럽에 들어가 바를 즐기며 어떤 식으로든 원하는 이야기를 얻고 나올 수 있을 만큼 관리가 철저했다고 한다. 해리의 제안으로 백화점 1층에 떠오르는 트랜드인 코스매틱을 판매한 건 대단한 히트였고, 최초의 시도로 기록되는 이 레이아웃은 지금도 많은 곳에서 활용되고 있다. 해리의 쇼 윈도우 전략 역시 지금도 회자되는 백화점의 주요 커뮤니케이션 수단 중 하나인데, 무용가 안나 파블로바의 런던 공연 시기에 맞춰 백조 테마로 윈도우를 장식하는가 하면 매장 내 스포츠 선수들의 개인 레슨 프로그램 홍보를 위해 스포츠 장비로 덮인 윈도우를 공개하는 등 극적인 연출로 행인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1929년 미국 뷰티 브랜드인 코티 사의 코너가 1층에 자리한 모습. 셀프리지의 아이디어로 뷰티 브랜드들이 백화점 입구와 가장 근접한 1층에 자리하며 매출 상승 효과를 보기 시작했고, 지금도 이 전략은 전 세계 백화점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29년 미국 뷰티 브랜드인 코티 사의 코너가 1층에 자리한 모습. 셀프리지의 아이디어로 뷰티 브랜드들이 백화점 입구와 가장 근접한 1층에 자리하며 매출 상승 효과를 보기 시작했고, 지금도 이 전략은 전 세계 백화점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1920-30년 사이로 추정되는 셀프리지 백화점의 윈도우 사진. 당시 화제였던 테니스를 주제로 한 위트 넘치는 디스플레이. 실제로 셀프리지 백화점의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늘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비쥬얼로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한껏 자극한 것으로 유명하다.

1920-30년 사이로 추정되는 셀프리지 백화점의 윈도우 사진. 당시 화제였던 테니스를 주제로 한 위트 넘치는 디스플레이. 실제로 셀프리지 백화점의 윈도우 디스플레이는 늘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비쥬얼로 지나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한껏 자극한 것으로 유명하다.

셀프리지 백화점의 오너는 이미 여러 차례 바뀌었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해리를 이야기한다. 린디의 책을 바탕으로 제작된 ITV의 미스터 셀프리지 시즌 2는 2014년 1월에 상영되었다.

글/ 여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