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with Gareth Pugh 가레스 퓨 인터뷰

그는 전선으로 연결돼 빛을 발하는 톱을 선보이는가 하면, 난데 없이 고무 공들을 등장시켜 쇼에 초대받은 이들을 천진난만하게 해주었고, 조금은 무시무시한 블랙 앤 화이트 체크 패턴 플라스틱 의상으로 모두를 현혹시켰다. 매 시즌 그의 상상력과 도전은 과연 런던답다는 탄식이 나오게 하기에 충분하다. 런던 패션계의 배드 보이 가레스 퓨와 나눈 이야기.

 사진 가레스 퓨 제공

사진 가레스 퓨 제공

쇼가 끝나고 푹 쉬었나?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 궁금하다.  

바로 어제 새로운 스튜디오로 이사했다. 그리고 다음 컬렉션에 대한 계획은 있다. 이번에는 블랙 & 화이트 스트라이프를 응용할 생각이다.  

블랙 & 화이트 위주의 팔레트를 전개하고 있다. 당신은 컬러를 두려워하나? 
나는 색상을 사용하지 않는다 (I don’t do colors). 나에게는 형태가 더 중요하다. 천천히 단계를 거쳐 작업을 완성해 나가는 편이다. 지금까지 컬렉션의 경우 대부분 캣워크에 등장할때 까지는 나조차도 어떻게 완성될지 알지 못했다. 나에게 있어 아이디어는 그런 것이다. 나는 아직 젊고, 내가 하는 일들을 과감하게 변화할 수 있어 좋다. 때로는 완전히 뒤집어 전혀 상반되는 작업을 하기도 한다. 도형적이고 비쥬얼한 요소들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즐겁다. 

커머셜한 면은 어떠한가? 당신의 컬렉션이 바이어들에게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궁금하다. 
이번 컬렉션을 끝내고 처음 바잉을 위한 쇼룸을 오픈했다. 첫 번째인 만큼 내가 여태까지 선보였던 캣워크 쇼에서 착용 가능한 형태로 약간의 변화를 주어 바잉 라인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5개의 숍에서 발탁되었다. 시작이니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는가. 흥분되는 여정이다.

당신의 첫 번째 컬렉션은 HSBC 광고에 체택되었고, 두 번째 컬렉션은 피에르 가르뎅 궁에서 열린 파티에 사용되었고, 세 번째 컬렉션은 카일리 미노그의 콘서트에 등장했다. 당신의 이름과 디자인은 정말 곳곳에서 매 시즌 쉬지 않고 등장하고 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있나?  
나의 고향인 선더랜드 (잉글랜드 북동쪽에 자리한 항구 도시)의 국립 글라스 센터가 있다. 이곳에서 지금 ‘스노우돔 (Snowdome: 거꾸로 돌리면 눈이 내리는 유리 장신구)’ 전시가 한창인데 얼마 전에 이를 위해 추상적인 고무 구조를 제작했다. 폭풍우를 재현한 모습이다.

런던이 갑자기 들이닥친 폭풍으로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당신은 폭풍을 인공으로 제작했다는 말인가?
하하. 그런 셈이 되어버렸다. 바로 지난주에는 코펜하겐을 다녀왔다. 가을/겨울 컬렉션에 퍼를 사용할 예정이다. 부드러운 퍼에 견고하고 강한 이미지를 주고 싶다. 대비 효과를 통해 착시 현상을 유도하는 것이 컨셉트다.  

당신의 컬렉션에 퍼가 사용된다는게 상상이 잘 안된다. 퍼를 염색하여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선보이기라도 할 것인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나의 완성된 룩을 보여주려고 하다 보니, 퍼의 디테일이 의상과 하나가 된다. 그럴 수도 있다. 분명 나의 스타일로 재해석할 예정이니 무언가 다른 시도가 될 것이다.

 사진 가레스 퓨 제공

사진 가레스 퓨 제공

어린 시절에도 옷에 관심이 많았나?

14세때부터 내 옷을 직접 만들어 입었다. 주로 치마들이었다. 부모님이 결혼선물로 받은 재봉틀이 있는데 그것이 나의 유일한 기구였다. 바로 얼마 전 새로운 재봉틀을 구입했으니, 그 재봉틀이 오랜 기간 나의 벗이 되어준 셈이다.

런던의 막강 디자이너 자일스 디컨이 하이스트릿 브랜드 ‘뉴룩 (New Look)’과 콜라보레이션하여 캡슐 라인을 전개한다는 소식이 있다. 가레스 퓨의 이름을 다른 브랜드에서 볼 수 있을까?
만약 콜라보레이션을 한다면 패션이 아닌 다른 분야가 되기를 바란다. 예를 들어 재규어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든지 등.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맡고 싶다. 돈이 목적이 되는 콜라보레이션은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당신의 컬렉션에는 건축적인 요소가 많다. 건축에도 관심이 많은가?
꼭 그렇지는 않다. 나의 작업에 건축이 참조된 적은 없다. 건축보다는 다른 디자이너들이 어떤 디자인을 전개하는지 아는 것이 아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디올의 갈리아노처럼 파격적인 쿠틔르 라인을 전개하는 이들을 보면 아드레날린이 치솟는다. 최고의 자리에 위치한 그들을 존경하며 그들의 작업을 존중한다.

당신의 컬렉션을 보면 파타지 소설을 읽는 느낌이다. 실제로 <데일리 텔레그라프>의 한 에디터는 당신을 ‘천진난만한 세계로 어른들을 이끄는’ 디자이너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어른들은 당신의 옷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지만, 아이들은 ‘할로윈 데이 때 입고 싶은 옷’이라고 말한다.  
난 하나의 무드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새로운 세상을 본다고 말해도 좋다. 디올의 쿠틔르 쇼를 보면 다른 세상을 보는 것 같지 않은가? 하지만, 실제로 쇼에서 선보였던 요소들은 화장품이나 액세서리로 적용되어 우리의 삶에 들어오게 된다. 선글라스라는 단순한 아이템을 보자. 그 놀라운 안경알의 형태는 지극히 기하학적이고 왜곡되어 있지 않은가! 무언가를 더 흥미롭게 만드는게 나의 직업이다. 이제까지는 프레스의 든든한 후원을 받았으니 판매를 위한 작업을 시도하려고 한다.  

 액세서리 라인에도 관심이 있는가? 당신 컬렉션에 등장한 과장된 소품들이 액세서리로 변신할 수도 있지 않은가? 
관심이 아주 많다. 그리고 지금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신발이나 가방 그런 영역이 되지 않을까? 함께 일할 수 있는 팀이 중요하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진행될 것이다. 어쩌면 바로 내년에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패션은 너무 급진한다. 나는 긴 기간을 두고 천천히 한걸음씩 떼고 싶다!

 

글/여인해
에디터/오선희
이 글은 Harper's Bazaar Korea 2007년 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