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패션위크 괜찮아요?

 BF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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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오뜨 꾸띄르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상반기 글로벌 패션 위크 캘린더가 막을 내린 7월초. 떠들석한 캣워크 행렬이 잠잠해진 사이, 서울 패션 위크는 정구호 신임 총감독과 디자인 재단, 그리고 한국 패션 디자이너 연협회 (회장 이상봉) 간에 서로 엇갈린 입장으로 갈등을 빚으며 시끌시끌하다.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른 것은10월에 치뤄질  2016 봄/여름 서울 패션 위크의 디자이너 등록을 위해 총감독과 디자인 재단이 내세운 참가비용 인상과 자가 매장 (백화점, 편집매장 입점 포함) 보유를 전제한 참가자격 조건은 물론 복잡해진 참가 제출 서류 등에 디자이너 연합회가 동의할 수 없다며 참석 거부 ‘보이콧’을 기자회견으로 선언한 상태! 이후 디자이너 간담회에서도 해결책을 찾지 못한채 지난 6일, 디자이너 등록이 마감되었다. 그리고 현재 서울 패션 위크 홈페이지에는 정확한 일정도 참석 디자이너 규모를 가늠할 스케줄도 올라오지 않은 상태다.

갈등 양상으로 치달은 모양새는 보기 안 좋지만, 대립은 변화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 주목하자면 서울 패션 위크에게 지금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런던은 위기의 상황에서4대 패션 위크에 안착하는 기지를 발휘한 좋은 본보기다. 내로라하는 기성 디자이너들이 타도시에서 런던으로 속속 귀환하고, 신인 디자이너들은 자가 브랜드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패션 학교에서 배출된 디자인 천재들의 육성이 한창인 런던 패션 위크. 서울은 그들에게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첫번째, 팀워크다. 신인 디자이너 홍보 대사 사라 무어가 ‘접착제’라고 했던 표현이 적절하다. 런던 패션 위크 주관사인 ‘영국 패션 협회 팀 (CEO 캐롤라인 러쉬)’은 전임 협회장 추천에 의해 선출되는 협회장(현 회장 나탈리 메세네)과 ‘BFC 네트워크’와 함께 전방위로 런던 패션 위크를 지원사격하며 끌어올린다. 이를 위해 업계 내 내로라 하는 인물들(CEO, 편집장, 발행인, 크리틱, 세일즈 디렉터, 투자회사 창립자 등)이 ‘멘토링’차원에서 ‘무상’으로 개입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캐롤라인과 사라 그리고 나탈리가 이들의 참여를 위해 전면에 나서고 있다.

두번째, 패션 위크는 비즈니스라는 관점이다. 모두의 초점은 단연 더 많은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다. 나탈리는 “패션 사업은 영국 경제 내에 자동차 산업보다 더 큰 가치를 지녔다. 정말 심각한 비즈니스다. 패션은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청년들에게 영감을 주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뿐 아니라 전세계 언론 미디어의 1면을 장식하는 중요한 분야다”라고 강조하며 5개 후원 전략을 내세워 실행에 착실히 옮겼다. 방법은 디자이너들과 패션계 인사들간의 패션 포럼 ( 초대자에 한함)을 열고, 전세계 주요 도시 마켓 리포트와 매장 소개 등을 포함한 디지털 ‘디자이너 팩트 파일’을 런칭하고, 현직 패션계 중진들의 패션 멘토링과 얼마전 공식 후원자로 발표된 KPMG 컨설팅사의 적극적인 개입 등 다각도로 방대하다.

세번째, 패션이라는 문화를 축하하는 방법이다. 패션 위크는 한 도시의 축제로 여겨질 정도로 대중의 관심과 주목을 받지만, 실상은 참석을 원하는 패션계 종사자들도 엄격한 ‘승인 (accreditation)’ 과정을 거치고 디자이너들의 ‘PR 대행사’에게 2차적으로 티켓 발부를 받는 철저히 ‘초대자에 한함 (Invitation Only)’ 이라는 조건을 내건 폐쇄적인 행사다. 내로라 하는 글로벌 VIP 들이 프론트 로우에 앉기 위해 매 시즌 치열한 경쟁을 치를 정도. 그럼에도 영국 패션 협회는 온 도시에 런던 패션 위크의 존재를 알리기 위한 전략을 가동시킨다. 가장 번화한 옥스퍼드가에 배너 설치, 쇼핑 거리에 자리한 숍들의 런던 패션 위크 디스플레이, 패션 위크 쇼장 안에 ‘숍’ 오픈 등 매 시즌 다양한 방법이 실행된다. 다가오는 9월에는 써머셋 하우스를 떠나 소호의 아이코닉한 아르데코 건물인 브루어 스트릿 카 파크 (주차장)로 메인 쇼장을 옮기는 새로운 변화를 통해 도심 중심으로 침투하는 노력을 실행한다.

서울 패션 위크의 경우 실질적인 방법에 대한 벤치마킹보다는 국내 시장과 문화에 맞게 전략을 제시하고 실행에 옮겨줄 패션 산업 내 주요 인력을 모으고 관계를 성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총감독 부임은 환영할 일이지만 혼자서는 안될 일이다. 그를 지원할 네트워크 선출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를 위해 협회의 재조직이 불가피한다면 감행해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네트워크는 주요 현안들을 실행하기 위한 패션 사업 내 파워 피플들의 연합 체제이고, 협회 조직은 실무진으로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영국 패션 협회 조직도 7년전 정부의 대대적인 투자를 받아 담당 부서별 팀들로 구성 될 수 있었다.

국내에서 인지하는 것 이상으로 글로벌 업계는 한국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사이, 그 전략적인 지리 환경에 자리한 한국이 어떤 행보를 취하며, 어디로 향하는지 패션계 레이더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서울 패션 위크가 이번 기회를 통해 변화를 감행하고 온전히 한국 패션의 상징으로 거듭난다면 더 큰 도약을 위한 문들이 더 많이 열리는 계기가 될 것임을 확신한다. 

글/ 여인해
사진/ BFC 제공
이 글은 GRAZIA Korea 2015년 7월호에 실린 글입니다.